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핫한 '놀면 뭐하니?'와 싹쓰리
1. 프로그램 소개
새로운 MBC 간판 예능이 되어가는 ‘놀면 뭐하니?’를 아시는 분이 대다수일 테니 ‘놀면 뭐하니?’의 업적부터 읊어볼까요?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은 탑 100 차트인, 이후 4월 총선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유세송 중 하나가 되고, 싹쓰리 특집 중에는 이효리가 부른 블루의 ‘Downtown Baby’가 주요 음원 사이트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 역시 발매 후 주요 음원 사이트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파급력 있는 지상파 예능 참 오랜만인 것 같은데요, 어떻게 ‘놀면 뭐하니?’는 매너리즘에 빠진 지상파 예능의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저와 함께 ‘놀면 뭐하니?’ 인기의 세 가지 포인트를 알아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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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놀면 뭐하니?’ 인기 포인트
첫 번째, 위험한 기획, 훌륭한 출연자를 만나다.
‘놀면 뭐하니?’의 기획은 큰 약점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그건 바로 기획만을 놓고 볼 땐 진정성이 없어 보이기 십상이라는 점입니다. ‘놀면 뭐하니?’의 어떤 특집이든 시작은 출연자를 사전 정보도 없이 특정 분야에 던져놓고, 특정 분야의 천재(전문가)라는 캐릭터를 부여합니다. 사실 출연자는 생초보일뿐인데, 짧은 시간 안에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상황 속에 들어가야만 한다는 것이죠. 이는 자칫 특정 분야에게 무례한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놀면 뭐하니?’에서도 아슬아슬한 순간이 있었어요. 라면 특집에서 유재석은 라면 잘 끓이는 요리사 ‘라섹’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놀면 뭐하니?’ 제작진은 ‘최고의 요리비결’에 ‘라섹’을 출연시킵니다. ‘라섹’은 당일까지도 모르는 채로요. ‘최고의 요리비결’이 어떤 프로그램입니까? 프로그램 소개에 따르면 ‘요리의 대가’가 출연하여 음식의 제조 비법을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라섹’이 요리의 대가는 아니죠. 유재석도 당황합니다. 그 날 녹화가 제대로 진행되었을까요? 절대 아니죠. 촬영 시간은 계속 딜레이 되고, 사전 정보가 없던 유재석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냥 ‘놀면 뭐하니?’의 한 부분이라서, 예능의 한 부분이라서 웃기면 그만인 상황이라고 넘기는 건 요리 비법을 알기 위해 ‘최고의 요리비결’을 시청하는 시청자와, 그런 시청자를 위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최고의 요리비결’ 제작진을 무시하는 행위죠. ‘최고의 요리비결’ 제작진은 그래도 ‘라섹’이 무엇을 만들지 정도는 ‘놀면 뭐하니?’ 제작진한테 들어서 준비를 해올 거라 예상했을 겁니다. 실제 이런 장면이 방송 중에 나오기도 했고요. ‘최고의 요리비결’이 아무 요리사나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잖아요? ‘그냥 몇 시간 뚝딱 배우면 전문가 못지않던데?’라는 식의 접근은 그 분야의 실력자가 되기 위해 몇 년을 노력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약점입니다. 하지만, 이 기획은 애초부터 유재석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유재석이라는 출연자가 있기에 이 프로그램은 기획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유재석은 이 기획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유재석이 처음 상황에 던져졌을 때 반응이 이를 대변합니다. 시청자가 느끼는 부분을 출연자가 대신 토로하고, 이를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면서 ‘놀면 뭐하니?’는 약점을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놀면 뭐하니?’는 장난인 듯 접근해서 진정성 있게 전문가를 대합니다. 유케스트라 특집에서 피아니스트 김광민, 손열음에게 디지털 피아노로 즉석 연주를 부탁할 때 출연자들의 반응과 방송 자막은 ‘놀면 뭐하니?’의 태도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놀면 뭐하니?’ 속 각종 부캐의 활동이 시청자의 응원을 받았던 건 ‘진심’으로 배우고 노력해 짧은 시간이지만 유재석이 결과물을 만들어 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몇 없는 지상파 트렌드 세터
트렌드를 어느 매체에서, 어느 채널에서, 어느 프로그램에서 만드느냐는 문화의 중심이 어디인가를 판단하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TV 프로그램이 유행을 만들어 내는 역할이었다면 요즘은 인터넷 콘텐츠가 그 역할을 많이 가져갔습니다. 비의 ‘깡’, 2PM ‘우리 집’, 그리고 시작은 KBS 편스토랑이었지만 큰 유행은 유튜브에서 만들어졌던 달고나 커피까지. TV 프로그램은 새로운 물결을 만들기보단 한 박자 늦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SBS의 집사부일체는 6월 엄정화 편에서 다 같이 달고나 커피 만들기에 도전합니다. 집사부일체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재밌는 프로그램이지만 이 장면만큼은 뒷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달고나 커피, 1월 2월에 시작되고 이젠 온갖 커피 전문점에서 달고나 커피 메뉴를 내놨을 만큼 유행 완숙기잖아요. 그런데 4~5개월 지난 유행을 TV 프로그램이 따라 하면서, 철 지난 트렌드 팔로워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놀면 뭐하니?’에서 비를 섭외할 때도 이 같은 위험이 있었습니다. 깡이 유행한 이후 다른 프로그램에선 무슨 상황만 되면 깡을 틀거나 했죠. 유행이니까요. 비를 섭외해서 이미 산더미처럼 소비되고 있는 깡의 이미지를 답습했다면 ‘놀면 뭐하니?’ 또한 트렌드 팔로워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는 깡의 비를 싹쓰리의 비룡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비가 인터넷의 조롱 섞인 반응을 오히려 만족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조롱이 호감으로 바뀌었고, 비룡, 섭서비, 몰이당하는 비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캐릭터와 케미를 보여주면서 비라는 아티스트의 새로운 활동 가능성을 열어줬습니다. 이게 바로 트렌드 세팅이고, 인터넷 발 트렌드를 슬기롭게 받아들이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놀면 뭐하니?’는 여전히 문화의 한 축을 차지합니다.
세 번째. 소속사 사장님의 요즘 아이돌 문법 따르기
유재석이 ‘유산슬’로 활동했던 뽕 포유 특집부터 김태호 PD는 소속사 사장님으로, 유재석은 아이돌로 묘사됐습니다. 유산슬도 그렇고 싹쓰리도 그렇고 트로트와 90년대 감성은 신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감성을 많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려면 방법이 필요했는데, ‘놀면 뭐하니?’ 제작진이 택한 게 바로 아이돌 문법 따르기입니다. 안무 연습 직캠, 응원법, 각종 주접 댓글을 수용한 수식어, 데뷔 준비 리얼리티, 뮤비 제작기, 틱톡 챌린지, 음방 컴백까지... K팝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1020에게 매우 친숙한 방법이죠. 그런데 안의 감성은 분명 다릅니다. 평균 나이 43.3세의 아이돌이라니, 평균 나이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을 오가는 신인 아이돌과 감성이 다를 수밖에 없겠죠. ‘놀면 뭐하니?’ 싹쓰리 특집에서 제작진은 과거의 레전드가 아직도 건재함을 요즘 언어로 풉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과거의 레전드를 현재로 소환합니다. 지금부터 ‘놀면 뭐하니?’와 다른 프로그램에서 레전드의 귀환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를 설명할 건데요, 이는 어느 프로그램이 잘하고, 어느 프로그램이 정답이라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의 특색 차이를 설명할 뿐이니 유념하고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슈가맨’은 한 때 시대를 풍미한 가수를 찾아가 노래와 이야기를 들어보고, ‘뭉쳐야 찬다’는 대한민국 스포츠 전설들을 모아 전설들의 입담과 조기 축구계 전설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기획 의도가 잘 살아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전설들은 전설로만 대해집니다. 건재한 예비군이라고나 할까요? ‘슈가맨’은 현역 시절 추억을 되돌아보는 느낌이 강하고, ‘뭉쳐야 찬다’는 전설들이 농구, 야구, 테니스, 수영, 배구 등 자신이 현역일 때 종목이 아닌 축구를 하고 있으니 자신의 주 종목은 과거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놀면 뭐하니?’ 싹쓰리 특집에선 과거의 전설이 예비군이 아닌 현역입니다. 옛 그룹이 컴백할 때 가장 눈에 띄는 자연스러운 체력 저하가 싹쓰리에겐 없습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을 법도 한데, 신생 그룹 싹쓰리 속 오랜 스타들은 몸이 예전 같지 않지 않습니다. 온몸으로 아직 우리의 이야기도 잘 먹힌다는 걸 표현하고 팬들과 소통합니다. 고유한 감성을 젊은 감각으로 푸니 폭넓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습니다. ‘놀면 뭐하니?’의 옛 감성을 요즘 문법으로 담기는 성공적입니다.
3. 마무리
‘놀면 뭐하니?’는 다른 지상파 예능이 하지 않는 무모한 도전을 합니다. 출연자 유재석을 필두로 프로그램 고유의 감성은 지키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 냈습니다. 많은 지상파 예능이 영감을 받아 다양한 방법으로 시청자에게 신선함과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 자주 보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