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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작가 Aug 31. 2020

제13화. 기숙사에서 살아가기

이번엔 내가 기숙사에서 살면서 겪은 일들에 대해서 조금 말해보려고 한다. 1학년 때부터 2학년 1학기까지 총 3학기를 살았는데 아마 앞으로는 그럴 일이 없을 듯하다. 사실 고등학생 때에도 3년간 기숙사 생활을 해왔기에 볼 거 못 볼 거 다 보면서 살았지만 대학생의 기숙사 생활은 또 많이 다른듯하다. 자 그러면 내가 겪은 기숙사의 하루와 앞으로 어떻게 다닐 지에 대해 이야기해봐야지.


그전에 먼저 기숙사에 가게 된 계기랄까 이유를 먼저 말하고 싶다. 내가 사는 집, 그러니까 부모님과 함께 있는 본가는 학교에서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다. 집 앞 지하철역부터 학교 근처 역까지만 하면 대충 40분 정도 되고 여유롭게 강의실까지 한 시간 정도면 간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엄청 가깝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친구들처럼 통학을 크게 걱정할 만큼 멀지도 않다. 그래서 나와 같은 동네에 사는 동기들은 보통 통학을 한다. 그럼에도 내가 기숙사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재수를 할 때 나는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밤새 노는 것이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집에서 나와 있어야 했다. 동기들과 밤새 놀다가 부모님 눈치 안 보고 들어가서 잠들고, 또 방에 불러와서 같이 음식도 먹으면서 놀고. 자취를 하면 가장 좋았겠으나 아직 언제 군대를 가야 할 지도 정하지 않은 상태였고 앞서 말했듯 집이 그다지 멀지가 않아 부모님께 말씀드리기도 조금 애매했다. 뭐 대학로가 방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도 있다. 벌이도 없는데 보증금이며 월세며 스스로 마련하기가 힘들었기에 그나마 저렴한 기숙사를 골랐다. 부모님께는 공부를 한다는 말로 집에서 나왔다. 집에 있으면 공부도 안되고, 학교 끝나고 갈 때도 피곤하다는 등의 이유로 기숙사에서 살 거라고 말이다. 확실히 통학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술자리가 있더라도 막차시간만 되면 자리에서 서둘러 나와야 했고 오가는 길로 인해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는 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난 3번의 학기를 기숙사에서 보낸 건 나름 괜찮은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숙사 생활을 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에 전혀 구애를 받지 않는 건 아니었다. 우리 학교는 기숙사 중에 몇 개를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 직영 기숙사의 경우 통금시간이 있었다. 새벽 1시부터 5시까지는 기숙사에 들어올 수가 없는 것. 2인 1실을 기본으로 하다 보니 같이 생활하는 룸메이트에게 방해된 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납득은 갔지만 막상 놀다 보면 금세 다가오는 1시라는 시간제한은 마치 신데렐라처럼 나를 옥죄고는 했다. 그래서 1시에 못 들어갈 것 같으면 아예 5시까지 놀다가 들어가기도 했다. 완전히 뻗어버리는 일과였지만 그래도 신입생의 패기랄까 통금시간은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나는 기숙사 생활을 하면 룸메이트로 인해 크고 작은 불편함을 겪고는 했다. 처음 신입생 때 룸메이트는 지금의 내 경우처럼 전역을 하고 복학하는 형이었다. 조금 덩치가 있고 항상 공부를 하던 형이었는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배울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형 덕분에 청소를 할 줄 알게 되기도 했다. 방 청소나 화장실 청소, 욕실 청소를 번갈아가면서 했는데 당시에 군필자라서 그런가 나는 처음 해봤던 화장실 배수구 청소를 막힘없이 하는 걸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비위가 상해 잘 못하던 청소를 그나마 조금은?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형은 공부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 때론 잠을 자다가 불 빛에 방해를 받은 적도 많았고, 반대로 내가 놀고 늦게 들어올 때면 빨리 다니라며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한 번은 치킨도 사주고 나쁘지는 않았다. 


2학기에는 같은 과 동기랑 룸메이트를 했다. 같이 학생회를 하던 동생이었는데 그래서 조금 편하게 지낼 수는 있었다. 다만 이 친구는 더 많이 노는 타입이라 내가 기숙사에 들어와 있으면 맨날 공부만 한다고 잔소리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서로 크게 터치 안 하면서 지낸듯하다. 마지막으로 2학년 1학기에는 같은 계열의 동생과 같이 지내게 됐다. 그래서 과제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서로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건 좋은 것 같다. 다만 이 친구는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라 노트북도 게이밍 노트북을 갖고 다녔는데,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고 있노라면 정말 그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나쁘지는 않은데 뭔가 자는데 불편한 느낌? 내가 유독 잘 때 예민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으나 확실히 다른 누군가와 같이 생활하게 되면 시간표도 그렇고 생활습관이 다르다 보니 여러모로 불편한 거 같다.


한 번은 계절학기를 들을 때 2인실을 혼자서 쓸 수 있었는데 쾌적하니 최고였다.          이 맛에 자취하는 건가.

내가 있던 기숙사는 1층에 조그마한 헬스장과 같이 과제를 하거나 쉴 수 있는 세미나실, 공용 세탁실이 있었다. 헬스장은 트레드밀 몇 개랑 스미스 머신 하나, 레그 컬이랑 익스텐션 머신 하나씩, 덤벨 몇 개씩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가볍게 할 수 있는 공간이라 사람들이 종종 오기는 했으나 많지는 않았다. 그나마도 가끔 외국인 유학생들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도 했다. 그때 좀 친해질걸. 세미나실 같은 공간에서는 동기들과 시험공부를 같이 하거나 팀플을 준비하기도 하고, 때로는 배달음식을 시켜서 먹기도 했다. 방에서 먹으면 냄새가 잘 안 빠져서 어쩔 수 없이 그 장소를 활용했는데 그러다 보니 세미나실에도 언젠가부터 음식 냄새로 진동하기도 했다. 


공용 세탁실은 그때 처음 써봤다. 고등학교 기숙사에서는 세탁기가 무료였는데 여기서는 한 번에 천 원씩 받더라. 또 500원짜리 동전만 받아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보통 만 원짜리를 동전으로 다 바꿔서 빨래할 때마다 쓰고는 했다. 가끔 모자라면 룸메이트나 동기들한테 빌려달라고 하기에 딱 좋았던 구조? 공용으로 사용하다 보니 다 끝날 때쯤 찾으러 안 가면 간혹 가다 속옷이 사라지기도 했다. 여기 남자 기숙사인데 말이야. 


가끔 외국인 유학생들을 만나기도 했다. 예전에 한 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려다가 다급하게 들어오는 한 유학생을 기다려줬는데 반갑게 인사했었다. 본인은 가나에서 왔는데 오늘은 어떤 수업을 듣고 왔고 자기는 전공이 무엇이며 이따가 자기 친구들이랑 맥주 마시러 갈 건데 같이 가자고. 굉장히 친화력이 좋은 분이다. 그러면서 본인이 오늘 배운 한국어를 연습해보겠다며 나를 상대로 대화하는데 타지에 와서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왜 우리도 외국에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가면 낯선 땅이기에 긴장도 하고 한편으로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려고 하듯이 이분도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았다. 아쉽게도 나도 약속이 있어 제안은 거절했지만 친해졌으면 정말 재밌는 친구가 되었을 것 같아서 아쉬움도 남는다. 


숙취로 고생할 때는 기숙사 앞에 있는 해장국 집에 가서 속을 달래기도 하고 몸에 열이 날 때는 또 기숙사 근처에 있는 약국에 가서 약사님께 처방을 받기도 한다. 수업을 앞두고 하나 둘 기숙사에서 같이 나와 학교로 가기도 하고 때론 같이 음식을 나눠먹기도 한다. 대학의 기숙사는 자취에 비해서는 내가 느꼈던 것처럼 자유로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는 한다. 공동생활이기 때문에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그리고 그게 불편하다면 홀로 방을 구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대학교에 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만큼 한 번쯤은 기숙사 생활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 


원래 복학하면 자취를 하고 싶었는데 전염병 때문이기도 하고 아마 앞으로 많이 남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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