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멸종(이정모)리뷰
어느 날 문득, 사라짐에 대해 생각하다
창밖의 바람이 문득 쓸쓸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그날 나는 우연히 『찬란한 멸종』을 펼쳤다.
책장을 넘기기 전까진, 멸종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서글프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잊혔고, 사라졌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들.
그 모든 존재가 살아 있었던 시간과,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서 자라난 새로운 생명들.
그 이야기를 따뜻하면서도 섬세한 언어로 들려주는 책이 바로 이정모 작가의 『찬란한 멸종』이다.
1. 책 속 이야기 – 다섯 번의 멸종, 다섯 번의 기회
『찬란한 멸종』은 지구 생명의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다섯 번의 대멸종을 하나씩 되짚는다.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그리고 우리가 가장 익숙한 백악기의 멸종까지.
이 책은 단순한 생물학적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생명의 역사에 대한 하나의 ‘서사시’처럼 읽힌다.
예를 들어, 오르도비스기의 바다 생명들은 산소 부족과 빙하기로 인해 사라졌고,
페름기의 멸종은 지구 생물 종의 96%를 없애며 ‘죽음의 대소탕’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작가는 이 모든 멸종을 ‘끝’이 아니라, ‘변화’로 본다.
모든 멸종 이후에는 새로운 생명의 시대가 열렸고, 그렇게 우리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게 되었다.
마치 수천 번의 겨울을 지나야만 봄이 오는 것처럼,
멸종은 생명에게 주어진 냉정하지만 위대한 기회였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자주 멈췄다.
화려한 이름을 가진 고대 생물들이 화면처럼 떠오르다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장면 앞에서
왠지 모를 먹먹함이 밀려왔다.
‘왜 이렇게 슬프고 아름다울까?’
이 책이 던지는 감정은 단순한 향수도, 경외도 아니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생명이 가진 ‘덧없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사라졌기에, 그들이 남긴 자국은 더 선명했고, 더 찬란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곧 나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언젠가 우리도,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어떤 자국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이 책은 말없이 묻고, 독자는 스스로에게 대답하게 만든다.
책에서 소개하는 다섯 번의 멸종은 아주 오래된 과거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다.
왜일까.
우리는 지금, 여섯 번째 멸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환경파괴,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바다, 사라지는 곤충과 새들.
뉴스로만 접하던 환경 문제가, 이 책 속에서 역사적 연속성을 가진 ‘거대한 흐름’으로 다가온다.
『찬란한 멸종』은 이렇게 조용히 묻는다.
“이제 너희 차례야. 지금, 지구에 무엇을 남기고 있니?”
이 책을 덮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무거운 질문이었지만, 그 질문이 던져진 방식은 따뜻하고, 절망보다는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찬란한 멸종』은 단순한 과학책이 아니다.
에세이처럼 다정하고, 철학책처럼 사유를 요구하며, 시처럼 조용히 마음을 건드린다.
난이도: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히지만, 생각은 오래 남는다.
분위기: 지구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읽는 듯한 차분함과 경이로움.
추천 대상: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 삶의 방향이 흔들릴 때 멈춰 서고 싶은 사람, 과학을 따뜻하게 느끼고 싶은 사람.
총평: 이 책은 ‘지구의 기억’을 빌려, ‘우리의 오늘’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흔적을 남길 책.
“멸종이 없다면, 생명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종의 찰나 중 하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찰나를 인지한 최초의 종일지도 모른다.”
“사라지는 것은 슬프지만, 꼭 불행한 일만은 아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꼭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처럼 느껴졌다.
시간의 무게, 존재의 온도, 그리고 생명의 이유가 고요히 스며 있었다.
『찬란한 멸종』은 나에게 묻지 않고 가르치지 않지만,
읽고 난 뒤엔 무언가 뚜렷하게 바뀌어 있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사라짐은 결코 끝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의 조건이고, 변화의 다른 이름이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사라질 존재이지만,
그렇기에 지금을 더 뜨겁게 살아야 한다는 진실.
『찬란한 멸종』은 그 사실을 과학과 시의 언어로 조용히 전해준다.
책을 덮고 나니, 살아 있다는 이 순간이
유난히 눈부시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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