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극에서 여러 사람을 다룰 때

with 드라마 <라이브>

by 만타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라이브>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꼬박 일 년 전에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라이브>(연출_김규태, 극본_노희경)는 "전국에서 제일 바쁜 홍일 지구대에서 일상의 소소한 가치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바쁘게 뛰며 사건을 해결하는 지구대 경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경찰 소재의 이야기는 꽤 많았지만 <라이브>는 기존의 이야기들과 결을 달리 하고 있다. 왜 결이 다른지 알아보려면 먼저 <라이브>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라이브>의 주인공은 누굴까? 염상수(이광수)? 한정오(정유미)? 답은 로그라인에 이미 나와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홍일 지구대의 경찰들이다.


<라이브>의 주인공은 위의 사진 속 인물 전체다. 자그마치 15명.


<라이브>의 주인공이 홍일 지구대 1팀의 경찰들이면 주인공이 무려 15명이나 된다는 소리인데,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싶다. 어떻게 15명의 이야기를 18부작 안에 다 보여줄 수 있을까, 그것도 재밌게. 그런데 <라이브>는 홍일 지구대의 이야기를 세 단위로 쪼개서 보여줌으로써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다.



● 드라마 속에 잘 엮여 있는 세 개의 스토리 라인

▲ A 스토리를 담당하는 염상수(이광수)와 한정오(정유미)가 앞열에 , B 스토리를 담당하는 오양촌(배성우)과 안장미(배종옥)가 뒷열에 있다.


드라마 속에는 세 개의 스토리 라인이 잘 엮여있다. 그 세 개의 스토리 라인을 A 스토리, B 스토리, C 스토리라고 표현한다면, 각각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A 스토리: 신입 경찰 상수(이광수)와 정오(정유미)의 성장기
B 스토리: 베테랑 경찰이자 부부인 양촌(배성우)과 장미(배종옥)의 이혼 및 재결합 이야기
C 스토리: 나머지 지구대 경찰들 저마다의 문제와 그 해결





<라이브>는 홍일 지구대 15인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기 위해 세 개의 가닥을 잡았다. 이 세 개의 가닥 중 신입 경찰의 이야기인 A 스토리가 중심을 잡고 있고 베테랑 경찰 부부의 이야기인 B 스토리가 A 스토리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C 스토리는 한 명씩 나머지 경찰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며 극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세 이야기 중 신입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삼은 것은 훌륭한 판단이다. 어느 이야기든 새로운 세계관의 신입은 마찬가지로 새로운 세계관을 접하는 시청자가 몰입하기 쉬운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1화에서 경찰의 세계에 속하지 않은 상수와 정오가 경제적 안정성을 위해 경찰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경찰의 세계로의 입장은 쉽지 않다. 쉬운 입장을 방해하는 양촌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A 스토리의 진행에 갈등이 생겼다. 2화에서는 양촌이 사건을 맡아 상수와 정오 곁을 잠시 떠난다. 그 사이 상수와 정오는 홍일 지구대로 자대 배치를 받으며 경찰 세계로 입장한다. A 스토리의 첫 번째 갈등이 마무리되자 자연스럽게 B 스토리의 배경이 시작된다. 양촌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이다. 그 일로 인해 양촌은 홍일 지구대로 오게 된다. 장미는 양촌에게 이혼하자고 말하며 B 스토리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3화부터 6화까지 상수와 정오는 낯선 경찰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의치 않다. 상수의 경우 사수 양촌이 제시하는 이 세계의 규칙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체화하기에 힘이 들고, 정오의 경우 잔혹한 사건을 목도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점점 이 세계의 일원이 돼가는 둘이다. 그 사이, B 스토리에서 양촌은 장미와의 이혼을 거부했지만 결국 둘은 법적으로 이별하게 된다. A 스토리와 B 스토리에 시청자들이 적응할 시간을 둔 이때부터 다른 경찰관들의 병렬적 이야기의 집합인 C 스토리가 하나씩 소개된다.


7화부터 10화까지 상수는 경찰 세계의 규칙을 체화했지만 정오는 규칙을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정오의 과거사가 이때부터 언급된다. 둘의 상태는 둘의 관계도 영향을 준다. 상수는 정오를 좋아하지만 정오는 상수와 감정적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B 스토리에서도 새로운 갈등이 등장한다. 요양원에서 무의식 상태로 생명 연장 치료를 받고 있는 양촌 모를 둘러싼 양촌과 양촌 부의 갈등이다.


11화부터 14화까지는 심화되었던 갈등들이 하나씩 해결된다. 상수는 정오의 과거를 포용함으로써 상수와 정오는 감정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 B 스토리에선 양촌은 양촌 모를 존엄사하도록 하는 데 동의한다.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양촌과 장미는 서로에게 더 위로가 되며 재결합의 단서를 남긴다. 한편, 세 스토리 모두에서 경찰 세계에 위기가 찾아온다. 경찰 세계의 전방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지만 경찰 세계의 중심은 썩어가고 있었다. 주인공들은 여러 억울한 일들을 본격적으로 체감한다.


15화와 16화에서는 C 스토리의 대부분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B 스토리 또한 마무리 수순을 밟아간다. 다만 A 스토리에 가장 큰 위기가 닥친다. 정오는 상수와 양촌이 추구하는 경찰 세계의 규칙과 자신이 동화될 수 없음을 자각하고 이에 정오와 상수는 이별의 위기를 겪는다. 상수는 경찰 세계의 중심으로부터 이용당하고 버릴 위기에 처한다.


17화와 18화에서는 A 스토리의 갈등이 해결된다. 상수와 정오는 둘이 추구하는 규칙이 달라도 본질적으로 둘은 동일함을 깨닫고, 상수는 주변의 노력과 경찰 세계에 새로 들어와 각성한 자신의 솔직한 모습으로 중심의 위협에서 벗어난다.



<라이브>는 18회에 걸쳐 짜임새 있는 구조로 15명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효과적이고도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세 가닥이 극 전체에 걸쳐 어떻게 배열되었는가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라이브>의 작품성은 스토리 라인의 완결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라이브>는 개인의 영웅적 행위가 아니라 단체의 티 나지 않지만 존중받아 마땅할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당연 여러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조명하는 것이었을 터다.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단순히 에피소드로 구분해 병렬적으로 다루지 않고 공고히 엮인 하나의 짜임새 있는 덩어리로 묶어낸 이 드라마는 어떻게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하나의 극에 담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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