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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an 06. 2019

<자유로서의 발전>인간의 자유, 사람이 먼저라는 경제학


제3세계 전문가인 친구 딸기 덕분에 일찌감치 아마티아 센 쌤을 알게 됐어요. 기존 경제학자와 다르다고 했습니다. 기근과 빈곤에 대해 연구하고, 불평등한 분배 문제를 살피는 경제학자. 궁금하기는 했는데 어려운 책은 기피하는지라 멀리 돌아왔습니다. 십수 년 만에 그를 영접할 기회가 생기다니.


극단적 빈곤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제적 부자유 때문에 다른 종류의 자유를 침해받을 수 있다? 센은 경제학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공동체를 보면서 자유라는 프레임으로 경제학을 해석합니다.  효용과 소득, 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의 가치를 바라봅니다. 한 사회의 성공이 기본적으로 사회 구성원이 향유하는 실질적 자유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경제학자 낯설어요..


경제 발전이란 본질적으로 자유의 확산이라. 마침 소득주도성장은 최근 최저임금의 틀에서만 논의되고 있지만(이라 쓰지만, 십자포화 마냥 돌 맞고 있지만), 어쩌면 자유를 논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최저임금 인상 혹은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 뿐 아니라, 핵심 생계비를 줄여주는 것도 소득주도성장에 포함됩니다. 주거, 의료, 보육과 교육, 통신, 교통비 등을 줄여주면 가계소득 증대 효과를 만들고, 결국 소득분배를 개선시켜 내수 소비를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만든다는 구상.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 자유를 제공하고, 제대로 소비하는 인간으로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량, 자유를 넓히는 것. 이것을 자유의 확산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서민의 금융비용을 줄여주고, 신용회복을 지원하는 포용적 금융도 소득주도성장의 한 축으로 보는데 역시 서민의 자유를 키워주는 일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요.


사회적 지원, 공적 규제, 국가 운영의 역할들이 인간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면, 그런 자유로서의 발전을 지향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 어렵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 책에서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없었습니다. 반 밖에 못 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단 이번 시즌 최초로 완독 욕심이 나는 책입니다.(결국 독서모임 이후에 완독했어요)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이데올로기에 따라 논리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아닐까? 의심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새삼 달리 보입니다. 훌륭한 지식인 한 분이 만들어내는 선한 영향력이 이렇습니다.




이하, 메모를 좀 붙여둡니다. 제대로 리뷰로 작성하고 싶었지만.. 해를 넘겨서ㅠ 


일상적으로 초과노동을 하는 공장 노동자들, 심각하게 성차별적 문화 속에서 희망 없이 종속되어 있는 가정주부들, 이렇게 박탈당한 사람들은 순전히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빈곤한 상황에 순응하는 경향이 있다...자신이 영위하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판단할 진정한 기회를 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교육, 기초적 보건, 고용 보장 같은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요인들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용기와 자유를  갖고 세계로 나아갈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기도 하다. (118~119)


대부분의 경제학에서 불평등을 매우 좁은 영역, 즉 소득 불평등만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겼다는 사실.. 정책 논쟁은 소득 빈곤과 소득 불평등을 강조함으로써 왜곡되었고, 실업이나 건강, 교육의 부족, 사회적 배제 같은 다른 변수와 관련된 박탈을 무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소득 불평등과 경제적 불평등의 구별은 중요하다.. 보건과 의료보험에 대한 재정 투입, 공공교육의 제공, 지역 안전을 위한 시설 같은 강력한 경제적 구성요소로서 공공 정책의 문제와 관련 있다. (174-175)


시장 메커니즘의 광대한 힘은 사회적 평등과 정의를 위해 기본적인 사회적 기회를 창조함으로써 보완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사회적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공공정책이 주도권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부유한 나라들의 과거에서 우리는 교육, 보건, 토지개혁 등을 다루었던 공공정책의 눈부신 역사를 볼 수 있다... 사회적 기회의 창출은 인간 역량과 삶의 질 확장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보건의료, 교육, 사회적 안전 등의 확장은 삶의 질과 그 개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220-221


공공 프로젝트를 통하여 일시적으로 임노동을 창출하면 기근의 잠재적인 희생자들이 상실한 소득을 회복시킬 수 있고 기근을 방지할 수 있다. (265


부적절하고 위험한 투자 양태는 인도네시아나 한국에서 민주적 비판자가 그것을 요구했다면 더 성실하게 조사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나라는 정부 바깥에서 오는 그러한 요구를 허용할 민주적 체제를 갖고 있지 않았다. 도전받지 않는 통치권력을 쉽게 무책임과 불투명성에 빠져들며, 이것은 종종 정부와 금융계의 거물들 사이의 강력한 유착관계 때문에 더 강화되곤 한다. 경제위기의 발생에 있어서 정부의 비민주적 특성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274-275


한국이 상대적으로 평등한 소득 분배와 함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사실은 널리 그리고 정당하게 인정받는다. 그러나 이 나라는 민주정치가 부재한 가운데, 위기 상황에서 모두가 공정한 정치적 관심을 보장받지 못했다. 특히 이 나라는 어떤 사회적 안전망도, 보충적인 보호를 위한 빠른 반응 체계도 마련하지 않았다. (277)


여성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참여와 리더십만큼 발전에 관한 정치경제학에서 중요한 문제는 없다. 이것은 사실 ‘자유로서의 발전’이 갖는 중요한 측면이다. (297)


아시아의 역사를 권위주의적 가치의 좁은 범주로 보는 것은 아시아의 지적 전통에서 나타나는 사유와 풍요로운 다양성을 공정하게 대하지 못하는 것 (355)


정치적, 시민적 자유의 일반적 확대는 발전 그 자체의 과정에서 핵심적이다. 자유에는 잘 먹고 잘 입고 잘 대접받는 신민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내는 시민으로서 행동할 자유가 포함된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도구적 역할은 의심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이러한 구성적 중요성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408)


인적 자본이라는 초점이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소중히 여길 만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인간 자유의 확대에 맞춰진다면, 이러한 기회를 증지시킬 경제성장의 역할은 더욱 가치 있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인간 역량의 확장으로서 발전 과정에 대한 더 근본적인 이해에 통합되어야 한다. (416)


발전이란 결국 다양한 실질적 자유의 확장.. 이라는 명쾌한 명제가 가진 다양한 함의를 탐구한 명저


센은 liberty와 freedom을 의식적으로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political liberty 는 제약이 사라진 (형식적인) 상태를 의미하고 political freedom은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을 의미..


Development as freedom 1999 Amartya 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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