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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작가 Aug 21. 2020

제03화. 대학생은 됐는데

대학생활 일기

운이 좋게도 희망한 학교로부터 합격통지를 받을 수 있었다. 친구들이 있기도 했고 집에서도 가까웠고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그 학교를 좋아해서 기쁨은 배가 되었다. 사실 합격 당시에는 어리둥절했다. 원래 내가 합격자 발표를 본 날은 계획에 있지 않았다. 저녁때 혼자 영화나 보러 가야지 하고 예매를 했었다. 그리고 집 밖으로 실제로 나가려고 옷을 갈아입은 상태였다. 근데 대학 중에는 간혹 가다가 합격자 발표 일자보다 빨리 발표를 하는 경우가 있다. 나도 이랬는데 ‘작년에도 그러더니 혹시 이번에도 빨리 발표했겠어?’ 하며  합격자 발표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혹시가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합격자 발표 공지가 버젓이 나타나 있었다. 보통 흔히 도는 속설 중 하나가 합격자에게는 안내 문자가 온다는 것이 있다. 믿지는 않았지만 막상 합격자 발표 공지가 있음에도 아무 연락이 안 온 나는 그저 마음을 비울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빨리 확인하고 영화 보러 갈 생각이었던 나는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볼 수 있었다.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망정이지 너무 놀라서 소리란 소리는 다 지르면서 온 집 안을 뛰어다녔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나 문자로 합격자 발표가 났으니 확인해보라는 연락이 왔다. 영화는 어찌 되든 상관없고 가장 먼저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학교도 아니고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제일 유명한 학교는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과정에 대한 보상인 것만 같아서 애써 감추었던 불안감을 지울 수 있었다. 결과에 수긍한다고는 해도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었을테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1년 전 오늘, 바라고 바라던 내가 1년 후 오늘 내가 되어있었다.

합격하면 퀸의 We are the champion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그래서 종종 모니터는 안 보고 소리로 판단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합격을 해도 일상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소하게 변화된 일상과 주변의 분위기가 시간을 채워나갔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그냥 놀라고 한다. 어차피 이제 공부할게 또 많을 텐데 지금은 그냥 쉬라면서. 확실히 많이 쉬면서 몇몇 일을 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한다.


수험생들이 이용하는 많은 커뮤니티 가운데 <수능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 통칭 '수만휘'라는 N포털사이트의 카페가 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두 번째 수험생활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겪은 이야기를 칼럼 형식으로 작성했다. 1년 전 나는, 누구한테도 들을 수 없었던 나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 내려갔다. 처음으로 긴 글을 작성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기억을 끄집어내느라 고생했다. 밤이 늦어져 글을 마치자마자 잠에 들었고 아침에 다시 본 게시글은 수많은 댓글로 도배되어 있었다.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글을 읽어주었고 수 백명의 사람들이 코멘트를 달아주었다. 그리고 기회가 되어 몇몇 친구들과는 진로상담과 진학상담을 하게 되었다.

기회가 생겨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멘토링을 할 수 있었다.

글이 사장되는 게 아까워서 이때 생긴 기회를 S학원업체에서 진행하던 합격수기 공모전에 제출했었는데 이것마저 운이 따라주어 수상을 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뒤에서 더 작성하겠다.


그렇게 쉬면서 며칠이 지났고 나는 어느 날 꽤 많은 인원들이 모여있는 단체 톡방에 초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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