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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Aug 06. 2016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꿀잼

 

이럴 때 왜 난 살짝 삐지는지 모르겠지만, 심지어 잘 생겼다. 글도 잘 쓰는데.

브라운대에서 기호학, 컬럼비아대에서 영문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는데, 하여간에 매우 잘 나가는 저술가. 이 책의 추천사를 써 준 명단에 빌 클린턴이 보인다. 재수 없을 만큼 잘났다.. 쳇.  이럴 때 왜 나는 긍정적 존경만 보내지 못하는 걸까. 다 속이 좁아 그렇다.


이 책은 저자가 BBC와 공동 기획한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쓰인 책.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 등 6가지 핵심 테크놀로지의 뒷 얘기 같은 구조다. 알고보니 이러저러 했다는 식. 재미 삼아 연구하고 뭔가를 만들어 낸 평범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얘기를 풀어준다. 원래 다큐였다보니, 소개 동영상 스케일도 참 대단.


그는 Long Zoom 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아이디어는 어떤 것이었는지, 살펴본다. 사실 이런 설명만이었다면, 내 취향은 아닐거야 하고 넘어갔을텐데.. 이 책은 회사 동료들과 하는 북스터디에서 Noah의 강력 추천으로 읽게 됐다. 그런데 완전 내 취향. 너무 재미있었던게다.


파란 글씨 트윗 메모에 더해 간단 메모라도 남겨놓는다.




구텐베르크 인쇄술로 많은 이들이 시력문제 깨닫고 안경 대유행. 1590년 현미경, 20년 후 망원경 발명. 갈릴레오는 10배 확대 망원경으로 목성 위성 발견. 이산화규소에 500도 고열 필요한 유리는 아마 혜성 충돌로 등장?


인쇄술 덕분에 책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일부 사람들은 눈이 나쁜건 알게 됐고. 수천 명의 안경 제조인이 등장할 정도로 안경이 유행하기 시작했단다. 그렇게 렌즈가 등장하면서 그걸로 장난치다가 현미경이 만들어지고, 망원경도 등장하고. 갈릴레오가 감탄하며 더 성능 좋은 망원경을 만들고.. 그런데 사실 유리의 등장 자체가 흥미로운게..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나온 장신구. 가운데 노란 유리 공예품이 들어있다. 저 시대에 유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새삼 신기해서 저 그림을 한참 봤다. 지구에 널려있는 이산화규소를 원료로 하지만, 500도의 고열이 필요한 유리. 그냥 불로는 저런 온도가 나오지 않는데 말이다. 저자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는데, 혜성 폭발로 인해 유리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나오는데 완전 가슴 뛰더라는! 우주의 신비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인쇄공장 스물다섯 청년 캐리어는 습기 제거하려다 에어컨을 발명. 미국인들의 남부 이주 본격화. 애리조나 투손은 10년 만에 4.5만명에서 21만명. 플로리다주 100만에서 1000만으로. 민주당 아성 남부가 보수적 은퇴자들로


공장 습기제거 하려다 제습 기능에 더해 냉방 기능을 발견한 얘기도 재미있지만, 더운 남부 지방에서도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해준 계기가 됐고, Sun Belt 라는 미국 남부가 정치적으로 보수화되는 배경이 됐다는 얘기! 냉기에 관련된 얘기로.. 얼음 낚시로 송어를 잡다가, 급속 냉동한 음식은 맛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냉동식품이 등장하는 얘기도 흥미진진.  


발명가는 그 도구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사용될지 상상하는데 어려움. 에디슨은 축음기가 음성 편지를 보내는 수단으로 사용될거라 생각. 벨은 전화로 오케스트라나 가수 음악을 들을거라 판단. 두 전설적 발명가는 완전히 거꾸로 생각


했다고 한다ㅎㅎ 발명 해놓고도 쓰임새를 엉뚱하게 생각하다니. 사실 라디오를 발명한 분 얘기도 나오는데, 그는 단지 음악을 널리 같이 듣고 싶어서 시작했고. 그가 좋아한 음악은 클래식이었다는게 문제. 라디오를 통해 재즈가 등장하자 항의 서한을 썼다고 한다. 자신의 아들 같은, 자신이 창조주인 라디오에서 고귀한 클래식이 아니라 재즈 같은 허접 쓰레기를 전파에 태우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ㅎㅎ


전화가 남긴 유산은 경이로운 벨연구소. 라디오, 진공관, TV, 태양전지, 동축케이블, 컴퓨터, 휴대폰 등이 벨연구소에서 처음 잉태된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AT&T 독점 규제하려다 벨연구소 특허를 무상 공개하도록 한게 결국 


온갖 혁신을 낳았다는 건데, 1956년에 미국 정부는 독점 기업 AT&T를 쪼개는 대신 연구 특허를 공개하라는 깜찍한 발상을 어찌 했을까. 저건 벨연구소에만 해당하는 사례인걸까. 다른 유사한 사례가 또 있었을까.


중세부터 20세기까지 유럽인들은 몸을 물에 담그면 위생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 엘리자베스1세는 마지못해 한달에 한 번 목욕. 루이13세는 7살까지 한번도 목욕 않고. 대중목욕탕은 중동의 야만적 전통이지 귀족은 못할 짓


으로 여겨졌다고 하는데ㅎㅎ 우리는 유럽은 물론 전세계 왕족, 고관대작보다 깨끗한 건 분명해 보인다. 상,하수도 시설과 도시란게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신기. 건물을 들어올려 시카고의 하수도를 만든 건축가는 정말 천재적이다.


오염된 식수로 아버지를 잃은 의사 릴은 염소소독에 관심. 인체에 해롭지않아도 세균에 치명적. 그는 정부 허락없이 시민에게 알리지 않은채 비밀리에 염소를 급수장에 투입해 법정에 서기도. 깨끗한 식수로 결국 총사망률 43%감소


뉴욕의 의사 릴이 염소 소독을 강행하고, 허락 없이 시민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고, 거기서 당당하게 이긴 스토리도 흥미진진.


16세기 대학생이던 갈릴레오는 성당의 등불이 흔들리는 걸 보면서 규칙적 진동에 푹 빠졌다. 20년 뒤 수학교수가 된 그는 진자가 크기에 상관없이 동일한 시간에 움직인다는걸 발견. 정확하고 정밀한게 경이롭던 시대...


시계의 발명으로 시계는 산업화 공신. 근무시간 조절을 위해 시간관리가 필요. 고용주는 노동시간이 낭비되지 않게 감시하고. 시간은 흘러가는게 아니라 소비되는. 일과 여가의 자연스러운 교체가 추상적 시간표로 강제로 대체됐다. 시간표에 맞춘 삶  


시간의 오묘함을 사실 이날 아침 이 기사를 보면서 생각했더랬다.

늦게 발표된 윤초..클라우드 보안 이슈는?

세슘 원자시계와 실제 지구의 자전속도 차이로 나타나는 1초의 윤초. 가상공간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니, 1초는 얼마나 신비한가ㅎㅎ


생각보다 재미나서 휘릭! 유리나 얼음이 삶을, 사회를, 역사를 바꿔버린 얘기들 #우리는어떻게여기까지왔을까 저자인 스티븐 존슨의 전작 #탁월한아이디어는어디서오는가 더 잼나다는 May의 추천도. 관련 May가 보여준 완전멋진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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