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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작가 Aug 22. 2020

제04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대학생활 일기

새로 만들어진 단톡방에서는 같이 합격을 한 동기들과 학과 학생회장 등 여러 명이 들어가 있었다. 사실 얼굴도 모르고 어떤 사람들인지 전혀 모르기에 그저 접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는 각자의 프로필 사진이 전부였다. 막 스토커처럼 찾아본다는 건 아니겠지만 그냥 나랑 같이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정도랄까? 물론 아직 대학입시가 모두 끝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반대로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보통은 아무 말 없이 나가는데 간혹 '학비가 없어서 못 다닐 것 같다' 든가 굳이 '다른 학교에 합격하여 못 다닐 것 같다'라는 식으로 말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어찌 됐든 우리의 만남은 아닌 것으로. 지금이야 편리하게 휴대전화를 활용하지만 과거에는 어떻게 했으려나 궁금하기도 하다. <응답하라 1988>을 보니 합격 발표를 전화로 확인하는 걸 보아하니 아마 전화로 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랬다면 전화를 거는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대학입시 과정이 모두 끝나고 학과에 대한 소개나 학교에 대한 소개를 위해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다. 학과 자체적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때 새내기 새로 배움터, 통칭 '새터'의 조가 구성되었고 선배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나 같은 경우에 조금 특이한 부분이 있었는데 같은 학과 선배로 내 고등학교 친구가 있었다. 앞서 언급한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같이 지내던 친구였기에 합격했을 때 가장 많이 축하해주기도 했었다. 물론 같은 조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 친분을 이용해 다행히 선배들과도 빠르게 친해질 수가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술자리를 갖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뭐랄까 작년부터도 마실 수는 있었지만 이제야 술다운 술을 마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당시에는 대학생들의 음주에 관해 굉장히 예민한 시기였다. 과거에는 처음 대면하는 자리에서 신발에도 넣어 마셨다느니, 궤짝으로 토할 때까지 마셨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실제로 부모님 말씀을 듣다 보면 학교 잔디밭에서 점심부터 밤새 마셨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나친 음주의 권유는 본인의 주량을 잘 모르는 새내기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갔고 그로 인해 사망자도 많이 속출했다. 그래서 내가 입학을 한 2017년도에도 이런 잘못된 문화에 대한 근절을 요구하여 학생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또 최근에는 주량 팔찌 같은걸 이용한다고 한다. 술을 강요하는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색이 구분된 팔찌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검은색, 붉은색, 노란색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각각 "오늘은 끝까지 간다.", "얼굴색이 팔찌 색이 될 때까지 마신다.", "오늘은 마시지 않는다."를 의미한다. 팔찌만 착용하고 있더라도 본인의 오늘 컨디션이나, 평소 습관에 대해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물론 나처럼 금세 얼굴이 붉어지는 타입이라면 글쎄. 분홍색을 착용하자니 한잔만 마셔도 빨개진 얼굴을 보며 주변에서 만류를 하고, 그렇다고 검은색을 끼자니 마찬가지로 몇 잔 더 마시더라도 금세 저지가 들어온다. 그렇다고 다 같이 있는데 안마시기는 섭섭하니 원. 처음 만난 동기들과 선배들도 한잔만 마셔도 붉어지는 나를 보며 그만 마시라고 붙잡는데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원래 그렇다고 설명을 해도 처음 보는 사이라 통하지가 않았다. 


또한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이름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묵작가입니다." 내 이름 석 자에 '묵'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데 다들 처음 봤다는 것. 하긴 나도 지금까지 만나본 적이 없으니 그들에게는 더욱 당연할 것이다. 그렇다 보니 거의 90%가 내 이름을 잘못 말하는데 두 번, 세 번 고쳐줘야 비로소 내 온전한 이름이 나온다. '묵'이라는 이름을 설명할 때마다 "도토리묵 할 때 그 묵이에요."라고 말을 해줘야 알아듣는다. 조금 답답하기도 하면서 살면서 계속 해오던 터라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내 이름을 다 알아듣고는 신기하다는 듯이 말하는 걸 보면 재밌기도 하고, 간혹 한 번에 알아듣는 분들을 보며 내가 신기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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