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가 만 리뷰. 오늘 서랍 대 방출ㅠㅠ
원숭이들이 타자를 아무렇게나 두드린 결과,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이 타이핑되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18세기 장 달랑베르, 19세기 앙투안-오귀스탱 쿠르노도, 1930년대 칼 포퍼도 비슷한 얘기를 했지만 우리는 이를 ‘보렐의 법칙’이라 부른다. 이건 ‘스티글러의 명명 법칙’인데 어떤 과학 법칙도 원조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지는 않는다고ㅎㅎ
희박한 확률의 사건이 왜 일어나는지 설명하는 책. ‘임팩트 북스터디’ 멤버들은 이날 끊임 없이 질문했다. 우리가 이같은 대통령을 가질 확률은 얼마나 됐을까. 인과관계가 있었을까? M은 말했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부터 시작된 사건이라고.
실제로는 없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믿음. 이날 토론은 기승전그녀. 우연한 무언가에 홀린채 수십 년을 보내야 했던 그녀. 일단 형성된 미신은 저절로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제대로 된 과학 실험을 논외로 하면, 보통 사람들은 가설의 진위를 검증하는 일을 그다지 잘해니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사람들은 자신이 품은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사건에만 주목하고 반대되는 사례는 무시하곤 한다. 이게 바로 확증편향, confirmation bias. 일찍이 프랜시스 베이컨이 이렇게 말했단다. (그가 아첨으로 자리에 연연했던 인물이라는 점은 잠시 잊자)
인간의 지성은 일단 어떤 견해를 채택하고 나면..그 견해를 추인하고 뒷받침하는 모든 것을 끌어들인다. 설령 반대 견해에 부합하는 사례가 더 많고 그 중요도가 더 크더라도 인간의 지성은 이를 무시하고 얕잡아 보거나 모종의 차별을 하여 제쳐두고 내친다.. 이런 헛된 자만심에서 기쁨을 얻는 사람들은 사건이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면 주목하지만, 일치하지 않는 훨씬 더 많은 경우에는 그것을 무시하고 간과한다.
라스푸틴과 '시리' 얘기냐고? 리처드 닉슨은 점성술사 진 딕슨의 예측을 토대로 (결국 발생않은) 테러에 대비했다. 레이건 부부는 진 딕슨 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의 한 여성 점성술사에 의존했다고, 그녀의 승인을 받아 주요 결정 내렸다고 비서실장 리건이 회고록에서 공개했다. 저 대목 읽는데 소오름...
진짜 영험했을까? 성공적인 예언자가 되려면 1) 당신 이외에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징후를 활용하고 2) 모든 예언을 애매하게 하고 3) 최대한 다양한 예측을 하라고 한다. 마침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고 와서, 웬만하면 예언과 점성술을 믿어보고도 싶지만 역시 확률게임일 가능성이 높다. 여러 가지 기적? 과학소설가 아서 클라크는 “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마술과 구분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