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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Jan 05. 2016

<2015년> 남은 건 책 밖에 없다

<2013년> 남은 건 책 밖에 없다

<2014년> 남은 건 책 밖에 없다

<내 인생의 책> 어떻게 10권을 고르랴..  (2014. 9)  


2015년도 충만한 시간이었다. 다독에 대한 강박은 줄었다. 안 되는 걸 억지로 붙드는 성미는 아닌지라.

내 맘 대로 별 다섯 책들은 이렇다. 2015년에 읽었을 뿐, 예전 책도 포함시켰다.


3.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7.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11.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14.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25.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조지 레이코프

30. 여유롭게 살 권리 강수돌

32. 송곳 최규석

35. 목격자들 김탁환

36. 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38. 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코타로  

42.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64.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않았다 스볘뜰라나 알렉시예비치

65.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69. 10년 후 세계사  구정은 정유진 김태권

71. 감시국가 글렌 그린월드, 알렉시스 오헤니언, 마이클 헤이든, 앨런 더쇼비츠


리뷰에 예전처럼 바지런하지 않아서, 트윗 기록만 남긴지 오래됐다. 급하게 몇을 더 정리했으나, 이쯤에서 결산. 따로 정리한 건 링크 걸었다. 브런치는 링크를 예쁘게 걸어준다. 2000년 알라딘에서 서재를 만든 뒤, 2008년 티스토리로 이전했는데. 다시 터전을 바꾸게 되는걸까. 중간에 많이 게으름을 피웠지만, 책을 읽고 기록하는 습관이 오래됐음을 새삼 생각한다. 그럭저럭 괜찮게 나이 먹고 있다면, 책 덕분이다.




1. 지난 봄 <소년이 온다>의 먹먹한 말들이 시 같더라니. 93년 시로 등단한 그가 20년만에 첫 시집을 낸건 재작년이란다.<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의 언어는 핏빛 떨림 가득. 이런 시집 선물이라니 P님 감사
★★★★

...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괜찮아> - 한강<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중에서

어느날 어느날이 와서 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 그날에 네가 사랑으로 온다면 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네 사랑 내 가슴에 잠겨 차마 숨 못 쉬겠네 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네 먹장 입술에 벅찬 숨결이 되어주지,네가 온다면 사랑아 서울의 겨울12-한강

믿을 수 없었어,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알 수 없었어,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니 거리 한가운데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영원히 죽었어,내 가슴에서 당신은 .. 그렇게 다시 깨어났어,내 가슴에서 생명은 <눈물이 찾아올때 내 몸은..>한강

그해 늦봄 나무들마다 날리는 것은 꽃가루가 아니었다 부서져 꽂히는 희망의 파편들 오그린 발바닥이 이따금 베어 피 흘러도 봉쇄된 거리 벗겨진 신 한 짝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천지에서 떠밀려온 원치 않은 꿈들이 멍든 등을 질벅거렸고 .. <회상> 한강


2.  경영서적을 멀리해온 내겐 기대 이상의 독서. 0에서 1을 만드는 도전만큼 가슴 떨리는 일이 있을까. 페이팔 창업자에서 페북 초기 투자자로, 실리콘밸리서 인사이트와 경험으로 몇 손 꼽힐만한 양반일세. <제로투원>

트윗 메모  ★★★★☆


3. 내일 조찬행사 위해 일찍 자려다 들춰본다는게 450여쪽 순식간에 끝.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엔 편차가 있어 좀 미뤘는데 베스트셀러 될만 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스토리의 절묘한 이음새! 절박한 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픽션. 잠 좀 부족해도 촉촉한걸 ★★★★★

4. '먹고사니즘'의 수레바퀴로부터 벗어나는 행운아는 극소수. 현상 유지만도 허덕허덕한 세상. 그러니 세상을 바꾸지 않고서는 개인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이 뻔하다는.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향해 행동에 나서는 것 역시 개인이 내려야 할 선택<내리막세상에서..>

★★★☆


5. 슬로푸드협회 설립 이탈리아 미식과학대학에서 공부하며! 신개념 미식가로서 음식 탐구한 책. 사진 키우고 글 줄여도 좋을 만큼 전문적. 어려운 대목 대충 넘기고 보면 음식 얘기 부러울 뿐이고. 식당 소개는 그림의떡ㅠ<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

레시피 여럿 나오지만 다 어렵고. 스페인식 마요네즈 알리올리 소스만 솔깃. 다진마늘 1큰술, 달걀노른자 2개를 거품기로 젓다가 엑스트라버진올리브유 1컵 조금씩 부으며 걸쭉해질 때까지 또 젓고. 레몬즙 소금 약간.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


6. 하루 100개 뉴스 생산해도 대다수는 검색어 뉴스인 언론사 vs 두세 개 뉴스라도 이용자의 가스을 뛰게 하고 공유를 유발하는 언론사. 공급과잉의 시대. 결국 less is more. 미디어가 소셜미디어에 약한건 아이러니. NYT도 저러니..  <혁신 저널리즘> ★★★★

우리가 알고 있던 저널리즘은 끝났다.(Overholser, 2005) 역사가는 미국 역사에서 아마도 지금을 저널리즘이 사라지는 시기로 기록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D.Carr, 2007).<혁신 저널리즘>...미디어 위기는 다층적이고 시대적이랄까.
2008년 미국 경제위기 분석에 따르면 2000~2007년 미국 9개 경제지에서 경제 위기 경고한 것은 총 730개 기사. 같은 기간 홍보성good news 등 WSJ 생산 기사만 22만 개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
NYT의 소셜미디어 능력은 경쟁사와 비교했을때 수준 미달. 편집국 고위직은 소셜미디어 능력이 없으며 인식은 협소하다..
'더 버지'가 2년 간 뉴스 사이트를 53번 바꾸는 동안, NYT는 7년간 단 한 번 개편. '완성품 사고 방식'은..기사를 발행하면 일이 끝났다 생각하는 분위기 vs 허핑턴포스트는 기사내면 그때 비로소 기사의 생애주기가 시작된다고.


7. 망했다. 3시간 밖에 못 자겠다. 550쪽 소설, 자기 전 첫장을 펼쳤을 뿐인데. 대단한 작품이란 평을 귀 아프게 들었거늘 방심했다.미뤄오다 하룻밤에 당했다. 아프가니스탄을 이렇게 만났다. <연을 쫓는 아이>

인종이나 계급, 여성 문제, 전쟁과 폭력, 디아스포라까지 녹여낸 서사도 대단한데 아버지와 아들, 우정, 시기와 욕망, 인간 본성의 선악 등 내밀한 감정들을 살려내는 이야기가 더 일품. 게다가 이국의 전통과 문화, 역사에 심쿵 순간들<연을 쫓는 아이> ★★★★★


8. 뭐 세기적 전기가 나온건지. 칭찬도 이런 칭찬이 없네요. 게다가 아는 사람은 아는 고양우쌤 감수! 그리고 이런걸 선물받는 저란 사람ㅍㅎㅎ #앨런튜링

앨런의 첫사랑 크리스토퍼. 작은 체구의 외모도 매력적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참 평범하게 보이게 만드는' 비범함, '진지한 과학적 사고'에 빠져든 듯. 남녀를 떠나 지적 교감의 짜릿함이랄까. 두 소년이 나눈 편지들 멋지다<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 ★★★★ (다 읽지는 못했음)

기계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수있을까?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실수할수 있을까? 자유의지가 있다고 착각할수있을까?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떠올릴수 있을까? 사랑에 빠진 기계들을 위한 사회적 규범? 좌절 느끼고 고통받을수 있을까? <앨런 튜링..>
폰 노이만은 슈뢰딩거와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이론을 일견 다르게 받아들였고, 그들의 본질적 생각을 훨씬 추상적인 수학적 형식으로 표현..이론의 논리적 일관성..그런 식의 단단함을 추구했던 앨런과도 잘 맞는- <앨런 튜링의..> 뭔 소린지 알수있다면 좋겠ㅠ  


9. 현실이 언제나 더 극적인 법. 15000명이 참여한 스토리텔링 이벤트에서 50편을 추렸나보다. 띵하거나 찡하거나. 잼난 것과 아닌게 섞여 있어 로또처럼 그 다음 편을 기대하며 완독. 미국엔 스토리텔러, 글쟁이가 많은데다 살만한듯. 그게 부러운 <모스> ★★★


그러나 한 예술가를 평가할 때 그런 기술적 요소들보다도 언제나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력이다. (굳이 나누자면 기교의 천재보다 인생의 천재..)그런 통찰력을 갖고 있는 예술가만이 진실한 감정을 창조해낸다.<정확한 사랑의 실험>
왜 분석상담과정에서 피분석자가 분석가를 사랑하게 되는 일이 빈번..그것은 상담이라는 상황이 구비하고 있는 특정한 조건 때문..우리는 특정한 조건 속에..필연적으로 사랑에 빠질 수 있다. Dolar의 말마따나 우리는 '사랑 기계'다.<정확한 사랑의 실험
인간의 내부에는 여러 마리의 짐승이 산다. 진화심리학은 그중 하나를 본능이라 부르고,프로이트는 다른 하나를 충돌이라 부르며, 라캉은 또 다른 하나를 욕망이라 부른다..그러나 사랑에 대한 대개의 정의는 시도되는 순간 실패하기 십상 <정확한 사랑의 실험>
"한 사람은 몸을 다루면서 욕망의 순교자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은 말을 다루면서 욕망의 현자가 된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김기덕의 '뫼비우스' 설명을 보니 난 못 볼 영화ㅠ 그의 작품은 자신 없어 안 본다. 욕망의 현자 홍상수 감독 쪽이 내 취향

10. 정교하고 세심하게 쓰인<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끝내자마자 단순 명료하게 쓰인 <대통령의 시간>을 봤더니..어쩌구..언어를 대하는 마음은 둘 다 진정성으로 가득.. 트친 지적에 이제 보니<대통령의 글쓰기>를 <시간> 오타.. 어쩔ㅋㅋ  

(이 바람에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 대한 마무리 트윗이 날아간듯.. ★★★★☆ )


11. 아주 근사한 책이었어요. 근사한 분들의 삶이 녹아있기 때문이겠죠. <대통령의 글쓰기> 메모★★★★★


12. 딱히 재미있진 않은데 야해. 엥. 15세 소년소녀 얘기 아녔어? 15세인데 관계를 해. 딸기에게 선물받아 무심코 딸에게 던져준 책이 그러했단다. 안나 가발다 오랜만. 독백과 설정이 우리에겐 조금 과함ㅎ<빌리> ★★★


13. 지옥에선 소소한 일상이 귀하고 고맙지. 사랑은 사치이지만 버팀목일 터. 잔혹비참사를 견뎌내는 인간 승리? 뒷맛이 쓴 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진행형이라 그럴까. NYT 24주 연속 베셀1위라니 아프간을 저리 만든데 기여하고 먹물들 속죄성 관심인가 ★★★★☆

그가 자기 부인들에게 뭐라고 했는지 아냐? 내가 자기한테 달려들었다고 했다. 내 잘못이었다고 했다..내 딸아. 잘 기억해둬라.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 한단다. 언제나 말이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


14.  바로 저 <두 도시 이야기>첫 문단에 뿅 가서. 선물해줄 이 없냐고 공개 청원, 착한 @ttalgi21 늦긴 했지만 <엔데의 유언>까지 덤으로. 캄사! 책 뽐뿌해주신@January19_ 님 고마워요^^

"오 자유여. 너의 이름으로 저지른 범죄가 무엇이냐" 마담 롤랑이 기요틴 직전 남긴 말이라고. 농노를 인간 취급 안했던 초법적 귀족들. 그들을 인간 취급 않은 혁명기 시민들. 공포의 역사는 교훈이 될까. 막판 두 반전 대단한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고전은 현란하면서도 꽉 채운 글이 현대물과 다르다. 시대를 초월하는 통찰력은 1859년에 연재된 <두 도시 이야기>를 오늘에 되살린다. 간만 고전을 접하니 일상을 핑계로 긴 호흡과 사유를 멀리해온 나를 알겠다. ★★★★★


15. 쫌 아는 후배 영희씨 책<어쩌다 어른> 풍문은 들었지만 몹시 재미나서 간만 출근길 도어투도어 워킹독서 완독. 30대 싱글 온니들 책인가 하여 괜한 자격지심에 미뤘던게 부끄럽. 독보적 덕후 글쟁이 기자 답다. "웃겨 죽는줄"까진 아니고 계속 큭큭낄낄ㅎ

<어쩌다 어른> 어쩌다 이렇게 사랑스러워진게냐  출근길에 책 읽고. 남들 출근하기 전에 20분 만에 후다닥 정리까지. 그래도 기분 좋은 여운이 있으니 오늘 하루도 즐겁게ㅎ ★★★★


16. 신자유주의 성과사회에서 실패하는 사람은 사회나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기보다 자신에게 실패의 책임을 돌리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바로 여기에 신자유주의 지배질서의 특별한 영리함이 있다 <심리정치>구절마다 숨이 턱  

한병철 쌤 <심리정치>는 <피로사회><투명사회>와 마찬가지로 짧다. 남들 같으면 묶어냈을ㅎ 독일어 철학책을 번역하면 아무래도 단어가 어려워지는 걸까. 쉽게 읽히지 않지만 아포리즘 마냥 울림도 여럿. 혁신으로 얻은 자유조차 자본주의 욕망의 굴레임을 경계  <심리정치> 간단 메모  ★★★★☆


17.  <권력의 종말>을 설파하고 결론은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라' 정치 개혁을 주문하다니ㅠ 다만 인용한 18세기 역사가 스틸의 말은 울림이 있다. 인류는 권력을 지배하는 새로운 방식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권력의 종말> 메모 약간 ★★★★☆


18. 자연사는 당사자가 억울하지 않은 죽음, 살아있는 사람이 부채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죽음.. 질병 아니라 나이 들어 세상을떠나는 자연사는 2012년 기준 20% 정도. 한낱 '인간의 꿈'.<13가지 죽음> ★★★★

죽음은 코앞에 닥치기 전에는 상상하는 것조차 꺼려지는 어떤 것이 아니라 친숙하고 거룩한 것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죽음에 대한 공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면서 마치 죽음을 영원히 미룰 수 있을 것처럼 포장하는 의료산업의 감언이설에.. <13가지 죽음>
네덜란드는 2001년, 벨기에 2002년, 룩셈부르크는 2009년에 안락사 합법화. 미국 오리건주, 워싱턴주는 90년대말 의사 조력자살 합법화. 워싱턴 노스캐롤라이나 등 일부 주는 연명치료 중단을 자연사 차원으로 이해하는 법 제정. <13가지 죽음>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제도 불구, 공공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과도하게 많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한 '보건에 관한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이 많다는 의미. 본인부담금 취지 불구, 높아서 진료를 못받는다면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13가지 죽음>


19.  일본 책이지만 낯설지 않은 불안과 공포. 제대로 된 어른으로 아이를 키우기 힘든 어른들의 이야기. 그러나 밀려나면 절벽이라는 공포는 사회 구조적문제. 개인의 문제라 할 수 없지. 내용이 다 아는 얘기 같은건 이런 책 많이 본 탓?^^; <철부지 사회> 메모 약간  ★★★★


20. TED 세바시 등 강연과 인터뷰 정리한 산문. 강연 않던 그를 찾아간 몇몇 젊은이들 열정이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이란 TED 명강을 끌어냈고 24개국어 자막에 136만 조회. <말하다>는 그렇게 시작됐다 ★★★★☆


저 같은 작가는 그냥 집에서 이상한 생각이나 하고, 그런 생각들을 신나게 쓰고 사는 게 바람직한 사회라고 생각해요...그런데 뭔가 중요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느낌. 2012년부터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듯해요- 김영하 <말하다>

예전보다 사회가 가진 희망의 총량이 많이 사라진. 희망을 품는건 고사하고 다들 자기 자리라도 지키고 싶어한다는 인상. 우리 사회가 문명보다는 야만을 향해 움직인게 아닌가. 약자를 존중하고 사회적 계약을 준수하는게 문명이라면 반대로 - 김영하 <말하다>

성공? 음. 잘 안될 것. 나는 작가라 성공법 같은건 가르쳐 줄 수 없다. 작가는 실패 전문가. 안나 카레리나와 보바리 부인은 자살. 문학은 실패가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 위엄 있고 심지어 존엄할 수 있다는걸 가르쳐 - 김영하<말하다>
앞으로 10년 밖에 못산다면 뭘할까? 그러면 인생 우선순위가 명쾌하게 정리되죠. 우선 각종 경조사에는 가지 않을 겁니다..아마 이런 인터뷰도 안할겁니다. 누구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맘껏. 내겐 소설 쓰기. 5년? 2년이라면? 수시로 질문<말하다>

삶에 특별하다 할 만한 게 없어서 콤플렉스라 하신 적 있는데? - 이래서는 작가가 될 수 없을거야. 그렇게 생각했죠ㅎ 한 사람을 작가로 만드는 것은 '작가가 될 수 없는 백 가지 이유'가 아니라 '될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이유'인 것 같아요<말하다>

90년대는 멋진 시대였어요. 96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냈는데 그 해 첫 작품을 선보인 영화감독이 김기덕과 홍상수예요. <악어>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내놨어요. 둘 다 충격적이고 신선했습니다. 그 때는 그런 기운이<말하다>

이제 또 그런 기운이 올 때가 되지 않았나. 아마 그때 주체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일 겁니다..두 언어 부모에 언어적 감수성이 민감하고 예민한 자의식으로 아웃사이더 시점으로 한국을 볼겁니다. 반면 토종 한국 중산층 학생들은 지나치게 평준화되어 <말하다>


21. 영웅담이 쓰레기가 되는 것이 시대. 존재의 뿌리는 때로 허위와 기만. 이런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자들의 '악의 평범성'..이런 난해한 소설이 '고등학생들이 선정하는 콩쿠르상' 수상..음..<마그누스> ★★★

"유대인과 공산주의자들 편에 서서 외치는 자만이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를 자격이 있다" - 디트리히 본 회퍼 (2년 여 수감 생활 끝에 마지막으로 이송된 플로센부르크 수용소에서 1945년 4월9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마그누스>에서 재인용
"사랑이 서서히 망가져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아니, 마그누스가 경험한 사랑은 미친듯한 기다림과 의심, 고뇌와 환희 뿐이었다..그는 사랑이 염증을 일으켜 혐오감에 이르는 것보다 더 나쁜 짓을 하고  말았다. 증오와 분노에 사로잡혀 <마그누스>
시간 밖에서, 욕망 밖에서, 헐벗은 사랑으로 그렇게 서로 몸을 바싹 붙이고있으니 편안하다. 둘의 암묵적 동조가 그렇게 치밀하고 광범위하고 환하게 빛을 발했던 적이 없다. 절대적 신뢰로 서로에게 자신을 맡긴채 자아를 망각하는 경외감<마그누스> 죽음 장면


22. 감히 만나볼 수도 없는 멋진 작가?ㅍㅎㅎ 북바이북 쥔장이야말로 멋진 작가가 되셨구랴 #동네서점북바이북이야기#술먹는책방

이제 자칭 '미녀 알바'인 저자 언니가 얼마나 멋진 동료였는지 기억하는 이로서 상암홀릭 <북바이북>을 언제나 응원. 쉽지 않은 도전기를 쉽게 술술 써준 덕에 어제 퇴근길과 출근길에 술술 완독.#술먹는책방★★★★

십여 년 만에 전혀 다른 일. 언니가 다시 태어난 것마냥 꽤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다. 그동안 사회생활 하느라 곳곳에 숨겨 두었던 감성들을 마구잡이로 꺼내 북바이북에 쏟아붓고..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회사 밖으로 나온 언니에게 무한 박수 #술먹는책방


23. 18년 전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살아남은 기적의 아기. 그런데 탑승객 중 아기가 두 명. 아기가 누구인지 쫓는 탐정의 이야기 같았으나 트릭과 반전이 촘촘하다. 정치학자이며 지리학 교수가 저자. 쳇. <그림자소녀> ★★★


24. <손재주로도 먹고삽니다>, 휴일 오전에 읽어보기엔 딱 좋은 책. 선물해준 J 커플, 고마워요. 이런 건 응원의 마음으로 리뷰. 하고싶은 일로 밥벌이한다는 로망이란 ★★★★


25.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진실이 해결해준다고? 개뿔 ★★★★★


26. 과거로 간 현대인이 오다 노부나가의 요리사로 활약. 간장이 아직 없던 시대에 된장 웃물로 간장맛 낸다거나 젓가락 묶어 거품기로 쓰는 요리 맥가이버. 일본 역사 알면 더 잼날듯. 3권까지만 본<노부나가의 셰프>

시대물에 요리를 접목하니 <닥터진> 부럽잖은 활극. 동음이의어 활용한 요릿말 장난까지. 요리만화 깊이와 집요함이 대단하구나 싶고. 고난과 도전, 성공 패턴 빤한 와중에 일본사를 어느 정도 꿰고 있어야 괜찮을법. 일본 사극은 취향 탈 <노부나가의 셰프> ★★★☆
27. 조직엔 관행 신경 안쓰는 당돌한 '폭탄'도 좋지않냐는 이유로 지방 방송사에 뽑힌 미녀 기자 활약..이라기엔 미녀 아닌 설정. 민폐형 천재 캐릭터인가 싶지만 천재도 아닌 여주. 뒷걸음으로 소는 잡지만 <채널고정>★★★


28.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이리 착한 책 도움도 오랜만ㅎ 까칠함 대신 선량함으로 간만 관대한 독서★★★☆


29. 못보던 작품이 베셀 1위? 이런 소설은 한달음용. 세 여성 이야기를 과하게 엮어 정신없고. 설마?가 진실. 그럼에도 당사자 아닌 이들의 고통과 이기심, 죄의식 알량함이랄까. 1000만부의 힘<허즈번드 시크릿> ★★★

'남편`의 비밀도 아닌 <허즈번드 시크릿>이 그냥 제목으로 나오다니. 이런 무심함 혹은 마케팅이 싫은데 어찌됐든 두 달 만에 13쇄. 소설 베스트셀러에 한국 소설이 드문 현상은 얼마나 가려나.


30. 출근길에 야금야금 완독. 여유롭게 시작해서 단단하고 진지하게 마무리되는 책. 일에 지쳐 삶을 잃어버린 우리들에게 필요한 이야기. 고려대 경영학부 강수돌 쌤, 이런 분이셨군요 <여유롭게 살 권리> 일독 권해요 = 메모 약간 ★★★★★


31. 혁명이란 폭력이 아니라 문학. 읽고 쓰는 자체가 혁명이란 얘기를 거창하게 설파. "맙소사, 읽어버렸어" 느낌으로 읽으라고. 독특한 말투에 현학적 사상가. 문장이 쉽고도 어렵다.<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메모 약간 ★★★


32. 엉엉. 최규석님<송곳>을 책으로 받았어요. 감사감사. "심각하게 재미있다"는 주호민님 한줄 평 쥑이지 않나요. 네이버 평점 9.96!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는 이미 두 권 샀기에 또 선물할께요 =이건 메모라기보다.. 굳이 캡쳐 약간★★★★★


33.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다시 페미니즘이다 권력의 문제이고 약자에 대한 폭력이지만, 참는 것은 존엄성을 해친다. 다만 혼자서 하면 불이익이 너무 클 수 있다. 뭉쳐라. 힘을 합쳐라. 저항하라. ★★★★


34. 인터뷰에 호기심 생긴 톰 페로타  … 갑자기 인류 2%가 증발한뒤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 혼란, 불안. 사이비 종교에 빠지거나 일탈로 도피하는건 굳이 저런 설정 아니더라도. 휘릭 읽히나 딱 그 정도<레프트오버> ★★★
괴이한 집단으로 출가한 엄마에게, 망가진 딸이 보내는 선물 장면에 그래도 훌쩍. 산다는건 언제나 관계의 문제. 비틀거려도 다시 무언가 누군가 찾는다. 저 지경 안 겪어도 더 많은 방황과 혼란이 올듯 <레프트오버>


35.<목격자들>4.16을 기억하는 또다른 방법, 조선탐정물 백탑파 이야기 우리는 모두 4.16을 기억하고, 각자 방식에 따라 추모한다. 이 책은 김탁환 쌤이4.16을 마주한 결과물이다. ★★★★★


36. 혁신은 언제나 작은 틈새에서 발생한다. 근사한 음식도 예외가 아니어서, 문화의 교차점에서 각 문화가 서로 이웃에서 빌려온 것을 수정하고 더 훌륭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쳐 창조된다. <음식의 언어>는 고대의 문명 충돌, 현대의 문화 충돌을 들여다보는 창문

페르시아의 시큼한 스튜가 피쉬앤칩스의 뿌리라든가. 요리를 통해 인류와 문명을 생각하고 음식 이름과 메뉴 단어를 통해 음식사와 인간 심리를 탐험. 언어학자가 요리에 관심 많으면 이런 책을 쓰는구나.

<음식의 언어> 문명과 문화가 이어지는 음식사★★★★★


37. 금융위기로 월가 로펌에서 해고된 뒤 시골 법률클리닉에서 세상 온갖 부조리와 폭력을 마주하고 쓸모 있는 변호사로서 깨어난다? 고민과 나약함까지 생생하다. 재벌 횡포가 믿기지 않을만큼 사악해서 존 그리샴의 분노가 느껴질 지경. 이틀에 완독 <잿빛 음모>

현실은 엘리트 대부분이 월가의 노예가 되어 명예와 부를 갖겠지만. 그리샴은 실제 모델이 되어준 시골 법률클리닉 변호사들과 환경단체에 감사를 전한다. 비현실적 고통에 시달리는 약자들을 지켜주는 이들이 어딘가에서 싸운다. 그리샴도 한결 같다 <잿빛 음모>무법자들에게 법으로 맞선다 한들, 정의가 승리할까 ★★★★


38.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으면 제멋대로 앞으로 간다는 말. 왠지 마음이 편해지지 않아? 기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앞으로 가게 되는 거야" 과연 그럴까, 대답하면서도 나는 내 몸에 달려 있을, 보이지 않는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어본다 <남은 날은 전부 휴가>

어제 빌려와 12시 넘어 시작했는데 출근길에 끝ㅎ 껄렁한 이들의 심란한 상황극..이 될 법 한데 놀랄만큼 웃겨요. 멀쩡한 인간들만 교과서적으로 잘 사는게 아니죠. 사람은 따뜻하고 강해요 <남은 날은 전부 휴가>

<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코타로의 전작은 <골든슬럼버>! 물론 내용은 기억 안나지만 엄청 잼났던 기억은 남아 있어요. 이번 작품은 오쿠다 히데오 못지 않네요. 일본 소설이 잼난건 탄탄한 독서인구가 받쳐주기 때문일까요. 지극히 일본적인 그 재미란 ★★★★★


39. 인간은 누구나 사랑의 전과자들이다. 그게 풋사랑이든 무르익은 사랑이든 짝사랑이든..사랑의 전과는 크고 무겁고 진하고 뜨겁고 화사하고 향기롭고 무지하게 신나고 재미있어야 한다. 하늘이 두 쪽 나도록 우렁차게 울부짖고 번개 치듯 찰나에 <단 한번의 사랑>

그녀 때문에 다른 한 여자는 사랑의 난민으로 전락했고 정처 없이 떠돌아야 할 것이다. 전쟁난민은 주변 국가들이 거두어주거나 도와줄 데라도 있다지만 사랑의 난민은 홀로 어둠 속을 방황하는 수 밖에 없다. 사랑의 폭력 앞에 정신을 차릴수가..

시작부터 영화 같은 설정에 매끄러운 문장. 간만 진한 사랑 소설에 빠져보나 했는데. 중반부터 뭔가 불편해지고. 어느순간 플롯이 엉뚱한 쪽으로 무게 옮겨가더니. 이건 뭐지. 한국소설 베셀2위 <단 한 번의 사랑> ★★


40. 부랴부랴 트윗 정리를 토대로 재정리.<취향의 정치학> 길들여진 취향, 덫에 걸린 시민 ★★★★☆


41. 완독을 못했다. 끝까지 읽고 싶은데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메모 중  ★★★★☆


42. <한국이 싫어서> 당신도 심쿵 하는가 결국 잠들기 전에 바로 정리ㅎㅎ 독서 메모로 올린 트윗에 트친들의 RT 에 힘 받은거죠. 우린 다 비슷한 생각. ★★★★★


43. 영화로 만들고 싶었겠다 싶은 법정 드라마. 영화나 소설이나 법을 쉽게 풀려고 애 썼겠지만 법이란게 원래 거만 떠는 존재. 그럼에도 둘 다 추천합니다. 영화 보고 봤더니 인물 매력이 달라져 또 흥미 <소수의견>★★★★☆


44. 20세기 후반부터 각국의 감시 능력은 급속 발전. 그 사회적 함의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정치적 노력은 뒤처졌다. 감시 능력은 주민들을 분류,선별하고 범주화, 차별화하는데 사용됐다. 감시 효과는 지금까지 충분히 연구되지 못했다. <감시사회로의 유혹>


중앙감시탑 같은건 없으며, 통제는 고사하고 제약을 느끼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 대부분 신분 증명 요구에 기꺼이 협조하며 개인정보가 기업에 넘어가는 것을 승인한다. 잘못 없으면 숨기거나 두려워할게 없다고 생각..감시에 대한 이런 순응 <감시사회로의 유혹 (읽다가 잠시 쉬는 중이라 해두자.. ㅠ 다시 읽어야지.. 별점 매길 단계가 아님..)


45. 이럴 줄 알았다. 첨에 좀 느리게 읽힌다 했으나 어느새 불붙고. 막판엔 포기할 수가 없어서 잠을 포기하고 미친듯이 책장을 넘겼다. 스티븐 킹 옵바에게 낚이면 끝까지 간다. 마성의 이야기꾼 <미스터 메르세데스>

막장 환경에서 자라나 희망도 낙도 없는 이가 사이코패스가 될 확률은? 디스토피아적 상상이 아니라 이미 현실. 불량국가나 테러리스트 보다 무서운게 공동체의 버려진 탕아. 범인이 자신을 봐달라는 인정욕구를 경찰에 가진다는건 아이러니.<미스터 메르세데스>★★★★☆


46. 일주일 전 바로 이 책을 찾다가 도서관에서 오래 걸렸고. 폭우를 만나 빗길 자전거를 탔고. 자빠져 깁스를 했지. 결국 누워있는 마눌 보라고 옆지기가 사다준 <나의 토익만점 수기> 불량스펙 청년의 파란만장 도전기 짤막 메모  ★★★★☆


47. 오바마의 여행 가방엔 무슨 책이?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책 이야기

서점 나들이도 못하고 택배도 귀찮아 집구석 뒹굴 책들 섭렵. 다음 책은 뭐 볼까 했는데 오바마 따라서ㅋ


540쪽을 결국 한달음에. 추리소설도 아닌 고요한 대하소설에. 불의로 가득한 세상, 혁명을 꿈꿀지언정 현실은 훨씬 더 비정. 주변 모든 이에겐 상처 뿐. 60~70년대 인도의 비극도 세계사엔 흔하지 않았을까. 아름답고 서글퍼도 끝은 또다른 <저지대>

수바시와 가우리의 삶이 오래 외로운 것은 관습 탓이 아닐까. 인도식 가부장적 권위에서 벗어나도 심리적 영향권. 그들이 만나는 서구인들이 관계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반면 이들은 스스로 닫는 편. 자유를 꿈꾸지 못하거나 극단적 선택이 필요 <저지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정은 왜 이런 결말을 가져왔을까. 달리기 시작하면 순수함은 쉽게 밀려나고. 단단한 신념은 실체가 의심스럽기도. 그렇다고 도망치는 삶을 칭찬할 수는 없잖아. 영리하고 현명한걸까. 역사는 찬란하고 허망한 희생을 기억않는데 <저지대>  ★★★★


48. 유일한 단점이 책장 빨리 넘어가는 거라던 옆지기 평에 낚였다. 내가 마침 극찬했던 <나의토익만점수기> 재미없다는 옆지기와 취향의 차이를 재확인. 미디어와 손잡고 범인 추적 생중계하는 형사물 <범인에게 고한다> ★★★

49. 머니자본주의 지속가능성?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서 산촌자본주의. 자연에서 에너지,식량을 얻는 삶이 궁극의 보험이 될까. 일본 특유 정서 흥미로운데 이 책이 40만부 팔린게 더 놀랍다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자연에서 혁신이 나온다 ★★★★


50. <일본 양심의 탄생>다소 거한 제목과 달리 19살이던 44년 징집되어 소련 포로수용소에 있던 겐지라는 진짜 보통 일본인 얘기. 전쟁과 삶. 그런데 <사회를 바꾸려면> 오구마 에이지가 아버지를 인터뷰해 쓴 책.

★★★★☆


51.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이런 고백'고백한다. 우리의 실패를. 생각한다. 이기는 방법을' 카피가 책의 본질. 누구 탓 하는 얘기보다 이런 고백 자체도 의미. 굳이 정치공학 따지면 득보다 실이 될 수도 있는 고백을 감행. ★★★★


52.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다정한 위로★★★★☆

머릿속 '최선, 열심히, 완벽' 지우고 '웬만하면 정상'으로ㅎ 원래 생활기스 상담이 원문인지라 편안한 구어체. 까칠함 대신 다정한 솔루션이라니ㅎ 기막힌 비유의 달인이라 250쪽 술술


53. <칠드런 액트> 삶을 법으로 선 그을 때

종교를 이유로 수혈을 거부, 신의 뜻대로 죽음을 맞겠다는 17세 소년. 강제 수혈 청하는 병원 손을 들어줄지..인간적 고뇌와 법리적 판단. 59세 판사 피오나. 완벽한 동시에 불안한 영혼의 주인공

찰라인지 아닌지 모를 바람. 오래된 부부 관계는 위태롭고, 서로 자신에게 질릴 정도로 냉기를 뿜어대기도..투명인간처럼 거리를 두기도..섬세한 묘사에 함께 숨이 멎을듯 몰입. 무겁고 탁한 공기까지 전해진다. 이언 매큐언. 오랜만이지만 대단 ★★★★☆


54.<복종>마초 판타지..이슬람 혐오주의이슬람에 대해..

기분이 참 불편해지는 걸 겨냥한 책이라면.... 성공.

특히 여성 입장에서는. ★★★


55. 조금 들춰보다 잠들었는데..아침에 애들 등교 챙기고 내 출근 준비 중간중간..지하철에서..사무실 도착해 결국 완독. 10년차 카피라이터 김민철님. 글이 쑥쑥 읽힌다. 에세이 쓰고파진다ㅎ <모든 요일의 기록:>

거의 6주 만에 지하철 출근. 책도 읽었다. 일상이 어찌나 근사한지 미칠 지경이다. 살짝 저는 내 다리가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사무실 카페테리아에 내 발로 걸어가 커피도 가져왔다. 눈부신 가을이다. 금요일 기분의 목요일이다. ★★★☆


하지만 김화영이 딱잘라서 말을했다. 냉정하게도, 잔인하게도. "참으로 이곳에는(지중해)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아니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내일의 행복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올 곳이 아니다. 지금 여기서 행복한..이의 땅"<모든 요일의 기록
이것이 <행복의 충격>을 읽었을 때 내 마음속 지진이었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나를 위한 공간은 지중해 어디에도 없다고 선언해버린 것이었다..중요한 것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능한 그곳에 살아남아 버티면서.." <모든 요일의 기록>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것, 의식의 끈을 놓지 않는 것,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것, 부단한 성실성으로 순간순간에 임하는 것,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 것, 오직 지금만을 살아가는 것, 쉬이 좌절하지 않는 것, 일상에서 도피하지 않는 것 <모든 요일의 기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젊음의 형광빛보다 늙음의 희미한 빛에 끌린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배 나온 할아버지들의 나뭇등걸 색깔..거동 불편한 노부부가 서로를 챙겨줄 때의 빛바랜 노을 색은 늘 찡하다..할머니들 하얀 머리를 보면 경쾌해진다<모든 요일의 기록
"일을 하다 보면 좋은 선배도 만날 거고, 나쁜 선배도 만나게 될 거다. 하지만 후배의 유일한 특권은 좋은 선배의 좋은 점은 배우고, 나쁜 선배의 나쁜 점은 안 배우면 된다는 거지" <모든 요일의 기록> 저자가 출근 첫날 들은 말. 내가 저리 살아왔군


56. 언론은 다시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저널리즘의 미래>기자들의 필독서. 미디어 리터러시로 교실에서 다뤄질 날이 와야할듯. 어디에도 미래 얘기는 없다. 그저 우리는 질문을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


57.  '자신에 대해 혼란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고전'이란 카피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주 읽은 책이란 카피와 안 맞는듯. 가슴 치는 대목들 만큼 황망하거나 이해 안되는 대목도. 19세기 중반의 시대정신인가..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신뢰>어쨌든 독후감!★★★


58. 출근길 가볍게 매거진<B> 츠타야 편. 충만한 휴식과 여백이 있는 느낌. 주주만 위하는 주식회사를 포기, 상장폐지하고 사람 중심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새삼 흥미진진. 이런걸 엿보면 작은 설레임이 ★★★★

어른인 체하는 것이 가능한 공간. 깊이 생각하고 싶을 때, 무언가에 막혔을 때, 교감을 구하고 싶을 때 힌트를 얻고, 책과 차분한 공간 그리고 음악이 있는 서점. 그것을 찾아내기까지 풍성하게.
츠타야, 분위기 좋은 도쿄의 서점 정도로 알았는데 스타벅스(1000)보다 많은 점포(1400개)를 갖춘 일상의 브랜드. 14년 종이책 매출이 1.6조엔을 웃도는 문화콘텐츠 소비국의 국민 브랜드. 데이터베이스 기반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

아마존에서 냉장고를 검색하면 1300건 정도 검색됩니다. 그걸 모두 스크롤? 가장 적합한걸 고를수 있나요? 츠타야 가전이 취급하는 냉장고는 21대 뿐입니다. 선택의 폭이 좁아지면 오히려 자신이 뭘 원하는지 좀 더 명확해지는-마스다 무네아키 츠타야CEO

Q. 모든 기업이 고객 가치를 위해 사업하지 않나요?
A. 그들은 입으로만 말하죠(웃음) 고객 가치를 만들고자 한다면 사람을 소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일하는 사람들, 바로 우리 사원들 말이에요. 츠타야 가전의 휴게실을 봤나요?-마스다 무네아키 CEO

Q. 내부 회의때 수십여 명의 직원이 모두 의견을 말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가능할까 싶습니다.
A. 믿지않는 자체가 고지식한 겁니다. 저희는 다들 자신의 의견을 말하죠. 라이프스타일은 돈이나 기계로 만들 수 있는게 아닙니다. 결국 사람밖에 없죠-츠타야


59. [다음 웹툰] 무빙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한달음에 정주행. 숨막히는 전개, 폭풍감동, 디테일 예술 그림, 빈틈 없는 복선과 촘촘하고도 종횡무진 스토리. 복잡했던 머리는 잠시 멍해지고 가슴은 촉촉하고 단순해집니다 ★★★★☆


60. "여자에게 하는 말이 너무 짧아 무언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더 보탤 단어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 말들은 거짓이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 잔인한 진실도 안 되었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그믐..>

진실과 거짓은 절대적이지 않다. 폭력에 동급생을 죽인 남자. 기억에 매인 여자. 아들 잃은 엄마의 광기. 또 다른 엄마의 집착. 그냥 모두 패턴. 과한 배려의 결말도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61. 2002년 번역된뒤 14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작가' 중 한 분인건 분명. 문득애팔래치아 3360km 트래킹을 시작한 등산 초보 아저씨의 고난기인데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나를 부르는 숲> 과연.. ★★★★☆


62.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14년에 본 50여편의 영화 중 첫손에 꼽은 작품. 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에세이인데. 워낙 짧은 연재글 묶음이라 좀 아쉽고. 다만 사람을 흔드는 몇 대목이 있었다 <걷는 듯 천천히>사람에 대한 서늘한 애정 ★★★☆


63. 딸 학원 데려다주다가 평소와 달리 쫌 해보겠다고 학원 근처 대기중. 맨몸으로 나와 부근 참고서 서점에 갔는데 살 책이 한 권도 보이지 않아 당황. 두번째 둘러보다가 낙점. <나를 보내지마>의 가즈오 이시구로.

클론 다룬 전작만 봤는데 이것은 아더왕 직후 브리튼과 색슨족 이야기. 용과 도깨비가 나온다. 깊은 사랑으로 이어진 노부부의 여정인데..망각이 오히려 선했던걸까. 혹 더 나빠지더라도 기억해야만할까<파묻힌 거인>

"기억은 아프고 망각은 취한다" 역자의 말. 처음에 일본 작가인줄 알았으나 <파묻힌 거인>은 그야말로 영국적 배경에 어딘지 동양적. 느린 전개에 까무룩 졸기도 했으나 마지막 장면까지 서사는 처연하고 잔상은 깊다. ★★★★


64. 나는 거대한 역사를 가닿을수 있는 작은 역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야 뭐라도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한 사람의 영혼이 역사보다 난해하다. 살아있는 눈물이고 감정이기에.. 길은 하나. 사랑으로 사람을 이해하는 것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않았다> 기록은 힘이 세다 ★★★★★


65. 2주에 걸쳐 야금야금 독서. 탈탈 털린 듯 피곤한 밤, 신경줄 날카롭던 퇴근길 지하철에서. 굳이 펼쳐들 때 마다 마음을 차분하게 달래주는 효과를 누렸다. 정갈한 문장, 담담하게 전갈되는 삶의 가치와 기준. 진통제 같은 위안이었다. <밤이 선생이다> 뒷북 간단 정리★★★★★


66. 경종과 영조, 사도세자를 다룬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15권. 노론과 소론의 정쟁으로 매번 사람이 죽어나가던 시대였구나. 상소(언론)에 마녀사냥 수순. <사도>와 흡사한 내용에 이준익 감독님 추천사 보며 끄덕 ★★★★


무더운 여름날, 몸과 마음이 지쳐서 흐느적거릴 때, 밥을 물에 말고 밥숟가락 위에 통통한 새우젓을 한 마리씩 얹어서 점심을 먹으면 뱃속이 편안해지고 질퍽거리던 마음이 보송보송해진다..느끼하고 비리고 들척지근한 것들을 생리적으로 내친..<라면을 끓이며>
파는 라면 맛의 공업적 질감을 순화시킨다..파가 우러난 국물에 달걀이 스며들면 파의 서늘한 청량감이 달걀의 부드러움과 섞여서, 라면은 인간 가까이 다가와 덜 쓸쓸하게 먹을만하고 견딜 만한 음식이 된다. 이거다 <라면 레시피 다 다르다>
"요사스럽다. 곡을 금한다" 내 아버지에게 배운 말투였다. 여동생들은 질려서 울지 못했다. 아버지의 관이 내려갈 때 나는 비로소 내 여동생들의 '오빠'라는 운명에 두렵고도 버거운 충만감을 느꼈다. 나는 가부장의 아들로 태어난 가부장이었던 것
어선들은 남루하고 지저분하지만, 그 무질서한 갑판 위에 필요 없는 물건은 한 점도 실려있지 않다..어선의 헝클어진 모습은 가지런한 무질서이며 시원적始原的 삶의 경건성이다..그 노동의 표정은 허술하고도 단단하다.
나는 근로를 신성하다고 우겨대면서 자꾸만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라고 몰아대는 이 근로감독관들의 세계를 증오한다. 제발 열심히 일하라고 조져대지 말아달라.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 꾸역꾸역 밥을 벌자
백두산 여행 중 음식에 대한 묘사.. 국토의 관능은..모든 나물과 무 배추 물고기에 살아 있었는데, 이 관능을 공감함으로써 화해를 이루자는 주장은 통일의 전략이 될 수 없는 것인지, 답답했다

67. <라면을 끓이며> 1부 '밥'에 이어 2부 '돈'의 첫 글은 '세월호'. 15년 1월 중앙일보 글 과 4월 이투데이 글을 합쳐서 재구성 했다고. 통렬하고 먹먹하다. ★★★★


68. <정의를 부탁해>현장을 지키는 미친 성실함으로  글이 좋고 어쩌고 떠나서, 정말 깜짝 놀란 대목은 따로 있었다... ★★★★☆


69.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강추. 세계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10년 후를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생각을 키워주는. 십수년 국제 문제 다뤄온 내 친구 @ttalgi21 니까 이렇게 쓸수있다. <10년 후 세계사>우리가 만들 미래★★★★★


70. 어른의 세계는 거짓. 도쿄의 삶은 청정한 위선. 감정을 배우지 못한 아이가 구역질 나게 촌스럽고 난리법석인 시골 간사이에서 겪는 일상이다. 극한 이분법이지만 그게 현실일수도. 독특한 선과 느낌<아이사와 리쿠> ★★★★


71. 테러란 핑계일까. 국가 안보, 자유 위해 국민 기본권 제약되어야 할까. 프라이버시와 대량감시 이슈로 세계 최고선수들의 90분 토론을 정리한 책. 공포팔이가 아니라 감시 필요성을 합리적으로 옹호한 더쇼비츠 같은 목소리 간만. 품격토론 좋다. <감시국가> ★★★★★


72.<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역사시간에 졸았나

한 달 한 권 한 번 모여서 책으로 수다떠는 날. L님이 고른 이번달 책, 정말 재미있었다. 대화 뜨겁다.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트레바리★★★★☆


73. 19세기 중반까지 "단순 사실 보도는 기자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저급하다"고 했단다. 뉴스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전해주는 저널리즘의 소명. 기레기 시대에 고급진 고민, 혹은 절박한 탐색이다. 언론역사 꿰고 있는 저자의 해박한 해석이 저널리즘  <비욘드뉴스>팩트 대신 이해를 제공하라★★★★☆


74. 2015 마지막 책은 <마션> 사실 오래 붙들었다. 다른 책들과 병행 독서. 한달음에 끝내지 못한건 역시 과학의 향연 덕ㅋ 혼자 주절주절 떠드는 와트니의 쿨한 생명력이 아마 앤디 위어 본인 아닐까. 웹에 연재하다 이런 엄청난 소설이라니. 덕후력 존경 ★★★★


<끝>


그리고..  달랑 한 줄 메모해놓은 책. 언젠가 봐야 ㅎㅎ


그리고... 연말에 받은 선물들. 언젠가 봐야겠지만, 일단 기록 차원에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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