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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미루는 아이들이 겪고 있는 정신 질환.

숙제를 미루는 이유와 해결책

by 맨티스

공부를 하려고 책상에 앉았지만, SNS, 유튜브, 게임 같은 딴짓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뚜렷한 이유도 없는데 책상에 앉는 것조차 싫어합죠. 이런 학생들은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며 “내일은 꼭 계획대로 공부하겠어”라고 다짐하지만, 다음 날도 똑같습니다. 어제 세운 계획이 가득한 플래너를 보며 또다시 '정신이 썩었다.'며 자책합니다.


이런 반복되는 패턴의 뿌리는 영유아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린 시절, 부모의 강압적인 지시에 반항하던 행동이 청소년기에도 계속되는 것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소극적인 방식으로 반항을 이어갑니다. 자기자신과 모든 규칙에 대해 반항하는 것이죠.


미루기와 무기력은 단지 학생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두뇌를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도 자주 나타납니다. 이들은 자신의 일이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만큼 더 큰 부담을 갖고 있습니다.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라고 생각하는 회사원들처럼 말이죠. 하지만 일이 중요한 만큼, 그 무게감 때문에 일을 시작조차하기 어렵습니다. 일은 해야 하는데, 동시에 하고 싶지 않은 상태. 이럴 때 사람들은 일에 대한 소극적인 반항으로 ‘미루기’를 선택합니다. 정확히는 일이나 공부를 하면서 받게될 스트레스를 미래의 나에게로 미루는 것이죠.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공부를 싫어하는 이유는 공부가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 아닙니다. ‘시키니까’ 하기 싫어합니다. 자율성이 빼앗기기 때문이죠. 고등학생이 되면 자율성 박탈뿐만 아니라 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 성적 압박, 공부에 대한 의무감이 더해지면서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훨씬 더 커집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소극적인 반항을 하게 됩니다. 공부를 미루는 것으로 심리적 부담을 더는 것이죠.


이런 심리적 함정에 빠진 학생들은 벼락치기 패턴을 반복하게 됩니다. 미루고 자책하다가, 마감 시간의 압박에 떠밀려 겨우 공부를 시작합니다. 항상 외부의 통제, 누군가의 감시가 있어야만 움직이죠. 스스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억지로 끌려가며 공부하게 됩니다. ‘적당히 괜찮은 수준’의 결과만 만들어 내지만, 실력을 키우는 숙달의 과정은 거치지 못합니다.


하고는 싶지만 막상 하려면 하기 싫어지는 모순적인 감정은 마음속에서 두 개의 자아가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시키려는 ‘내면의 감시자’와 거기에 반발하는 또 다른 마음이 공존하고 있죠. 두 마음 모두 내 안에 있기 때문에 더 혼란스럽습니다. 통제하던 과거의 목소리가 마음속 메아리로 남아 끊임없이 아이 자신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어 부모가 더 이상 잔소리 하지 않더라도 내면의 감시자는 아이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부모의 잔소리가 마음속에서 메아리치고 있는 것이죠. 그 잔소리가 ‘내면의 목소리’가 되어 계속해서 아이를 압박하게 됩니다. 결국 아이는 자기 안의 통제에 반항하며, 무기력한 상태에 변하게 됩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유능감을 회복해야 합니다.


유능감을 회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계획을 100%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리한 목표 대신, 작고 실현 가능한 목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10분 공부법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공부 분량이나 페이지 수를 기준으로 삼지 말고, 시간 단위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해 보세요. “오늘은 국어, 수학, 영어를 각각 10분만 하자.” 10분이 지나면 계속할지, 그만둘지 선택하면 됩니다. 10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공부를 1분도 하지 않는 아이에게는 10분이 큰 변화의 출발점이 됩니다. 10분이란 시간은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시작 자체를 쉽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많은 학생들을 상담한 결과, 무기력한 상태에서도 10분 정도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10분에 익숙해지면 12분, 15분으로 점점 시간을 늘려가면 됩니다. 이렇게 꾸준히 계획을 100% 완수하다 보면 자존감과 유능감이 점차 회복됩니다. 그와 함께 집중 지속시간과 공부할 수 있는 양도 늘어나죠.


무기력에서 한 번에 벗어나려 해서는 안 됩니다. 갑작스런 동기부여로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금세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면, 자존감이 무너지면서 오히려 더 무기력해질 수 있습니다. 무기력한 상태에서는 과도한 계획을 실천할 수 없습니다. 작지만 꾸준한 성공을 통해 유능감을 회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은 '기다림'입니다. 불안하고 답답하더라도 잔소리나 혼을 내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다시 무기력해지고, 아아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의 통제나 잔소리가 아이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아이에게 자율성과 회복의 기회를 주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무기력에 빠졌던 아이도 조금씩 유능감을 회복하고, 다시 자기 힘으로 달릴 수 있는 아이로 변해갈 수 있습니다.



공부는 아이 혼자 하지만,
공부하는 환경은
온 가족이 만들어 줘야 합니다.


공부는 성향,

학습 성향 분석가

맨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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