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도 임신유지도 출산도 어려운 거였다니
우선,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만 35세가 되면 매달 임신 확률이 2%대로 떨어진다고 한다. 아이를 갖고 싶다고 해도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하긴, 나도 거의 10개월 가까이 노력해서야 찾아온 소중한 생명이었으니까 그럴만하다.
임신 전에도 중에도 후에도 난 한 가지 걱정만 했었다. 아니 두 가지..
하나는, 내가 아기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였고
다른 하나는 변비 때문에 힘주다가 변기에서 애를 낳는 거 아냐? 였다.
임산부일 때 나는 변비 말곤 이렇다 할 이벤트가 없었다. 그 흔한 입덧도 먹덧도 없었다. 비록 검진 때마다 혈압이 높게 나와 임신중독증을 의심하고 내과진료를 권유받았었으나 그건 예민한 성격이 한몫했다. 그리고 유리멘털이라 병원만 가면 긴장감에 일시적으로 혈압이 날뛰었다. 편안한 집에서 재거나 한 시간 정도 낯선 공간에 적응할 시간만 가지면 좋아졌었다.
그래서인지 임신유지가 그렇게 어려운 건지 몰랐고 출산이 생사를 넘나드는 일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이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보면서 난 정말 운이 좋았다는 걸 깨달았다. 하혈이 있지도 않았고 자궁경부길이도 넉넉했다. 더군다나 배뭉침이나 태동의 불편함도 없었고 제왕절개라 생과사를 넘나드는 진통도 못 느꼈다. 그저 변비로만 개고생을 했다. 그건 원래 있던 거라 임신 때문이라 말하지도 못한다.
내 지인들만 봐도 임신 중에 이벤트가 꽤 많았다. 미칠듯한 입덧은 기본에 피 비침도 있었고 갑작스러운 하혈, 자궁경부무력증, 유산, 아휴 말로 다 못한다.
고마운 거였다, 내 아이에게.
뱃속에서 너무나 건강하게 자신을 지켰다.
만성불면증인 엄마라 수면시간이 현저히 적은데도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그게 어려운 거였다.
그 어려운 걸 내 아이가 해냈다.
19개월에 접어든 지금도 내 아이는 매일매일 자신을 지키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밥 안 먹는다고 소리 지르고 잠 깨운다고 짜증 내는 모지리 엄마로부터 말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근데.
검진 때마다 너무 안 움직여서 걱정시키더니
이젠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아서 지치게 하네.
그때 못 움직인 거 지금 다하는 거니?
체력은 엄마 닮아 더럽게도 좋네. 하아...
내일도 계단 타기 할 거니?
네가 김종국이야??!!
덕분에 나도 운동한다. 고맙다, 이 자식 내 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