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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an 07. 2017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정답 대신 다 괜찮다고


관용이나 다양성이 점점 사라지고. 배타적이고 편협해지는, 실패나 불행, 남과 다른 것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 언제나 미래지향적으로 살라는 압력..에 대해 차분한 일본풍 에세이. 2016년 가장 남는 책으로 꼽은 J온니 만큼 감동을 받지는 못했지만 여러 부조리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사람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사회학자라니, 사회학이란 학문의 매력 만큼은 혹할 만 했다. 어쨌든 새해 첫 책이라, 코멘트 몇개 만 정리한다. 


대다수 남성은 작은 것을 귀여워하고 기르는 일은 잘하지 못한다. 서투르기도 하고, 꺼려하기도. 본능 성격 아니라 자라온 환경과 사회 전체의 가치관이 개인을 그렇게 개조..혼자 사는 고령의 여성은 빨랑빨랑 주위에서 친구를 찾아내지만...
 
화단, 꽃으로 대화 시작하는 여자들..많은 남성에게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일이 아니면 타인과 이어지는 일이 없다. 일과 관계가 없으면 대화를 나눌 수 없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가볍게 말을 걸고 가볍게 화분을 주고받았으면 


남자들이 나이가 들수록, 특히 고령엔 요령부득이란 생각을 하곤 하지만.. 읽다보니 내가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길러진 남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화단의 꽃을 주제로 옆 집 아주머니와 길에서, 가게 앞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대화를 이어갈 자신이 없다.. 그러나 가볍게 대화를 건넬 수 있는 사회란, 그런 공동체란. 


전세계에서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은 아무 일이 늘 일어난다..'누구에게도 숨겨놓지 않았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서사는 아름답다. 철저하게 세속적이고 철저하게 고독하며 방대한 서사. 하나하나의 서사가 무의미함으로써 아름다운 #단편적인것의사회학

저 대목은 첫 장에 나오는 건데.. 평소 타인의 블로그 관찰을 업으로 하는 학자가,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타인의 서사에 대해.. 무의미함으로써 아름답다고 하는 대목은 뭐랄까.. 아름답다. 


행복이란 거기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낳는다는 의미에서 폭력적.(무정자증으로서) 결혼식에서 건강한 아기를 낳기 바란다는 식의 말을 들으면 심경이 복잡해진다. 이성애자의 결혼식 자체가 동성애자에겐 억압. 귀여워 잘생겼어요 말도 덧없는 꿈 #단편적인것의사회학


저자는 불임이었던게 아마도 소수자 감수성의 트리거가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상처가 사람을 더 성숙하게 만든다는 건 오래된 진리. 내가 평생 아토피 환자로서 겪어온 일들이 공주병을 면하게 만들었고, 인간성이 좋아지게 만든 비결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것도 그 비슷한 뭔가가 아닐까. 실패나 불행이 허용되지도 않는 사회라 하지 말고, 조금 느슨하게 평범한 삶을 인정하는게 모두에게 나을텐데. 모두가 미친듯이 성공을 향해 달려가지 않아도, 괜찮아 다 괜찮아.. 라고 해줄 수 있으면 그게 정말 괜찮을텐데. 어쩌면, 이런게 새로운 미래의 시대정신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어차피 선택의 여지란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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