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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Apr 08. 2018

<도시의 승리> 연결의 가치

트레바리 1801 시즌 ‘그래 도시’ 마지막 책

도시의 승리인지, 쿠쿠리히메의 승리인지. 어제 누군가가 마시다 남긴 술이라며 K님이 하사해주신 덕분에 간만 좋은 술 한모금 맛봤어요. 도시와 건축 이야기로 네 달 동안 한 달에 한 번 즐거웠고. 오늘이 마지막날. 워낙 바쁜 날들이라는 핑계로 책을 다 읽지도 못하고 구라 리뷰도 했는데, 들춰볼수록 잼난 책입니다. #도시의미래 #트레바리 #그래_도시 #쿠쿠리히메 #구라리뷰



"..등 많은 요인들이 서양의 부흥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보다는 이탈리아, 잉글랜드, 저지대 국가들의 상업 도시들의 성장이 미친 영향이 더 컸다. 상인들이 통치하는 도시의 성장세가 왕과 귀족들이 이끄는 도시의 성장세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54쪽)


어쩌면 '도시'라고 정의되지만, 교역 등을 통해 '연결된 사회'가 열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재화와 노동력을 나누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런게 개발이고 성장이겠죠. "국가의 성장은 도시가 아닌 마을에 달려 있다"는 간디가 틀렸다고, 인도의 성장은 인도의 도시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타당합니다. '마을'이라는 공동체는 대체로 1차 산업으로 자급자족, 안분지족이 가능한 방식으로 정의되지 않던가요. 성장은 도시의 몫이죠.. 다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도시라서 인간이 더 풍요를 누릴 수 있게 됐다는 해석보다는, 도시화의 필연적 출발이자 과정인 네트워크가 관건이 아닐까.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가 사상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결국 아테네의 네트워크가 기반이 아니던가. 그 과정에 숟가락을 놓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고, 네트워크는 더 풍성해지고.. 'Connect Everything'을 목표로 했던 기업에서 일했던 경험 탓인지 '연결'의 가치가 도시의 핵심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도시'가 그저 공간인지, 구조인지, 네트워크인지 다소 생각이 복잡해지는 와중에, '도시'의 경계, 정의도 새삼 어렵습니다. 시골과 도시의 경계가 1차 산업이냐, 제조와 서비스까지 '성장'을 추구하느냐, 이렇게 구분될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마치 도시의 반대편에 평화롭고 친환경적인 '촌'이 있는 것 처럼 생각하지만 그런 이분법도 정답은 아니라면서요. 빽빽한 도시가 더 친환경일 수 있다는 주장은 신선합니다. 오히려 시골과 도시가 아니라 '그냥 도시'와 '엄청 큰 도시(메가 시티)'의 차이가 더 클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우리나라는 국토 12% 수도권에 인구 50%, 1000대 기업 74%가 몰려있습니다. 30년 안에 전국 시군구의 37%가 사라질 위기입니다. 그래서 자치와 분권이 현재 발의된 헌법 개정 방향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도시는 사라지기도 하고, 끝없이 비대해지기도 합니다. 불공정과 불평등을 더 키우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방분권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 블랙홀처럼 주변을 빨아들이는 메가시티의 성장에 제동을 겁니다. 쇠락하는 도시를 살려내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즉 '도시의 승리'보다는 '일부 소수 도시의 승리'를 보고 있습니다. 마냥 도시 편을 들어주기 어렵습니다. 저자 말대로 '20세기는 도시의 훌륭함이 아니라 도시의 누추함을 배운 시기'라고 할 때, 도시를 잘 설계하면 모두 윈윈이 되는 걸까요? 군산과 통영이라는 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포드는 엄청난 규모가 자동차를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게 해주었지만, 자족적 기능을 하는 초대형 공장들이 경쟁과 연결이라는 도시의 미덕들에 적대적이라는 것도 깨달았다...디트로이트를 덜 숙련된 도시로 만듦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피해를 주었다"(99~100쪽)


디트로이트의 사례를 연구하면, 도시를 살려내는 길이 보일까요? "쇠퇴하는 산업 도시들을 부활로 이끄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소규모 창업과 상거래 장소로 출발했던 때로 되돌아가야 한다. 교육에 투자하고 적절한 세금과 규정을 통해서 핵심 공공서비스를 유지하는 것 외에는 이런 과정을 빨리 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132쪽) 왜 어떤 도시는 실패하고, 어떤 도시는 성공하는 것일까요. 뉴욕은 '여전히 탐욕스럽게 성장하는' 금융 기반 도시라는게 운이 좋았던 것일까요? 매력적인 도시를 만드는데 주력한 몇 명의 리더 덕을 본 걸까요? 신발산업 쇠퇴 이후 항구라는 잇점을 그다지 살리지 못하던 부산이 문화도시가 된 건 어떤가요. '도시' 자체가 과연 미래일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도시'는 과정이고 산물이 아닐까요.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좋은 책과 토론이 기대됩니다. 


사실 책을 아주 조금 읽고, 일단 토론에 참석하기 위해 독후감을 정리한 거라, ‘구라 리뷰’라 한 겁니다. 워낙 바빴던지라, 리뷰부터 올리고 책을 조금 더 보긴 했는데, 챕터 별로 관심 가는 부분 골라 읽어도 충분히 영양가 있습니다. 예컨대 ‘도시는 왜 쇠퇴하는가’라는 챕터를 보고, ‘도시 확산, 스프롤 현상은 왜 심화되는가’, 즉 왜 도시를 떠났는지, 자동차의 등장이 도시를 어떻게 바꾸는지, 100만명이 휴스턴으로 이주한 까닭이라든지.. 결국은 교통과 더불어 주거정책, 부동산 시장 동향이 복합적으로 도시의 운명을 만듭니다. 국가보다 도시 중심으로 바라보면, 생각이 또 다양하게 이어집니다. 그리고 달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 도시가 먼저인지, 삶과 공동체, 기반 산업과 경제가 먼저인지... 도시란 상당히 어렵고 재미난 주제더군요. 이런 주제는 역시 전문가가 이끌어주는 독서모임에서 읽기에 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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