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떨기, 산만함과 집중 사이 어디쯤.
다리 떨기를 금기시했던 역사는 생각보다 꽤나 깊습니다. 국민민속박물관 웹진에서는 이 속설의 흥미로운 기원 중 하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옛날에 관상을 잘 보는 사람이 살았는데 하루는 어떤 가난한 집에서 묵게 되었다. 집주인의 관상을 보니 현재와 달리 부자 상을 지니고 있었다. 관상쟁이가 매우 의아하게 여겼는데 밤중에 보니 집주인이 발을 툭툭 차면서 잠을 자고 있었다. 관상쟁이는 그날 밤 쇠망치로 집주인의 다리를 꺾어 놓고 도망쳤다. 그 후 집주인은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져 금방 부자가 되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다리 떨기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을 까요? 정말로 다리 떨기는 불행을 부르는 주술일까요?
최근 심리학과 신경과학은 이러한 오랜 믿음과 반대되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 했습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다리 떨기는 단순한 산만함이 아니라, 주의력이 떨어질 때 등장하는 뇌의 보상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공부 중 다리를 떠는 행동은 지금 "공부가 너무 힘들어요"라는 신호인 동시에, "그래도 노력할게요"라는 의지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었습니다.
실제로, 40분짜리 강의를 듣는 실험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의 이해력은 떨어지고, 다리 떨기 같은 '꼼지락 거리기'는 증가했습니다. 이는 다리 떨기가 집중력 저하의 신호이자, 뇌가 다시 각성 상태로 돌아가려는 조절 행동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어른들의 믿음과 달리, 오늘날 여러 기관의 연구들은 다리 떨기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UC 데이비스 MIND 연구소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ADHD 아동 및 성인은 꼼지락 거리기가 집중력을 유지하고 수행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또한 다리 떨기 같은 반복적인 움직임이 뇌에 생리적 자극을 주고, 각성을 유지시키며, 집중 상태를 만들어 준다고 설명합니다.
Allure Korea는 2024년 기사에서 다리 떨기가 전두엽 자극을 통해 주의력, 창의력,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리 떨기는 단순히 잘못된 습관이 아니라, 뇌가 집중을 유지하기 위해 고안해 낸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것입니다.
ADHD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ADHD 청소년들은 과제가 어려워질수록 움직임이 많아졌습니다. 오히려 움직임이 많은 학생일수록 수행 결과는 더 좋았습니다. ADHD 학생들에게 다리 떨기는 산만함의 표현이 아니라, 주의력 유지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실험인 셈이죠. 이런 맥락에서, ADHD 학생의 다리 떨기를 제한하는게 아니라 ‘흔들 의자’나 ‘저자극 보조 도구’ 즉, 미니 페달, 풋레스트 같은 도구들을 제공해 주는 것이 ADHD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집중력 유지 전략 입니다.
그렇다면 다리 떨기나 꼼지락 데기 같은 행동을 교실에서는 어떻게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앞서 언급한 저자극 보조 도구를 교실에 배치해 놓는 것입니다. 양 무릎에 끼울 수 있는 탄성 밴드나 미니 페달과 같이 소음이 적은 도구를 교실에 배치하고, 원할 때 언제든 사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ADHD 학생에게는 억제보다는 ‘조절’이 핵심입니다. 다리 떨기를 막기보다, 소리·리듬·다리 떨기 정도를 함께 정해주고, 흔들의자를 배정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결국 다리 떨기 속에는, 공부가 힘들다는 절박한 신호와 그래도 해보겠다는 의지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ADHD 아동뿐 아니라 일반 학생에게도 다리 떨기는 무의식적 자기 조절 행위 입니다. 메이어의 멀티모달 학습 이론은 여러 감각 경로를 함께 활용할 때 인지 부하를 분산시키고 이해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리 떨기를 포함한 작은 신체 움직임이 바로 이 멀티모달 자극의 한 형태가 되는 것이죠.
유난히 다리를 많이 떤다면 과제의 난이도, 공부 방식과 양 등을 점검할 타이밍일 수 있습니다. 학습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공부의 난이도와 방식, 공부량 등을 조절해 준다면, 다리 떠는 행위는 줄어들고, 집중력은 다시 살아 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아이가 다리를 떨 때마다 “복 나간다” 라고 혼내는 대신, 이렇게 말해보세요. “지금 힘들구나, 조금만 쉬다가 할래?”
공부는 아이 혼자 하지만,
공부하는 환경은
온 가족이 만들어 줘야 합니다.
공부는 성향,
학습 성향 분석가
맨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