2025.07
대한민국이 AI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진심없는 목숨이라 고개가 갸우뚱하다. 잡히지도 않을 국산 AI에 천문학적인 세금을 들이붓고 결과는 업계 사람들이 모두 걱정하는 그 결과로 귀결될 확률이 굉장히 크다.
한국의 GPT, 한국의 제미나이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천억 개의 문장과 수백억 개의 저작물이 필요하고 수만, 수십만 개의 성능좋은 GPU가 필요하다.
데이터는 부족하고 인프라는 제한적이며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는 진득히 기다려줄 투자자도, 수많은 데이터를 공급할 시장도 없다. 해외 인재가 한국에 올 생각은 하지 않고 그나마 있는 한국 인재도 해외로 떠난다.
결정적으로 만든들 시장이 참 애매하다. 이미 잘 구성된 서비스가 있는 판국에 더 비싸고 기능도 딸리는 국산 AI를 쓸 사람이 별로 없다. B2B는 특수하니깐 다르다? 지금이야 보안 등의 이유로 제한을 두고 있지만 기관과 대기업 등을 상대로 하는 B2B AI서비스가 대기업 급으로 매출을 올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고 81% 이상의 근로자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그리고 그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렇기에 제조업이 죽으면 다른 산업도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그리고 지금도 이미 그 검은 물결이 시작되고 있다.
그럼 AI가 해답이 되지 않을까? 애석하지만 그건 다른 문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리더들이 개인적으로는 AI를 잘 사용하면서도 업무에 AI를 들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뭔지 몰라서'가 아니라 '회사에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생각할 수도 없을만큼의 예산이 소버린 AI 투자에 들어간다고 한다. 차라리 그 돈으로 산재 다발 업종과 직무에 대해 AI전환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주는 게 이득일 수도 있다. 산재는 예외적인 사고가 아니다. 기계에 끼이고, 발을 헛디디고, 고온에 노출되고 피로로 쓰러진다.
대통령도 지적했듯 일어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게 산재다. 사실 십수년 전부터 낙상 감지 센서, 위치 추적, 영상 기반 협착 경고, 이상 온도 분석, 기계 진동에 따른 예지정비 등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하거나 상용화된 기술이 많다. 그러나 기술을 적용할 제도와 설계가 없었고 그렇기에 귀찮다는 이유로, 돈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도입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기술을 도입한다고 산재를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산재를 줄이고 우리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위험에서 벗어나는 길이 제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AI시장에 대한 모수를 만드는 일들이다. 사무실에서 더 빠른 업무를 위한 AI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제조업을 안전한 환경으로 만드는 데 AI의 능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AI가 도입되면 일자리가 줄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물론 다소간의 일자리 감소는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오히려 제조업 현장은 AI로 대체하기 더 어려운 시장이다. 산재 방지를 위해 낙상 감지 센서나 열화상 영상 기반 경고시스템을 만든다고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게 아니다. 제조업에서의 AI는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줄이는 도구여야 하는 이유다. 정부에서 소버린 AI에 투입하는 천문한적인 자금의 일부만이라도 지방 제조업의 AI안전시스템 구축 및 컨설팅, 제도개선 및 시범도입과 유지보수 등에 쓰인다면 억울한 사고가 다소간 줄어들지 않을까.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서기 위한 제조업 부흥은 사실 AI에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망상 속에 오늘도 하루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