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작가다. 이름만으로 신뢰한다. <능력자> <쿨한 여자> 등에서 현란한 구라의 힘을 알아뵈었다. Opelia가 극찬하지 않았어도, 사실 꼭 봤을 책. 그의 구라는 에세이에서 또 남다른 재미가 있더라. 가끔 트윗이라든지 떠도는 링크 덕분에 몇 번 봤다. 성실한 작가답게 워낙 여기저기 많이 쓰신 덕분도 있을 듯.
식탐 많은 인간 답게 <꽈배기의 맛>부터 집었더니. 5년 전 책이다. 이른바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 - 오늘의 작가상에 빛나는 최민석의 정통에세이>의 개정판이란다. 2012년 책인데, 아무도 외울 수 없는 작명 탓에 망한 책이라고.
꽈배기. “지나치게 달달하거나 느끼하지 않게, 그러나 적당한 기름맛과 설탕 맛이 배게 쓴다”는 글이다. '꽈배기의 맛'이란, 처음엔 설탕맛과 겉은 바싹하고 속은 부드러운 맛으로 먹지만, 본질은 한 번 맛보고 나면 다음부터는 '무슨 맛인지 모르고 계속 먹게 된다'는 것.. 딱히 비판 하거나, 딱히 건강 따위 따져가지 않고 자연스레 사먹는 그 것.. 그래서 만만한 글이 되고 싶다는 취지라나.
중간중간 키득거리는 맛으로 읽거나. 혹은 글맛에 슬쩍 홀리거나 하는 재미. 그가 생각하는 '완벽한 하루'의 묘사에 잠시 아득했다. 꿈도 꾸지 않은 여유가 구체적으로 손에 잡힐 듯 하다.
저 문장에 눈길이 머문 것은 물론 일상의 디테일에 반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먹는 얘기. 하얀 생선살을 간장에 찍어 먹는 그 장면을 상상하며 침을 꼴깍 삼키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일에 대한 묘사에 나는 집착한다. 식탐은 나의 물리적 허기에만 작동하지 않고, 뇌를 건드린다. '바다를 보며 맥주를 마시고, 식당 칸에서 차창을 보며 작은 와인을 한 병씩 따서 마셨다. 포르투갈의 시골을 배경으로 500ml 생수병만 한 와인과 함께 대구 요리를 먹으며 달리는 기분은 말 그대로 좋았다. 아드리안해에서 막 수영을 마친 뒤, 해변에서 파는 크로아티아의 생맥주 역시 언제 회상하더라도 기분이 좋아진다' 같은 문장을 만나면, 꼼짝 마~ 그런 기분. 그게 좋아서 읽은 음식 에세이가 얼마던가. 그래서 꽈배기 에세이가 더 좋다.
사실 먹고 사는 얘기 말고도, 뻔뻔하고 성실한 최 작가의 이야기는 결코 우울할 틈이 없다. 그래서 조금 지쳤을 때, 슬그머니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데 눈 돌리기에 좋다. 뭐 그렇다는 얘기다.
사실, 가을에 읽어놓고.. 정리를 못하고 있다가, 연말정산이랍시고 몇 줄 덧붙여 마무리해야 하는데.. 욘석! 요미야! 계속 키보드에 머리 대고 눕지 말란 말이다. 째려보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