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과 성실함이 답이라는 쿨한 소설가
지난주에 읽다가 절반 남은 걸 후딱 완독. 일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더라..정도는 아니고 좋아하는 일에 적절하게 몰입하는 것에 대한 거장의 팁. 가볍게 생각을 이어주는 #직업으로서의소설가
지난주 운운하는 이 트윗이 6월의 것이다...ㅠㅠ 어쨌든 생각보다 훨씬 즐겁게 읽었다. 역시 하루키는 에세이인가. (평소 작품 속 여성관이 그다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렇지..) 거장의 이야기는 어딘지 매혹적인 구석이 있다. 직업을 가지고 사는 누구라도 귀담아 들을 만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의외로 모범적이라 당혹스러울 수는 있지만ㅎㅎ 트윗 메모 몇 개만 남겼는데, 어쨌든 정리.
다행히 그 무렵엔 젊은 사람이 가게 하나 개업하는데 지금처럼 막대한 돈은 들지 않았습니다. 취직하고 싶지 않다, 사회 시스템에 꼬리를 흔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의 사람들이 곳곳에서 작은 가게를 열었습니다/ 하루키 재즈바 쥔장시절 얘기. 저런 길이 있어야
저 대목에서 가슴이 시렸다. 대학 졸업 무렵, 대기업 가는 건 그다지 어려운 도전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 길이 왠지 아닌 것 같아서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고, 대학원이 생기지 않은 황당한 상황을 맞아 준비 없이 유학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얼결에 신문사에 합격해 사회에 나왔다. 취직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도 길이 열려 있던 시절이다. 작은 가게 하나 내는 것이 이토록 힘들다면, 나는 건물주들의 탐욕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믿는다.
사회 전체에 아직 틈새 같은게 꽤 많았던 시절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빈틈을 잘 찾아내면 그걸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난폭하기는 해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시대였습니다.. 난방기구가 없어 추운밤 고양이를 끌어안고 자는
틈새가 사라진 도시는 거대한 절벽. 어디든 내 틈을 만들 수 없다면 낭떠러지. 난방기구가 없어 고양이를 끌어안더라도 희망이 있는 시대와 미묘하게 다르다.
폴 발레리가 아인슈타인을 인터뷰. "착상을 기록하는 노트를 들고 다니십니까?" 아인슈타인은 온화하지만 진심으로 깜짝 놀란 표정으로 "아, 그럴 필요가 없어요. 착상이 떠오르는 일이 거의 없으니까"..정말 중요한건 쉽게 잊히지 않는법
ㅎㅎ 살짝 웃겼다. 착상이 떠오르는 일이 없다는 당대의 거인. 아인슈타인은 그 유명한 상대성 이론을 발견하기 이전과 이후, 별로 가치 없거나 잊혀진 논문을 수도 없이 썼다. 꾸준히 한결 같이 논문을 썼고 그 중 잭팟이 터졌다. 정말 중요한 건 잊혀지지 않는다는 말도 새겨둔다.
장편소설을 쓸 경우, 하루 200자 원고지 20매를 쓰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Mac 화면으로 두 화면 반. 좀 더 쓰고 싶더라도 20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 오늘은 뭔가 좀 잘 안된다 싶어도 어떻든 노력해서 20매까지는 씁니다.
아인슈타인도 그랬다니까! 장강명도 그렇지. 특히 소설가라면 자유로운 영혼들 같지만 알고보면 성실함이 힘.
'근육은 빠지기 쉽고 군살은 붙기 쉽다'는 것이 우리 몸의 하나의 비통한 명제입니다..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사고능력도 미묘하게 쇠퇴..사고의 민첩성, 정신의 유연성도 서서히 상실됩니다. 작가는 군살이 붙으면 끝장..
체력단련!ㅠㅠ 작가는 군살이 붙으면 끝장이라... 얼마전 건강검진 결과, 9kg을 빼라는 경고를 받았다. 작가가 아니라서 괜찮다... 고 하기엔, 사고의 민첩성과 정신의 유연성에 문제가 생길거라니. 지적 허영으로 먹고사는 나로서는 무서운 얘기 아닌가. 그리고, 저런 정신 자세로 소설을 쓰다니.. 대.단.하.다..
때로 술, 여자에 빠지고..파탄과 혼돈을 통해 문학을 자아내는 소설가? 스페인 내전에 참가해 포탄 속에 타자치는 작가?..평온한 교외에서 일찍 일어나 날마다 조깅을 거르지 않고 야채샐러드를 좋아하며 매일 정해진 시간 글을 쓰는 작가라니
저런 점이 좀 좋다. 사실 술과 여자에 빠지는걸 문인의 통과의례인양 착각하는 이들도 있고. 최근 왜 내 시집 기사 안 써줘요?[촉·감] 한국 문단과 여혐 기사 이후, 내 눈에 이성적인 트윗과 달리, 페북에서는 시인을 편들고 기자를 조리돌림. "보지들은 왜 이렇게 기사를 감정적으로 쓰냐"는 커뮤니티 댓글도 봤다.
예술가라 해도, 비뚤어진 여성관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시대가.. 아직도 아닌듯 하지만 곧.. 하루키도 <1Q84>라든지, 그 전 작품에서도 여성에 대한 괴이한 판타지가 늘 맘에 걸렸지. 무튼. (아, 칭찬하고싶은 좋은 에세이를 읽어도 평소 맘에 안 들었던게 계속 튀어나와 발목을 잡는다.. 나는야 뒤끝 있는..흑)
원자력발전처럼 치명적 피해 가능성 있는 설비를, '수치 중시' '효율 우선' 체질의 영리기업에서 운영할 때, 인간성에 대한 공감이 결락된 '기계적 암기' '상의하달' 관료 조직이 그것을 '지도' '감시'할 때, 소름끼치는 리스크가
소설가 눈에는 더 예민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우리도 현실을 분명히 봐야하겠지. 솔직히.. 저 문장 잘 읽어봐라. 소름 돋지 않나?
학교 공부보다 더 즐거운 일이 세상에 많았습니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바다에 수영을 하러가고 야구를 하고 고양이와 놀고, 큰 뒤에는 친구들과 철야 마작을 하고 여자애와 데이트를 하고..그에 비하면 학교는 따분..당연한 얘기군요
그렇군요
모두를 즐겁게 해주려고 해봐도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오히려 나 자신이 별 의미도 없이 소모될 뿐입니다. 그러느니 모른 척하고 내가 가장 즐길 수 있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익숙한 명언. 근데 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 찾는 것도 오래 걸린다. 그래도 나에 집중하면서 시간을 쌓아야겠지. 사실 사회에 대한 관심도 다 나에게 집중하는 이기적 마음에서 나오는 거라 생각. 무튼, 내가 즐길 수 있는 걸.. 성실하고 꾸준하게...
작년 9월. 하루키는 이 책 초판 10만부 가운데 약 90%를 일본 최대 서점 기노쿠니야(紀伊国屋)를 통해 유통시켰다고. 인터넷 서점에 대항? 도시 서점 응원인데. 하여간에 초판 10만부라는데 일본의 저력을 재확인.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하루키는 초판 만만찮게 찍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