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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작가 Aug 23. 2020

제05화. 시작은 언제나 즐거워

오리엔테이션이 있고 얼마 뒤 모두가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바로 입학식. 내가 다니는 학교는 이원화되어 있어서 서울에서 수업을 듣지만 이 같은 대형 행사가 있을 때는 수원에 있는 캠퍼스에서 진행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입학식 날에도 수원까지 가야 했다. 집에서 거의 2시간 정도 걸린듯한데 그래도 같은 학교이기도 하고 언제 또 와보겠냐 싶어 별 다른 불만 없이 갔다. 그래도 지루하긴 하더라. 아침 일찍부터 2시간 내내 지하철에 앉아서 가다 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변화하는 풍경을 보며 졸기도 하고. 그나마 수도권에 살아서 다행이지 입학식 같은 날 지방에서 오려고 하면 꽤나 불편함이 가득했을 것이다. 지난번 오리엔테이션처럼 잠시 동안 만나는 번개모임이라면 더더욱. 

입학식 당일의 모습. 넓은 체육관이 꽉 들어찼다.

하나둘씩 차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넓은 체육관을 가득 채웠고 몇 번의 예행연습이 있고 난 후 입학식이 진행되었다. 입학식 자체가 특별히 뭐가 있고 하지는 않다. 지금껏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겪은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처럼 총장님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시고 대내외 인사분들께서도 이야기를 하시고, 무슨 수여식, 무슨 선서식 등등 '굳이 왔어야 하나?' 싶은 식이 진행되었다. 그래도 응원단과 함께 노래 부를 때는 그래도 나름 좋았다. 애교심이 생기는 것도 같고, 한편으로는 동기들 앞에서 민망하기도 했다.


입학식이 끝나고 나서 각 단과대학 별로 새터를 진행했다. 나와 우리 학과 동기들도 같이 버스에 탑승했고 새터가 시작되었다. 지금은 바뀌셨다고 들었지만 내가 신입생일 때 학과장님은 조금 유별나다고 해야 하나 학구열이 넘치시는 분이셨다. 그래서 보통은 그저 서로 알아가고 즐기는데 그만인 새터에서 각 조별로 발표를 준비해오도록 하셨다. 몇 가지 주제 중에서 겹치지 않게 정해 공부를 해와서 발표를 시키셨다. 본인과 단과대학 학장님께서 질문도 하실 테니 열심히 준비해오라면서 말이다. 이제 막 입학한 학부생이 알아봤자 얼마나 알까.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다고는 해도 연이은 질문세례에 모두들 당황했고 교수님께서는 이럴 줄 알았다며 원래 이럴 목적으로 준비시키셨다고 덧붙이셨다. 하긴 선배들도 알아서 해보라며 웃을 뿐이었고 그저 동기부여를 시키시려고 하신 듯하다. 그래도 너무하시지 처음부터 말이야.


그래도 그 발표가 끝나고 나서부터는 대체로 즐기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학과 소모임 동아리 소개도 보고, 공연도 보고, 각자 준비해온 장기자랑 시간도 가졌다. 나랑 같이한 동기들은 뭐 했더라. 아마 걸그룹 춤으로 기억하는데 왜 그렇게 남학생들에게 걸그룹 댄스를 시키는지 모르겠다. 나름대로 재미있기는 했다지만.

밤에는 주구장창 술 게임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고 언제 잠에 들었는지도 모르게 아침에 일어나니 모두들 뻗어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입학식은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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