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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Oct 13. 2019

<인사이드 빌게이츠> 어떤 소통

또 기막힌 다큐멘터리 한 편을 만났습니다. 넷플릭스 화제작 ‘인사이드 빌게이츠'. 원제는 ‘빌의 머리 속 : 빌 게이츠 해독'(Inside Bill’s Brain : Decoding Bill Gates)’입니다. 한 때 미국에서 가장 각광받던 청년 기업가에서 MS 독점 이슈 이후 조롱받는 악당 역할로 등극하고, 총 3편으로 구성된 다큐의 도입부마다 케이크로 얻어맞는 그의 모습을 매번 볼 수 있습니다. 20세기의 인물 빌 게이츠는 21세기의 인물로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고요.

원래 세계적 갑부에 위인전에서 볼 법한 빌 게이츠를 유튜브로 구독하고 있었어요. 구독자가 116만명에 올린 동영상만 420개를 넘겼죠. 


즉 꾸준히 소통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원래 빌의 추천도서에 관심이 있었어요. 추천하는 영상은 또 얼마나 감각적으로, 공들여 만드는지. 교과서처럼 찾아볼 때도 있었죠. 이건 최신 버전. 2019년 여름의 추천도서. 2018년의 영상도 좋아요. 이게 이렇게 애써 만들 일인가 싶지만, 그는 나름 소통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의 관심사 일부를 살펴보면, saving lives, tackling climate change, improving education, 그리고 이 짤에는 없지만, future of food, technology, world mosquito day 등 여럿입니다. books는 사실 이런 관심사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들이 섞여 있는듯 하고요ㅎㅎ 


어쩌다보니, 다큐 얘기는 시작도 전에 평소 빌게이츠 빠 마냥, 소개하는데 그만큼 남다른 분인거죠. 사실 유튜브에서 Bill Gates 를 검색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뜨는 연관검색어가 Warren Buffett 입니다. 두 분이 함께 찍은 유튜브가 여럿. 이건 그 중에서도 700만회 조회된 올 6월의 영상. 다큐에도 나오지만, 비슷한 '두뇌'를 기반으로 닮은 두 사람은 진정한 소울메이트. 워런 버핏은 재산의 반 이상인 310억 달러(약 40조 원)를 빌&멜린다 재단에 기부하며 '사람의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재단의 이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죠.  


하여간에 이런 빌이 직접 출연한 다큐입니다. 평소에도 뭔가 나누려고 하는 소통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세상을 바꾸는데 얼마나 큰 열정을 갖고 있는지 새삼 놀라웠습니다. 자신의 탁월한 능력이나 업적 뿐 아니라 약점, 비판받았던 과거, 이런 것도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빌 게이츠란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보여주는 장치. 3편으로 구성된 이 다큐는 각각 제3세계 비위생적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이들을 위해 ‘깨끗한 물'을 만드는 작업, 아프리카에서 소아마비를 없애는 작업, 그리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서 원전을 재탐구하는 작업을 보여주는데 집중합니다.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 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요. 지구를 지속가능한 터전으로 지키는 일보다 의미 있는게 있을까요. 사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그가 해온 일을 보여주는 것은 해당 이슈에 전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작업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많이 나이든 빌 게이츠 모습에 잠시 아련하기도 한데, 그는 '구조적 사고'를 남들과 다르게 하는 사람입니다. 대단합니다. 그가 제기한 아젠다로 주의를 집중시키고,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자고, 실제 불가능하지 않다고, 역설합니다. 그의 진심이 느껴지고, 그의 의지가 전해집니다. 

어느날 '설사'로 죽는 아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소식에 문제의 근원을 파헤치고, '물'을 해결하고자 나서죠. 여기에도 수천 억 씁니다. 그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자기들이 돕긴 할테지만 해당 국가에서 감당 가능한 예산으로 문제를 풀도록 '새로운 기술'을 찾아갑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전에 매달리는 그의 고집에 갸웃하다가, 몇 가지 대목에 놀랐습니다. 현존하는 원전의 근본적 문제랄까. 체르노빌 원전은 40년대 후반에 설계한 원전이고, 미국의 가장 현대적 원전조차 60년대에 설계해 70년대에 구현했다고 합니다. 빌 게이츠의 팀은 쓰나미가 일어나도, 어떤 자연재해에도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서 원전을 모색합니다. 우리가 알던 그 원전이 아니어요. 다른 원전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알 수 없지만 빌 게이츠의 원전은 아직 실전에 투입되지 않았으니, 그럼 기존 원전 기술은 정말 오래된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는 걸까요. 

해마다 석탄발전으로 80만명이 죽는다는 통계를 제시하는 빌에게 에너지는 중요한 과제. 무엇을 실용적으로 만드는데 50년이 걸리지만, 기후변화는 50년을 기다릴 수 없다고 하는데, 그의 절박함이 전해집니다. 누가 뭐라 해도 ‘뭣이 중헌디'라고 외치는 세계 1위 부자의 목소리라니. 그런 사람도 이렇게 소통을 합니다. 워커홀릭에 대한 질문에 “인생의 풍요는 자신이 좋아하는 배움과 자극에 있다"고 답하며, 평생 배우고 뭔가를 만들어내는 자극에 푹 빠진 사람. 포기하지 않는 사람. 정보에 몰입하고, 그 정보를 구조화하는 사람. 


이 다큐는 그의 가족에 대한 헌사로도 읽힙니다. 제아무리 특별한 두뇌를 가졌어도, 그는 방안으로 숨어드는 소년이었고, 어머니가 그를 세상으로 이끌어낸 것 같습니다. 그의 어머니 말이 남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자신에 대해 구체적 기대를 품을 때, 부끄럽지 않게 살 것이라고. 평생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노력하는 어머니, 삶의 가치를 다르게 보는 어머니를 둔 자체가, 요즘 식으로 말하면 빌 게이츠를 키워낸 특별한 환경, 특혜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이해하는 동반자 멜린다 게이츠를 존중하고 따르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부부란 무엇인가를 저런 식으로 보여주다니. 


다른 사람과 다른 사고능력으로 기업을 만들고, 개인용 PC를 그야말로 개인이 쉽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렇게 일군 수십 조원을 세상을 바구는데 쓰고 있는 사람,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 더불어 모두 살아갈 수 있는 지구를 위해 애쓰는 사람. 그런데 이것이 위인전이 아닌 이유는 다큐를 보시면 압니다. 나는 단순하게 좋은 사람, 너는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서, 이런저런 노력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어쩌면 그는 조금 더 단순하게 좋은 사람 같기도 합니다만, 그것보다는 인간적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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