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해발 4,400m, 딩보체에서의 하루
2화 – 해발 4,400m, 딩보체에서의 하루
딩보체에 도착한 날,
나는 처음으로 ‘하루’라는 시간을 온전히 느꼈다.
달리는 것 없이,
흘러가는 것 없이,
그저 이 고요한 계곡의 품 안에서
내 하루는 천천히 깨어났다.
시계는 여전히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공기는 마치 오래된 영화처럼
한 프레임, 한 프레임 느릿하게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내 안으로 무엇인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단지 공기가 아니었다.
이곳의 고도, 고요, 그리고 그 이상한 낯섦이
내 폐 속 깊이 들어왔다.
딩보체는 바람을 벽 삼아 서 있었다.
누군가 지켜보는 것처럼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것처럼 평화로웠다.
돌로 쌓은 집들은
그저 바람에 오래도록 익숙해진 모양새였고,
기도 깃발들은 아무 말 없이 흔들리며
하늘에게 무언가를 계속 부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틈새 어딘가에서
나처럼 이방인으로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린 서로 말을 걸지 않았지만,
눈빛은 자주 마주쳤고,
그 짧은 순간에도 묘한 위로가 오갔다.
해발 4,400미터.
이곳에선 그냥 걷는 것조차 용기였다.
가방을 매지 않아도,
길을 많이 걷지 않아도,
그저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몸은 자꾸만 쉼을 요구했다.
그래서 나는 그날 하루 종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천천히 걸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음악도 듣지 않았고,
심지어 사진조차 남기지 않았다.
대신 발 아래 돌멩이 하나하나를 바라보았다.
그 돌들이 만들어낸 질감, 색, 그림자 속에서
나는 이 길이 품고 있는 시간을 느끼려 했다.
낮은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 아래,
나는 처음으로 걷는 것이 ‘존재하는 방식’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아주 오랫동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은 너무 가까웠다.
정말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았고,
닿는 순간 부서질 것 같기도 했다.
그 신비한 거리감 속에서,
나는 오히려 이 세상에 속해 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바람은 날카로웠고,
내 입김은 눈처럼 흩어졌고,
침낭 안의 몸은 식어갔지만,
마음은 조용히 따뜻해지고 있었다.
나는 침대가 아닌 대지 위에,
콘크리트가 아닌 돌의 온기 위에 누워 있었다.
잠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전혀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눈을 감지 않아도,
깊은 꿈에 빠지지 않아도,
그저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로
나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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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 예고 – [3화] 타클라캅과 추억 사이를 걷다
“누구와도 닮지 않은 사람들과,
누구보다 닮은 마음을 나누었다.”
매주 수요일 10시에연재됩니다. 20대의 젊은 청춘을 많이 응원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