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냐 정혜승 Mar 17. 2019

<내게 무해한 사람> 서늘하고 아픈데


서늘하고 서글프고 아프고 그랬어요.. 몰입해서 본 소설... 리뷰를 남길 재간이 없어서.. 그냥 접었던 책갈피의 그 대목들만 남겨둡니다. 그녀를 만나기 전의 삶이라는게 가난하게만 느껴지는.. 그 느낌을 어떻게 저렇게 표현하는지. 문장 하나 하나, 푹 들어가게 됩니다.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오래 바라볼 수 있구나.. 수이의 손을 잡았을 때,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건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뼈와 살과 피부를 가진 존재라는 것에 감사했고, 언젠가 죽을 때가 되면 기억에 남는 건 이런 일들밖에 없으리라고 확신했다. (그 여름, 13쪽)
수이를 만나기 전의 삶이라는 것이 가난하게만 느껴졌다. (15쪽),

세상과 자신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단 하나의 끈.. 수이에게 축구... 하루를 최대치로 살아낸다. (수이)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는 것이 수이의 방식.. 반면 이경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끊임없이 생각했고, 어떤 선택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전전긍긍..

최소한으로 상처받기 바랐다.. 배려라니. 지금의 이경은 생각한다. 배려라니. 그 거짓말은 수이를 위한 것도,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끝까지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욕심이고 위선일 뿐이었다는 것을 그때의 이경은 몰랐다. 수이는 그런 식의 싸구려 거짓을 받아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사실도. (52쪽)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이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일. (지나가는 밤, 99쪽)

모래에게는 모래만의 중력이 있었다. (모래로 지은 집, 111쪽)
공무에게는 두 손이 있다. 그리고 그 손을 잡아줄 사람은 나와 모래, 둘뿐이다.

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자아를 부수고 다른 사람을 껴안을 자신도 용기도 없었다. 나에게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 영혼은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헬멧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모래로 지은 집, 152쪽)


그런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 나를 오해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이용할지도 모를, 그리하여 나를 낙담하게 하고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피조물에게 나의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싶은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이야기해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는 지도 모른다고 나의 신에게 조용히 털어놓았던 밤이 있었다. (고백, 209쪽)


한 번도 내 삶에 책임을 진 적이 없었다는 것 (아치디에서, 241쪽)

그렇지만 마음이 아팠다. 삶이 자기가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고 말았을 때,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에 대한 미움뿐일 때, 자기 마음을 위로조차 하지 못할 때의 속수무책을 나도 알고 있어서. (아치디에서, 274쪽)

그녀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누가 제일 피곤하게 사는지 경쟁하는 사람들 같았다. 일은 믿을 수 없이 고되고, 변변한 휴가도 없고, 엄마라는 사람은 아들을 위한답시고 딸의 희생을 요구한다. (276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