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오르다》- 3화

3화 – 타클라캅과 추억 사이를 걷다

by 이승헌

3화 – 타클라캅과 추억 사이를 걷다




타클라캅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울퉁불퉁한 돌과 바위로 가득했다.

모난 돌이 신발 밑창을 밀어냈고,

거센 바람은 숨을 다시 폐 깊숙이 밀어 넣었다.

하늘은 점점 더 가까워졌고,

구름은 손끝에 닿을 듯 흘러갔다.

산은 말이 없었지만,

그 무언의 침묵은

나에게 수천 마디보다 더 많은 말을 건넸다.

그러나 그날,

기억에 남은 건 풍경이 아니었다.

그 돌길 위에서,

나는 이름 모를 한 노부부와 마주쳤다.

그들은 작고 낡은 스틱을 하나씩 손에 쥐고 있었고,

말없이 서로의 어깨를 살짝 밀어가며

천천히, 그리고 아주 단단하게 걷고 있었다.

흔들리는 발걸음에도

서로의 균형을 놓치지 않았고,

숨이 차오를수록

더 자주 서로를 돌아봤다.

나는 그 두 사람의 뒷모습에서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속도'를 보았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그저 두 사람이

함께 걷기에 가장 적당한 리듬.

그것은 어떤 기술보다도 정교했고,

어떤 말보다도 따뜻했다.

나는 멀리서 그들을 따라 걸었다.

말을 걸지 않았지만,

그들이 내는 숨소리와 발소리,

조용한 응시와 짧은 손짓은

오히려 깊은 대화처럼 다가왔다.

길은 고요했고,

고요함 속에서

그들은 나에게 ‘함께 걷는 삶’이란 무엇인지

아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잠시 쉬는 돌담 길목,

작은 그림자 하나가 내 앞에 멈췄다.

그는 짐꾼 소년이었다.

몸보다 커 보이는 배낭을 짊어지고 있었고,

해진 모자를 눌러쓴 채

말없이 내게 물 한 병을 건넸다.

“고마워.”

입밖으로 나온 건 그 한 마디였지만,

사실 내 마음속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감정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우리는 눈빛 하나로 서로를 알아봤다.

그의 피로가 내 어깨 위에 얹혔고,

나의 갈증이 그의 손끝에서 씻겨 내려갔다.

여행이라는 건,

가끔은 이런 마주침으로 충분해진다.

아무 말도 필요 없는 사람들과

세상에서 가장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 순간.

그 길 위에서는

이름도, 국적도, 나이도

아무런 경계가 되지 않았다.

누구도 설명하려 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모두가,

그저 조금씩

자기 자신을 넘어서기 위해 걷고 있었으니까.

각자의 고도를 향해,

각자의 시간으로.

해 질 무렵,

타클라캅의 마을이 저 멀리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하늘은 붉고 보랏빛으로 겹겹이 물들어 있었다.

바람은 여전히 거칠었지만,

그 아래 풍경은 마치 오랜 기억처럼 조용하고 따뜻했다.

나는 그 붉은빛 아래에서

불현듯 한 가지를 떠올렸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

그 길들도 누군가와 이렇게 나란히 걸었다면,

조금은 덜 외롭지 않았을까.

속도를 맞춰줄 사람이,

가끔 내 어깨를 밀어줄 사람이,

내 손에 조용히 물 한 병을 건네줄 사람이 있었다면.

나는 오래도록 그 붉은 하늘 아래 멈춰 서 있었다.

길은 끝나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걷고 있었지만,

그날 내 마음은 잠시, 아주 따뜻한 어딘가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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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 예고 – [4화] 고로셉, 얼음과 바람의 마을

“나는 그곳에서, ‘조용하다’는 말의 진짜 뜻을 알았다.

얼음보다 차가운 침묵 속에서, 나 자신과 마주했다.”



매주 수요일 10시에 연재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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