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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an 07. 2019

<2018년> 남은 건 책 밖에 없다

<2013년> 남은 건 책 밖에 없다

<2014년> 남은 건 책 밖에 없다

<내 인생의 책> 어떻게 10권을 고르랴..  

<2015년> 남은 건 책 밖에 없다

<2016년> 남은 건 책 밖에 없다 
<2017년> 남은 건 책 밖에 없다


예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2017년보다 2018년의 독서기록은 더 민망합니다. 별로 못 읽었고. 독서모임까지 갔는데, 제대로 완독도 못하고. 기록도 못하고. 십년 전 독서하고 리뷰하는 일상이 소중한데, 그걸 못하고 있다며 기자를 그만 둔 기억도 있네요. 뭐 수만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런 말도 했거든요..  그래도 한 해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는 하는군요. 언제나처럼.


올해는 가볍고 좀 편한 책을 읽고 싶었어요. 머리가 복잡했다는 핑계를 대면서. 실제 가장 좋았던 건 <그 해, 여름 손님>, <이토록 고고한 연예>, <살아야겠다> 같은 소설이었어요. 각각 다른 이유로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느낌을 좋아하나봐요. 김탁환 쌤 책을 둘이나 꼽다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정말 단연 훌륭한 책은 아마티아 센의 <자유로서의 발전>을 꼽아야 할까봐요.  업무에서는 <기획은 2형식이다>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방식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할 수 있어요. <유튜브의 신>도 업무에 참고가 됐습니다. 

    

1. <무지개떡 건축>


2. 18년 두번째 독서는 온갖 미디어에서 ‘17년의 책’으로 꼽았던 책. 사실 마음 통하는 지인인 역자 두 분을 생각하면 더 일찍 봤어야 하는데 17년 마지막 날에 읽기 시작. 아날로그도 애정하는 디지털주의자로서, 흥미로운 사례들이 이어지지만, 과한 해석이다 싶은 대목도 여럿. 변화하는 시대에 전통은 비싼 호사일 수도 있겠습니다. 삶이 마주하는 무수히 많은 균형점들이 모두 같을 수도 없겠고요. 무튼 매끄러운 번역 덕에 더 좋았고. 저도 책은 여전히 종이ㅎ #아날로그의반격


3.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만 사는 여자처럼, 새벽 2시 마지막 책장을 넘깁니다. 4시간 뒤엔 잠이 부족해 피곤할테지만, 책의 온기가 겨울밤을 따뜻하게 품어줍니다. 책을, 이야기를 나누고 사는 삶. 더불어 책 수다를 떠는 사람들에게 서점이 있네요. 서점 쥔장 피크리씨, 출판사 아가씨 어밀리아, 책방 소녀 마야, 책과 늦바람난 경관 램비에이스..반가웠어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섬에있는서점 #북스타그램


4.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줘야 한다는 강박으로 친환경 소비도 시도해보고, 좀 더 착하게 살자는 강박으로 여기저기 기부도 하고 살지만. 착한 일조차 냉정하게 효율 따져서 하라는 얘기. ‘최고의’ 보건, 교육 프로그램은 ‘그럭저럭’ 좋은 프로그램보다 수백 배 효과가 커지니 생각 좀 하고 살라는군요. 공정무역조차 세심하게 들여다보니 효율적이지 않군요. 어떤 일을 할 것인지도, 마냥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실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영향력까지 따지라고요. 그런 이타주의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는 만큼 보는 눈이 달라지는건 맞죠 #냉정한이타주의자 #간만독서 #세상을바꾸는건열정이아니라냉정 #아니_열정과냉정사이


5 “화장실에 간다든지 자리를 비우게 되면, 술잔을 비우고 가든가 엎어놓으래. 약을 탈지도 모르니까. 여자들이 자리에 없을때 자기들끼리 누구를 따먹고 싶다는 둥 그런 얘기가 녹음된 적도 있다고”
딸이 선배들에게 전수받은 미팅 매뉴얼에 내심 경악했어요.. 날마다 쏟아지는 미투 사연도 놀랍죠. 역시 이 문명사회 수준을 새삼 확인하는 책입니다. 드라마의 데이트 폭력이 로맨스로 포장되고, 여자에 대한 시선은... 미디어 기자가 꼼꼼히 따지는 내용에 착잡합니다. 딸과 책 주고받으며 동시에 읽은 아마도 첫 책. 딸과 분노를 나눌 수 있던 책 #괜찮지않습니다


6. ‘대리사회’ 김민섭님이 절절하게 추천한 책. 그것만으로 망설일 이유는 없었을텐데. 오유 게시판에 공포물로 올린 단편? 서점서 일단 들춰보기 시작했고 반의 반 쯤 읽었을때 계산하고 집에 왔어요.. 고매한 문학으로 분류되지 않을 것 같고. 문장이 매혹적인 것도 아니고. 단편을 즐기지 않는 제게 한 권에 24편이라니. 그런데 외계인의 침공, 저승의 이변, 고립되고 유배되고 길을 잃은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을 냉정하게 그립니다. 반전에 소름 돋고.
대학에 가지 않았고 글을 배운적 없다는 작가님. 주물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로서 시간 날 때 마다 인터넷 게시판에 기록한 문학. 그의 이야기는 대체로 인간다운 인간의 실종을 그리면서 사람이 먼저라고 합니다. 사람답게 삶답게, 그게 뭔지 싸늘하게 봅니다. 짧으니까 몇 편 보신 뒤 빠져보세요. #회색인간 #김동식소설집 #김민섭추천


7. 서울역에서 돌아나오는 구부러진 기찻길은 ‘서소문 드리프트’라 불린다고요. 경찰청 옆 오래된 서소문아파트의 곡선은 만리재로 이어지는데, 여기가 잊혀진 하천인 만초천의 흔적. 천은 마포 포구로 이어졌고, 중림동 시장통이야말로 당대의 번화가였다고요. 중림장 설렁탕만 생각나는 저 복닦거리는 동네에 역사가 숨어있군요.. 서소문아파트 십 수 년 전에 보면서 어찌 저렇게 신기한 건물이 있나 했는데.. 1930년대 지어진 충정아파트부터 서소문아파트 삼각아파트 안산맨숀 유진상가 등 오래된 상가아파트 얘기 흥미롭습니다. 오늘은 지적 휴식을 갖는 저녁. #가장도시적인삶 #황두진쌤 #반비_김희진님 #상가아파트_열전 #트레바리


8. 오전에 영화 보고 오후에 서점 갔다가 발견. 서점을 한 바퀴 돌고 다른 책을 골랐지만 다시 발걸음이 저절로 움직여 결국 못 참고 1, 2권 다 샀어요. 겨울, 눈 속에서 찾아낸 밥도둑 머위된장, 주변 산채가 식탁의 주역, 크레송 샌드위치.. 뭐 이런 설명 넘 좋아요. 두릅과 민트를 튀기고, 부드럽고 말랑한 떡에 간장설탕 조미한 낫토떡.. 이런 이야기 자체도 좋고. 집안일도 돈버는일도 오롯이 혼자 책임져야 하는 젊은 여자 이치코의 분투기가 대체로 낭만적으로 바뀌는건 다 음식 때문. 실제 그녀를 닮은 이들에게도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기를. 농촌 생활은 감히 꿈도 안꾸는데.. 사실 몇 년 전부터 바질과 토마토 정도는 베란다에서 키우고 싶었는데.. 이젠 저도 바쁘고, 아이들도 바빠서 집밥 먹을 시간이 없고.. 득템한 재료를 어떻게 조리할지 상상하는 즐거움을 만화로 대리만족. 물론 수준은 완전 다르지만요.. #리틀포레스트 #이가라시_다이스케_자급자족_농촌만화가 #미대출신_그림좋고 #요리하는여유_언젠가


9. “사랑하는 것만이 나를 아프게 한다. 아름답고 싶고, 꽤 괜찮은 모습으로 만들어보고픈 내 삶이라서. 불쑥 찾아오는 절망감에 칼을 내리꽂고, 불운에는 몽둥이로 맞서며, 외로워도 계속 싸운다.”
‘어쩌다 어른’에 이어 @odaibagirl 의 두번째 에세이. 겸손함을 넘어선 자학개그. 불운과 절망 따위 짐짓 물리치며 자존감 다지는 유머가 따뜻합니다. 첫 책도 이 책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가 됩니다. 그래, 나만 힘든게 아니고, 나만 찌질한가 나만 소심해지는게 아녔던 겁니다. 디테일한 일상의 소회가 공감지수 팍팍 올려주고, 외롭지 않게 만들어주는 수줍은 고백들 #나는나를좋아할수있을까 #이영희_멋진걸 #사실_늘_멋졌음 #에세이_잘쓰는이_개부럽


10. 공감과 배려, 모든건 말과 글로 통하죠. 언어의 정밀함과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는 얘기 같지만 곰곰 돌아보면 내 글이 부끄러워집니다. 말과 글이 그래서 어렵습니다. 소통을 업으로 하고 있는지라 더욱 챙겨볼 얘기. 성숙한 온라인 공론장을 꿈꾸었던 노무현 대통령님 에피소드에도 고민 이어집니다.
주로 말과 글에 대한 얘기, 적절하고 정확한 언어 사용법을 적고 있지만. 에피소드가 간간히 나와요. 와중에 대통령님 2012년 트윗에 잠시 긴 숨. 시로군요. 캡쳐해 첨부합니다. 언어란.

“소주 한잔합니다.탈상이어서 한잔.벌써 3년이어서 한잔.지금도 '친노'라는 말이 풍기는 적의 때문에 한잔.노무현재단이사장 관두고 낯선 세상 들어가는 두려움에 한잔.저에게 거는 기대의 무거움에 한잔.그런 일들을 먼저 겪으며 외로웠을 그를 생각하며 한잔.”

#세상을바꾸는언어 #민주주의로_가는_말과_글의_힘 #한_잔_그_트윗 #저부터_고칠게_많군요 #건강하세요


11. <무인양품 디자인>


12. <도시의 승리>


13. <그 해, 여름 손님>

거의 일년 만에 쉬는 일요일. 사랑 소설 한 편으로 보냅니다. 지독한 열병에 정신 못차리는 소년 엘리오. 그 해 여름, 집안 손님으로 맞은 젊은 교수 올리버의 말 한 마디에 폭풍처럼 흔들리고. 그의 손, 발, 목, 어깨를 몰래 탐하며 욕망과 수치심 사이에 죽을 것 같죠. 이게 문학상 게이 소설 부문 수상작이란건, 게이의 사랑도 이성 간 사랑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걸 절절하게 보여준 덕분일텐데. 그냥 문학상 받을만한 첫사랑 이야기입니다. 이런 고통도 행복한 경험이란걸 당사자 소년 빼고 다 아는거죠. 일희일비 감정 묘사에 푹 빠져봅니다. 육체적 끌림은 기본이고, 지적 유희로 끌린다는건. #콜미바이유어네임 에서 생략한 몇 대목..아쉽지만 영리하게 각색하여 눈부시게 만든 영화였군요. 원작 후일담도 아련하네요. 소설도 영화도 메마른 제게 단비. #그해여름손님 #안드레_애치먼_몰랐던작가 #루카_구아다니노_새삼_대단


14. 악당 7년


15. 국부론


16. 어려운 여자들


17. 나는야 호기심 많은 관찰자


18. 기획은 2형식이다


19. 유한계급론


20. 당선, 합격, 계급


21. 자유로서의 발전


22. 유튜브의 신


23. 이토록 고고한 연예


24. 노예의 길


25. 모두 거짓말을 한다


26.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27. 안녕 주정뱅이


28.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 절반 읽고, 제대로 완독 후 정리해야겠다 했으나, 못 읽은 채 18년 마감

29. 결정의 본질 : 역시 절반 읽고서, 뻔뻔하게도 독후감을 대충 쓰긴 했는데, 부끄러워서 이건 나중에ㅠ

나머지 사진의 책들 중 정리한 것도 있고, 못 읽은 것도 있어요...


30. 살아야겠다 : 고맙고 귀한 픽션. 논픽션 같은 사회소설. 마침 이 즈음에.. 어느 이란인 유학생의 목소리를 디오에서 들었어요. 한국말 잘하는 이란 유학생. 금융기관이 금융거래를 막는 바람에 막막해진 그 분은 차분하게 도움을 호소했어요.. 뉴스에 한 줄 나오는 사연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단신 처리합니다만.. 실제 엄청난 일들인 겁니다. 미시적으로 사건을 바라보면, 또 완전히 다릅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각오도 다시 해야 했던, 그런 책. 여기저기 선물도 하고, 빌려드리기도 했는데..


31. 비커밍 이 책이 결국 2018년 마지막 책이었나 봅니다. 어느 토요일 종일 붙들고 봤어요. 딸에게 봐달라고, 함께 보자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네요. 언젠가 보겠죠. 이 책은 리뷰 남기고 싶어요...(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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