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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an 02. 2016

<10년 후 세계사> 우리가 만들 미래

점점 나빠지는 세상,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잖아


There is no justice in the world. Not unless we make it.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대사라고 L님이 말했다.
노신의 <희망은 길과 같은 것>이 떠오른다. 본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으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


<10년 후 세계사>는 미래의 역사가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외치는 책이다. 국내 최고의 국제문제 전문가인 구정은 기자가 ‘시대를 관통하는 글로벌 이슈’를 횡으로 종으로 그려냈다. 내 오랜 동료이자 벗이지만 과장 없는 얘기다.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정규직이 없는 무서운 시절이 온다”는 것이 첫 번째 어젠다. Zero Hour, 즉 최저근무시간 0시간 제도가 이미 등장했다. 채용계약에 별다른 근무시간을 명시하지 않은채 고용주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해주는 ‘5분 대기조’. 영국에서는 이미 58만명이 넘었단다. 영국의 사례는 잘못된 일자리 정책이 어떻게 미래를 바꾸었는지 생생한 증거다. 마가렛 대처 정부 이후, 영국 노령층은 4분의 1이 빈곤층이란다. 이는 이탈리아의 5배, 아일랜드의 3배. 영국 아동의 1/5가 빈곤한데 이는 이탈리아의 2배, 핀란드의 6배다.


노동조건이 열악해지면 빈곤이 증가하고,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늘어나고, 그렇게 되면 노동 조건은 더 열악해지고, 빈곤은 더욱 늘고..그렇게 순환하면서 사회가 서서히 붕괴된다



저항도 쉽지 않다. 2014년 캄보디아 의류노동자 최저임금은 월 80달러.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노동자 시위대를 상대로 군대가 발포했다. 5 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노동이 망가지면 늙어서는 더 괴롭다. UN통계에 따르면 이미 전세게 60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이 DKNY(독거노인). 한국의 경우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49.6%로 OECD 평균 12.6%보다 훨씬 높다. 잘 사는 나라라고 평온하지도 않다.


실리콘밸리 새너제이 20분 거리에 '정글'. 미국에서 가장 큰 노숙자 공동체. 실리콘밸리 중간 소득은 '13년 9.4만달러. 미국 전체 5.3만달러를 훨씬 웃돈다. 그런데 정작 실리콘밸리 중심지역 샌타클라라 카운티 주민 19%는 빈민


국가의 존재 이유 


국가는 동맹국을 모으거나 이데올로기 강화하고 안보와 애국심을 강조. 그러나 도시는 시민들의 교육과 문화를 증진시키고 쓰레기를 치우며 버스를 운행하고 상수도를 확보. 즉 도시가 국가보다 인류와 일상의 문제를 더 잘 해결하는-벤자민 바버

저런 시각으로 본 적 없으나 곰곰히 생각할 여지는 있다. 국가가 납세자를, 유권자를 보호하는 사회적 계약 관계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은 여기저기서 제기된다. 

2014년 6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이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를 점령하고 IS 건국 선포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이라크 북부 모술 댐을 장악한 것. 물부족에 가뭄에 시달리는 현지에서 댐이야 말로 최대 무기..

물을 장악해 지배자로 군림했던 매드맥스가 현실이라니ㅠ


세계 인구 80% 재산이 전세계 부의 6%. 전세계에서 학교 문턱 한 번도 넘어보지 못한 아이들 5700만명. 특히 아프리카 최빈국들은 분쟁의 덫, 천연자원의 덫, 나쁜 이웃을 둔 내륙국가의 덫, 작은 국가의 나쁜 통치라는 덫에…

국가는 자원을 팔아 달러를 모으고, 그것으로 무기를 사서 통치한다. 제3세계에 흔한 모델이다. 국가간 이합집산도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다. 착한 나라는 없는건가.


3대 기부국 미국 프랑스 일본은 자국 이해관계 원조로 악명 높다. 미국은 우방인 이스라엘 이집트 사우디에 '군사원조'라고 무기 팔고. 일본은 유엔 과거사 이슈 등에 일본 뜻에 동조해 표를 던질곳 원조. 프랑스는 옛 식민지국가 규합용
아이티는 1804년 세계 최초로 흑인 공화국. 그러나 프랑스는 곱게 물러나지 않았다. '식민지 졸업 대가', 프랑스 농장주들이 포기한 땅과 노예에 대한 보상 요구. 9천만 프랑(오늘날 약 1.5조원)..이 부채로 아이티는 완전히 피폐해졌다.
올랑드는 '15년 5월 프랑스 대통령으로 처음으로 아이티 방문. "우리가 과거 아이티에 한 행동에 '도덕적 부채'를 느낀다. 과거를 바꿀순없지만 미래를 바꿀수있다"고 연설. 가해자인 프랑스는 쉽게 미래를 얘기하지만 아이티 과거는 현재의 고통


‘열강’들의 오늘과 내일


중국 경제의 연착륙 경착륙 말은 많지만, 그래도 망할 일은 없다. 경제는 굴러갈게다. 그렇다면 정치사회는 어떨까. 최근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물론 민감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 허락 없이 SNS도 함부로 올릴 수 없는 ‘반테러법’이 통과된 나라다. 2009년 위구르족과 한족 노동자가 충돌, 위구르족이 2명이 숨졌다. 이는 한족 100명을 살해하는 폭동으로 번졌고, 진압 과정에서 살해되거나 처형된 위구르인이 1만명을 웃돈다. 대륙의 스케일! 2014년 11월 현재 이런저런 이유로 구금된 변호사만 300명이 넘는다. 


시진핑 주석은 '부패와의 전쟁' 2년만에 공직자 18만명을 낙마시켰다. 장차관급 55명이 사법처리됐다. 해외도피 부패사범을 잡는 ‘여우사냥’에도 착수했다. 대륙의 스케일! 그러나 적당히 봐주고 있었다는 반증이고, 적당히 일벌백계하지 않을까.


미국도 역시 미국이다. 알프레드 맥코이라는 전문가는 “미국의 몰락은 생각보다 빨리 2025년쯤 올 것”이라며 “아마도 미래의 역사가들은 2003년 부시 행정부의 분별없는 이라크 침공에서 몰락이 시작됐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한다. 군사 놀음에 경제 방치 우려한 건데 2010년 예측이다. 지금 미국은 디지털강국. 정보제국주의의 위세가 느껴진다. 오히려 팍스아메리카나3.0도 거론된다. 셰일가스 덕분이다. 미국의 석유 총생산량은 아랍에미리트연합 쿠웨이트 넘어섰다. 세계 1위 산유국이다.  미국이 중동에 개입하던 배경이 달라진다는 점은 주목된다. 석유 최대 수입국은 이제 중국이다.


고통은 계속된다.

전쟁 자체가 국가 대 국가 싸움이 아니라 무장집단 분쟁으로..'전쟁의 탈규제화'. 용병과 '전쟁의 민영화'가 이를 부추기고 잔혹성을 더하게 만든다. 그러나 중요한건 용병의 인력풀인 '좌절한 젊은이들을 양산하지 않는 사회체제'로 가는일


이민자, 혹은 무슬림이 나쁜게 아니라 배타적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방인, 경제적 소외에서 출구가 없는 이들이 문제가 된다. 누구나 희망을 필요로 한다. 그걸 만들어주는게 정치, 경제.

냉전 후 민주주의 승리를 믿은건 오만함. 고대 아테네 외 2천년간 민주적 정치체제는 없었다. 플라톤은 민주주의를 최하층 시민들이 제 분수도 모르고 남의 자리를 넘보도록 고무하는거라고. 167개국 조사에서 완전한 민주주의는 24개국뿐

그래도 현재까지 등장한 체제 가운데 모두에게 평등한 한 표를 부여하고, 최선 혹은 차선을 찾는 제도라 여겼건만, 그 조차 쉽지 않다. 선거민주주의는 자본이 삼켜버렸고,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미디어는 많은 나라에서 휘청거린다.

1930년대 처음 출현한 에이즈. 1980년대 미국 유럽까지 전염된 뒤에야 치료제 개발 본격화. 1975~2004년 개발된 1500여 신약 중 단 10개 만이 아열대성 질병 치료제. 나머지 신약은 모두 당뇨 암 비만 등 서구형 질병용

자본이 민주주의나 미디어에 미친 해악은 그렇다치고, 이렇듯 사람 목숨도 가볍게 만든다. 이 같은 경향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면 불공정한 힘의 불균형은 10년 후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다양한 이슈에서 균열과 갈등을 목격하고 있다. 누군가, 혹은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줄 테니 ‘가만히 있으라’고 한들, 불안함이 달래지지 않는다.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우리가 길을 새로 내야 한다. 10년 후의 미래가 계속 나빠지도록 내버려두는건 너무 바보 같은 짓이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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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강추. 세계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10년 후를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생각을 키워주는. 십수년 국제 문제 다뤄온 내 친구 @ttalgi21 니까 이렇게 쓸수있다. 저자 사인 자랑! 


앗. 그리고.. 공저자인 정유진씨와 이런 책에 어울리는(?) 고퀄 만화를 적절하게 넣어주신 김태권님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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