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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Mar 17. 2019

<당신이 옳다> 당신에게 집중하며 공감력 키우기

까먹지 않겠다며 1월7일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 올렸었군요. 리뷰까지 꼭 하고 싶다고 해놓고.. 제대로 못할 것 같지만, 메모만 남겨봅니다.


예상보다 좋았어요. 사람을 구하는 심리적 심폐소생술(CPR), 치유자로서 존재감을 오롯하게 찾아낸 저자에게 더 이상 정신과 전문의라는 자격증은 의미가 없어 보이더군요. 마음과 몸을 모두 내던져, 한 인간에게 집중하는데 그 어떤 것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정혜신님이 보여주신 삶, 특히 지난 몇 년의 삶을 보면서 경이롭기도 하고, 한없이 고맙기도 하고 그랬어요. 쌍용차 가족들 옆을 지켜주시고, 세월호 사건 이후에는 그 분들 옆에서 떠나지 않았죠. 필요한 곳에 달려가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이것저것 따지지 않으셨더군요. 

사실 작년에 정혜신님 짝궁 이명수님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 제가 치유받았습니다. 이명수님이 아프셨던 고백, 정혜신님이 어떻게 그를 지켜주셨는지 정확한 묘사 속에서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관계를 봤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온전히 다 던지는게 어떤건지 엿봤습니다. 그것뿐인지, 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전히 이명수님 페북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곤 합니다. 이 힐링의 정체를 잘 모르면서요. 와중에 진정 공감자라고 생각하는 대통령께서, 당신의 공감이 얕고 관념적이었다고 고백하시는 바람에,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책을 읽고 난 뒤, 제가 좋아하는 S님에게 책을 빌려드렸습니다. 꼭 보시라고요. 전도사가 되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이 정도는 누구나 알았으면, 그렇게 서로 공감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싶기는 합니다. 어찌보면 설레발 치면서 바이블로 모실 정도는 아닙니다. 조금 가볍고 부담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충조평판'을 않는다는게 너무 어려운 미션입니다. 충고와 조언, 평가, 판단.. 제가 얼마나 충조평판에 능숙한지, 습관처럼 하는지 깨달았어요. 가벼운 책에서 무거운 깨달음을 얻다니, 그건 다 독자의 몫입니다. 살아온 날들에 따라서 저같은 반응도 있을테고, 다 아는 얘기라 하는 분도 있을테고.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충조평판이 왜 나쁘지? 하는 분이라면 책 한 번 보시죠..  몇 대목 메모해둔 것, 그대로 공개합니다. '제대로 리뷰'가 아니라서 아쉽습니다. 살다보면 또 기회가 있겠죠. 





자기 존재에 주목해주고 자기 삶에 귀 귀울여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예외 없이 변하게 만드는 지점이 바로 ‘자기’. 사람은 자기에 공감해주는 사람에게 반드시 반응한다. 사람은 본래 그런 존재다…자기 존재에 주목을 받은 이후부터가 제대로 된 내 삶의 시작이다. (47쪽) 얼마나 근사한 일입니까. 자기 존재에 주목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런데 실제 저는 그렇게 못하고 있군요ㅠ 
 
 네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너는 항상 옳다’는 말의 본 뜻이다. 그것은 확실한 ‘내 편 인증’이다. 이것이 심리적 생명줄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산소 공급이다. (49쪽) 이게 정말 말처럼 쉽지 않은..
 
 존재가 소멸된다는 느낌이 들 때 가장 빠르게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증명하는 방법이 폭력이다. (100쪽)  왜 사람들이 저토록 폭력적인지 좌절하고 절망하던 즈음에... 
 
 공감적 대화 자체의 과녁은 언제나 ‘존재 자체’다. 그런데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며 주로 쓰는 언어는 현실적, 실용적, 논리적, 전략적, 효율적 언어다. 그런 방식으로 소통하다 존재 자체에 집중하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가 갑자기 비포장도로로 접어드는 일과 비슷하다.
 (133쪽) ... 네, 제가 저런 언어를 쓰는 사람입니다. 저는 존재 자체에 집중해본 기억이 없는 것 같아서 두려워졌어요.. 
 
현실적 당위 말고 당신의 느낌은? 답답해 보여요. 안쓰럽기도 하고. (146쪽) ... 스스로를 봅니다.
 
 “엄마는 그러면 안 되지, 내가 왜 그랬는지 물어봐야지. 선생님도 혼내기만 해서 얼마나 속상했는데. 엄마는 나를 위로해 줘야지. 그 애가 먼저 나한테 시비를 걸어서 내가 얼마나 참다가 때렸는데. 엄마도 나보고 잘못했다고 하면 안 되지.” (160쪽) 이 깨달음을, 더 일찍 알았더라면. 아이들에게 저렇게 한 날들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날이 훨씬 많은...
 
탈진의 가장 흔한 이유는 공감 강박.. 어떤 면에서 트라우마 현장 같은 극단적인 고통의 현장에 있는 공감자들은 피해자 보호보다 자기 보호에 사력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기 보호에 민감한 사람만이 끝내 타인을 공감하는 일을 감당한다. (188쪽)  책 보면서, 공감 강박에 빠지려던 찰라..  
 
내 아이를 부모와의 연결 속에서만 바라보는, 나와 ‘내가 아닌 너’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의 언어. 자식을 바라보는 게으른 시선.. 큰 둑의 작은 구멍. (198쪽)
 
내 마음을 말하는 걸 유치하게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감정을 미성숙함의 표현이며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감정 통제를 잘해야 어른이고, 그래야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잘못되고 위험한 통념. (213쪽)  저는 감정적인 인간이고, 통제 잘 못합니다. 그렇다고 성숙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여겼는데, 앞으로는 더 담담하게.. 
 
나이, 지식, 경륜, 성찰이 아무리 깊은 사람도 사랑을 받지 못하면 마음이 뒤틀린다.. 충분히 사랑받은 사람은 욕구에 휘둘리지 않고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 네네.. 사랑하려고요. 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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