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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un 23. 2019

<열린사회와 그 적들> 읽다 말았..


칼 포퍼의 책이라면, 20살 무렵에 뒤적이던 거 아닌가요. 그리고 열린사회와 그 적들? 왜 지금 이걸 봐야하죠? 당시 운동권들 운동 그만하라고 설득하던 교재로서, 나름 설득력 뛰어났다는 그 책... 

독서모임 4월 책인데, 저는 이토록 옹졸하게 투덜거렸습니다. 별로 내키지 않는 마음이 반, 그리고 사실은 이걸 지금 보면 어떨까 싶은 궁금함도 반 있었는데... 결국 바빠서 1권도 다 못 읽었어요..  이것저것 왜, 왜, 왜, 어째서.. 의문만 좀 남다가.. 무튼, 망한 독서.... 그러나 몇 줄 끼적여놓은 걸 일단 옮겨놓습니다. 살다보면, 언젠가 또 다시 인연이 닿을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인간의 비판을 자유롭게 허용한다거나, 국가주의 대신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열린 사회’라 한다면, 얼마나 명쾌한 정의인가요. 동시에 이렇게 단순해도 되나 싶습니다. 이 꺼림칙함은 일단 넘어가고요. 역사주의와 전체주의를 비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당대의 외침. 히틀러의 침공에 분노해 파시즘과 더불어 맑시즘까지 몰아붙인 고전 중의 고전. 실제 그의 주장에 별로 틀린 말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궁금한 건 플라톤 이후의 서양 지성사입니다. 포퍼가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의 주장에 반기를 든 자체가 이슈였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플라톤은 서양문화의 철학적 기초를 마련했다는 것은 BC 400년 무렵입니다. 철인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의 계급론은 불편합니다. ‘그저 지배계급에 필요한 물자의 공급을 유일한 임무로 삼는 인간가축’이 언급되고, ‘플라톤은 심지어 이런 계급의 사람들과 그들의 사소한 문제를 위해서 입법하는 일을 지배자에게 금하기까지 한다’라고요. 포퍼는 플라톤이 ‘약간의 지성도 갖지 못하여 공동체의 일원으로는 부적당하지만, 고된 노동을 감당할 수 있는 건강한 육체를 가진 일꾼들이 있지 않은가? 라고 묻기도 한다고 뭐라 하는데요. 포퍼 이전에 이 문제를 지적한 사람이 없었나요? 정말 1000년 중세는 신에게 의탁한 채, 생각 없이 복종한 시대였나요?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드디어 신 대신 인간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한 이래, 혹시 플라톤을 비판한 다른 철학자들은 없었나요? 포퍼를 대단하게 인정하려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제가 무식한 탓이고, 공부가 짧은 탓이겠지만 플라톤 같은 거인 이후, 위인전에 나오는 프랑스 독일의 철학자들과 포퍼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쯤되면 왜 지금도 포퍼냐, 라는 질문도 함께 던져봅니다. 한마디로 포퍼 이전과 이후가 다 궁금합니다. 전체주의와 개인주의, 큰 틀에서는 명쾌하지만, 개인주의 시대의 작은국가 큰국가론이나 자유민주주의라는 모호한 구호 속의 모순들은 훨씬 더 복잡한 문제로 여겨집니다. 포퍼의 사상은 이러저러하고, 포퍼의 업적은 요러저러하다는 정리를 넘어서고 싶은데, 아는게 없으니 답답하네요. 시간이 촉박하여 일단 여기서 마감.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었던 과학철학자. 17세에 마르크스주의에 빠졌다가 또 빠져나오고.. 26세에 딴 박사학위는 심리학 전공... 음.. 포퍼에 대한 위키를 읽다보니, 그 시대의 복잡하고 넓은 지식사회에 혼미해지는군요. 지식인으로 거의 70년을 활약하신건가요. 무엇보다 당대에 전체주의를 마구 까고.. 심지어 잘생긴 존잘....음.... 
그리고, 사실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를 강추한 강민구님. 추천자 덕분에 관심은 확실히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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