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김민식 PD에게 팬심을 가지게 된 건.. 미안하지만 그 분의 작품 <뉴 논스톱>이라든지, 그런 방송 때문이 아니다. 그 시트콤 나올 무렵에도 이미 겁나 바쁜 인생이라 제대로 볼 틈이 없었다. 그러니 본업이 PD인 분에게, 저는 님이 넘나 좋아요~ 라고 한 건, 모두 이 블로그 덕분. 은근히 꾸준히 오랫동안 보고 있다. 왜? 재미있으니까. 예능 하시던 분이다. 재미를 다루는 내공이 일반인과 다르다. 글에서도 그게 다 느껴진다. 하루 1000명이 방문하는 블로그라 하시던데, 그럴만 하다.
팬심 운운할거면, 사실 진작 봤어야 했는데... 요즘 바쁜 척 하느라, 못 보던 중에 발견한 인터뷰!
출간 한 달 반 만에 25쇄. 글쟁이 김PD님 블로그 팬으로서 그래, 오늘은 이 책을 봐야지.... 근데 책이 어디갔지? 허둥지둥 찾았고. 그냥 바로 빠져들었다. 그런 책이다.
그만뒀다고? 그래도 무조건 버텨야지.
아무리 힘들어도.버티면 언젠가 상황이 좋아질까요?
그럴거라 말해주고 싶은데, 그렇지는 않을거야. 대신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될거야
서문에 나오는 에피소드. 공감하는데, 살짝 짠하다. 나 역시 열심히 하다보면 길이 보일거라, 내가 더 나아질거라 믿었다. 그래서 달려오긴 했는데, 사실 그 과정에서 '버틴다'는게 그리 쉬운게 아니다. 김PD님은 바로 이 뮤직비디오 <MBC 프리덤>으로 인해 중징계를 받았다.
예능 피디로 10년을 일했지만, 뮤직 비디오는 만들어보지 못했다. 늘 신나는 뮤직 비디오 한 편 찍는 게 소원이었는데, 파업 덕분에 꿈을 이뤘다. 조합원들과 함께 ‘MBC 프리덤’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 유튜브 조회수 30만을 넘겼다. 그 공을 회사로부터 인정받아 정직 6개월의 징계까지 받았으니 황송할 따름이다. 당시 어떤 드라마국 부장님을 만났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네가 전에 드라마 만들 때는 아쉬운 점이 좀 있었는데, 이번에 ‘MBC 프리덤’을 보니 연출이 많이 늘었더라.” 드라마가 아니라 파업 홍보 영상으로 연출력을 인정받는 피디, 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 2013. 2>
지금 봐도 명작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몇 년 세월, 그리 쉽지 않았음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어두운 시기였다.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으셨을 터. 그런데, 이 분은 어느날 영어 공부 이야기로 부지런히 블로깅을 시작하셨다. 조기유학, 어학연수 없이 한국 토종으로서 통역사가 됐던 비결. 거침 없고 무모하고 찬란한 그 도전기로 급기야 이렇게 대박을 터뜨리셨다. 10만 부 거뜬히 팔릴 기세. '버틴다' 그런데, 기왕이면 '즐겁게 뭔가 하면서'..라는 인생 철학이 결국 이겼다. 더 나은 사람, 더 멋진 사람이 되신게 분명하다ㅎㅎ 버티면 또 어둠을 밀어내고 빛이 올테니. 버티는 전략이 맞았다.
이 책은 일종의 영어공부법 전수기. 그런데, 그냥 아는 옵바의 편안한 인생 상담이기도 하다. "영어 실력만 향상되는 게 아니라, 이러다 정말로 인생이 바뀔 것 같다"는 김태호PD의 추천사는 몹시 정확하다.
통역사 출신 PD..가끔 선배들이 놀려요. 영어 공부한 거 후회하지 않냐?..스티브 잡스가 그랬죠. 인생에서 '점과 점은 이어진다'고. 인생에서 버려지는 노력은 없습니다. 그걸 믿으면 힘이 생깁니다. 힘들어도 지속하는 힘 말이에요
사연이 궁금하면 책을 보시라. 영어 공부가 어떻게 그에게 기회가 됐는지. 좀 황망하긴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 일이 본디 그렇다ㅎㅎ
조기종영..창피했어요. 하루는 송창의 국장이 저를 부르셨어요..
프로그램 망해서 쪽팔려 죽겠지? 난 말이야.네가 이번에 망한게 아주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 올해 나이가 몇이냐? 캬아. 좋을 때다. 프로그램 말아먹기 참 좋은 나이로구나
서른 중반엔 저런 경험이 다 약이 된다는 걸, 좀 더 나이 든 다음에 알게 된다. 그나저나 글 참 맛깔나게 쓰신다.
나이 마흔에 일본어 공부하는 저를 보고 아내는 "머리가 좋은게 아니라 미련한것. 그렇게 공부해서도 안되면 그게 이상한거" 저는 머리를 믿지 않아요. 습관이 깃든 몸을 믿습니다. 무엇을 잘하려면 매일하는것 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을 통째로 외우시는 분. 왕도는 없다며, 기초회화 10문장씩 날마다 외우면 된다고 하는 분. 실제로 그렇게 해서 통역대학원을 다녔고, 그렇게 해서 중국어와 일본어, 스페인어도 하고 있다고...
얼마전 <중국 만리장정> 읽다가, 중국어 배우고 싶은 욕심이 난다는 둥 했으나 여전히 진도 전혀 안 나간 인간으로서..
게다가 마침, 2013년 인터뷰 하나를 주말에 만났다.
수학 잘하는 방법 물어보면 "열심히 하는 것"이라는 말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서점에 가면 공부를 잘하는 법에 관한 책 많이 있지만 사람들은 그걸 읽어도 자신에게 적용을 하지 않는다. 가장 뛰어난 수학자들은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다. 시간을 투자하고 열심히 하는 것이 방법인데, 그것은 좋아해서 계속 생각을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공부 자체를 좋아하는지 사회생활 하면서 알게됐다는 분들이 종종 있다. 학창 시절에는 그걸 알기 어렵다는게, 안타까울 뿐. 나도, 내 아이들도.
사실 어떤 주제든 파고드는 과정은 설레이는 만남에 이어 핵심 고리를 찾아가는 즐거운 여정... 기왕이면 두루두루 딴 짓도 좀 해보고, 그 경험을 자산 삼아 길고 깊게 들어가며 연구하는 삶.. 그게 아름답다. 수학을 '열심히 하는 것'에서 답을 찾은 오희 교수님이나 책을 통째로 외운 김PD님, 그래서 아름답다. 영어 공부 노하우 깨알처럼 담으셨는데, 삶의 태도까지 배운다.
사실 생의 마지막에는 자신이 소유한 돈보다 자신이 즐겼던 추억만 남는답니다..우리는 돈으로 모든걸 사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어요. 건강도 외모도 행복도. 사실 이 모든건 돈으로 살 수 없어요. 오로지 시간으로만 살수 있습니다. 영어도
저 대목에서는 뜬금 없이 13년 전 리뷰를 퍼오게 됐다ㅎㅎ 난 정말 시간이 없는게 넘나 아쉬운 사람인데ㅎㅎ 아등바등 않고 삶을 즐기면 시간이 늘어날까. 김PD님 책에 나오는 '뽀모도로' 시간 쓰기는 해볼 참이다. 25분 단위로 집중하는 시간 관리.
젊어서는 시간이 천천히. 처음 해본 것이라 기억이 오래 남는답니다. 첫 데이트, 첫 키스, 첫 이별.. 나이들면 다 해본 것들이라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군요. 남는 기억이 없는 시절은 후다닥 지나가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인생을 천천히 오래도록 즐기는 비결은 오래가는 추억을 많이 남기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전에 해보지 않은 일,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이 많아야 하지요.
김PD님은 저 대목에서, 설거지 하면서 팝송을 부른다거나 하여간에 역시 영어 얘기를 하셨지만, 그게 아니라도 상관 없지. 인생 별거 없다, 그 순간 좋은 기억들을 많이 만드는데 열중했고, 앞으로는 도전을 늘려야겠지. 바로 저 대목을 인용하며, K온니에게 '작당'을 함께 하자고 꼬셨는데, 혹 성공한다면 역시 이 책에 감사할 것 같다. 그게 아니더라도 참 고마운 에세이. 읽는 내내 즐거웠다. 앞으로 뭘 하든, 즐거움을 더하려고 잔머리를 굴리게 될 듯.
김PD님, 존경은 예전부터 해왔지만, 절대 무공을 위한 비급을 이렇게 널리 알려주셔서 감사^^
그리고 이젠 <MBC 프리덤>보다 더 근사한 작품으로 다시 뵙고 싶다.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미리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