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가진 기억력은 모두 다르잖아요?
저는 어릴적부터 별로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어요.
항상 무언가를 배우다가도 정신이 다른 곳으로 흘러
머릿속에서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저를 그 사람은 종종 바보라고 불렀어요.
잘못을 저지르고 안 그러겠다 약속을 해도
정말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말을 해도
어느새 다 잊어버리고 예전의 제가 되고는 했거든요.
그런데 있죠.
이런 바보 같은 저도 그 사람에 관한 것만큼은 도저히 지워지지가 않네요.
그 사람이 좋아하던 장소, 음식, 그 사람의 습관 하나하나가 잊히지 않고 머릿속을 맴돌아요.
저... 잊을 수 있겠죠?
저 바보니까, 기억력 안 좋은 바보니까
그 사람... 잊은 척할 수 있겠죠?
이별을 맞이하는 서른여섯 번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