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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un 20. 2020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마약 시장의 존재 이유


이 책은 #트레바리 #국경 클럽에서 19년 11월에 함께 읽었어요. 대충 쓰다만 독후감이 '저장글'에 있는걸, 반 년 넘어 공개합니다. 사실 휘릭 읽히는 책인데 역시 그 무렵 바빠서 다 못 봤거든요. 마저 읽고 제대로 정리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이제 와서... 일단 마무리.



불법 마약시장 규모는 연간 3000억 달러(약 350조원)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요. 전세계 영화 시장이 1000억 달러 규모입니다. 이런 막대한 불법자금은 각국 조직범죄의 급성장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대부분 불법이고 어둠의 경로로 유통되는데 시장 규모를 추정한게 맞을까 싶긴 하지만, 저 숫자 앞에서 겸허해졌습니다. 마약을 불법으로 강하게 단속할수록, 누군가에게는 엄청 남는 장사가 됐습니다. 어떤 종류의 집단에게는 다른 나라의 정치 사회 지형을 입맛대로 바꾸는데 중요한 루트가 됐죠. 마약은 경제적 산업적 측면에서도 존재 이유가 분명해보입니다. 일단 저런 돈이 오가는데 생산과 제조와 유통과 부대사업 고리가 정교하게 생기는건 너무 당연하지 않나요.


저자도 온갖 영화 얘기를 사례로 들고 있지만, 마약에 대한 의문은 영화나 책을 통해 얻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내게는 돈 윈슬로가 쓴 ’개의 힘’이라는 소설이 생각을 바꿔준 계기로 기억에 남습니다. 줄거리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대체 미국은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뭘 얻고 있는거지? 불법으로 몰아붙인 것도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구조를 위한 걸까? 마약은 남미의 주요 세력을 체스판 장기처럼 굴리고, 정치적 이득과 경제적 이득을 다 챙기는 고리일 뿐인가? 뭐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됐던 기억은 남아있어요. 느낌만 남은 내용이지만 저자도 이런저런 사례로 입증하는걸 보니, 미국 정부에 대한 의구심은 이미 오래된 얘기인걸까요.

마약의 폐해 관련, 저자는 뭔가 의도한 방향에 따라 취사선택한 자료만 가져온 느낌이라 그다지 신뢰하기 어렵다. 하지만 담배나 술과 비교해 어떻다더라는 주장이 논쟁적이란 건 인정합니다. 와중에 네덜란드가 범죄를 대하는 방식이 매우 신선한 건 사실. “마약을 범죄화하면 마약 사용을 결코 줄일 수 없다”는 훌스만 위원회의 결론도, “사회가 일탈행위를 처벌해 낙인을 찍는다면, 일탈행위의 증폭 현상은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일탈을 저지른 사람이 사회로 복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그가 다시 일탈행위를 반복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는 반 위원회 보고서 결론도 모두 신선합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금기에 도전할만큼 간이 크지 못하고, 저주받을 모범생DNA 탓에 삶이 덜 재미있어요. 궁금하기는 합니다. 대체 어떤걸까. 그리고 조금 더 열어두는 방향에서 사회가 고민을 가졌으면 합니다. 올더스 헉슬리가 LSD를 투약한채로 행복하게 임종을 맞이했다는 얘기는 다른 책에서 봤는데, 아름다운 마지막 아닌가요.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좀 더 희한한 방식으로 뇌에 자극을 조작해 마약 비슷한 쾌락을 만드는 법을 여럿 더 만들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비교적 안전한 방식으로 행복한 알약이 나온다면 부자들의 몫이 아니라 삶이 곤궁하고 희망이 부족한 이들에게 위안이 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금기를 허용하는 연례 주간이 생긴다면 어찌될까요. 공포를 과장해 시장을 왜곡하기보다 좀 더 현명한 대응이 나올 가능성은.. 아마 낮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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