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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Dec 25. 2019

<야밤의 공대생 만화> 이렇게 재미있을 일인가

지난 주말 (젊은) 트레바리 모임 갔다가, 전설의 '야공만', <야밤의 공대생 만화> 얘기를 다시 들었습니다. 아, 맞다. 그런게 있었죠. 몇 번 구경하고 무척 재미있다 싶었지만 어느 순간 제가 잊었던 그 이야기. 곧바로 공대생 아들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문했습니다. 마침 24일 도착! 책을 읽지 않는 아들을 위한 엄마의 고민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이런 시절도 있었죠.


약간의 흥분으로 이렇게 정리를 시작한 이유는.. <야공만>, 겁나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어젯밤에 영화 한 편 보고 밤늦게 펼쳤다가 절반 보고 잠들었고, 오늘 오전에 아이들 일어나기도 전에 다 봤습니다. 어차피 공대생의 글, 난이도 높은건 휙 넘기면 그리 됩니다. 잼난 것만 보면 됩니다. 저만 이렇게 흥분했을리가요. 왜 이 책을 이제야 봤나 싶을 정도로 찬사 일색입니다.


저자는 이미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밝혔어요. 이거 재미 95, 과학 5.. 그래서 저같은 '과알못'도 좋아하는 거고, 아들에게도 '재미'로 보라고 선물했습니다.

야공만은 공학자·과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기존의 교육만화와 다른 점은 재미에 '몰빵'했다는 것 정도? 재미가 95%라면 과학은 5% 정도랄까요. 학습 만화라기보다는 과학자를 소재로 한 웹툰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자녀에게 제 책을 사 주시는 부모님들을 종종 보지만요. (아아, 난 몰라. 책임 안 져.)


천재들 이야기, 쩔어요 

컴퓨터의 기본이 되는 트랜지스터. 1947년 세계 최초의 트랜지스터를 함께 개발하고도 기여가 적어 특허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윌리엄 쇼클리가  “나는 더 좋은 트랜지스터를 만들 것. 만들어서 특허에서 니네 이름은 다 빼고 내 이름만 넣을 것이다”라고 실제 말했고요. 3년 만에 진짜 더 좋은 트랜지스터 개발했다는 에피소드. 결국 화해하고 셋이서 노벨상 받았는데, 저자의 1차 결론. '싸가지 없으려면 천재이면 된다'. 그런데 이 만화 특징이 반전에 반전이 이어진다는 점. '끝'이 아니라 꼭 '진짜 끝'이 더 나온다는 겁니다. 쇼클리가 쇼클리반도체연구소를 차린 뒤 엄청난 인재들이 몰려왔으니 고든 무어, 로버트 노이스. 이들은 끝내 (인간관계 문제 있는) 쇼클리와 불화로 회사를 떠나 창업했는데 그 회사가 페어차일드와 인텔. 쇼클리네 회사는 망했다고요. 저자가 뽑아낸 교훈. '천재라고 깝치지 말자.  말고도 천재 많다.'

'최단강하곡선'이라는 알 리도, 알 수도 없는 뭔가에 관련된 에피소드. 요한 베르누이가 최초로 풀긴 했는데, 다들 몇 주 걸려 푸는 문제를 하루만에 풀어낸게 갓뉴튼. 요한 베르누이와 형 야코프 베르누이는 이걸 응용해서 더 어려운 문제로 배틀을 벌였고,  두 형제의 피 튀기는 싸움은 훗날 변분법이라는 학문의 토대가 되었으니 여기서 저자 요약. '천재들끼리는 집안 싸움 하다가도 학문을 만든다'.
갓뉴튼이 1665년 미적분을 만드는데, 당시 23세. (저자도 좌절하는 한 대목을 넣었지만, 진짜 오마이갓 아닙니까... 폰 노이만 등 다른 에피소드 보면 더 쩔어요ㅠㅠ ) 뉴튼과 라이프니츠의 미적분 원조 싸움이 영국과 대륙의 자존심 싸움으로 100년을 갔으며 영국은 100년간 수학 교류를 거부해서 결과적으로 뒤쳐졌다는! 아름다운 뒷이야기! 이 책은 거의 대부분 뒷이야기인데 이런게 원래 재미있습니다. 뉴튼이 업적을 인정받아 엄청난 돈을 벌었으나 초기 주식에 손을 대다가 40년치 기본급, 교수 200년치 연봉을 날린 뒷이야기. 이런거 교훈적이지 않습니까?


DNA 구조를 밝힌 공로로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노벨상을 받았지만. 알고보면 X선 회절 사진의 1인자 로절린드 프랭클린의 연구를 무단도용했다는 얘기도. 당시 학계는 남성우월주의였고..(안 봐도 훤한 스토리 같은 느낌적 느낌) 프랭클린 죽고 10년이 지나서야 왓슨은 그녀의 업적을 마지못해(?) 인정했다고요. 그런 왓슨은 동성애자, 비만, 흑인 비하 발언 일삼다가 사회에서 매장당하고 수입 끊기고.. 결국 노벨상 메달을 팔았다가.. 아이고... 하여간에 여성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 그래도 그 와중에 이런 분들이 있고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자연은 근본적으로 확률적이라는 해석을 까기 위해, 확정적 답이 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고양이가 살아 있는 상태와 죽어 있는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겠네? 말이 되니?”라고 나온 개념이었다고요. 원래는요. 그게 확률적 해석이 정설이 되어버린 지금 양자역학의 불가해함을 대표하는 마스코트가 되어버린 아이러니에 대해 얘기하는데.. 이게 찾아보면 쪼금 더 복잡한 얘기라는 걸 알게되지만, 단순화의 끝판왕. 아주 쉽게 이해가 됩니다요.. 문과생인 전 이 정도면 만족..(이라고 쓰고 보니.. 제가 무려 공대 박수, 박사 수료생... 아무리 융합 과정이라지만.. 아놔. 어쩔..ㅠㅠ)


"과학은 어려운 사실을 쉬운 말로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반면 시는 모두가 아는 사실을 어려운 말로 아무도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슈뢰딩거와 함께 노벨상 맏은 폴 디랙이 '뼛속까지 공대생 마인드'로 남긴 명언이라고요..  이쯤에선 법률이 수학인줄 알았더니 (해석하기 나름) 시 더라.. 는 얘기도 떠오르고.

이 글은 순전히 재미를 앞세워 과학 기초상식과 야사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 '야공만'에 대한 헌사. 저의 독창적 해석이나 감상 따위는 1도 없습니다. 책 표지 안쪽을 보니, 어찌나 귀여운 청년인지. 분명 크게 될 양반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2019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기억될 '야공만'. 이 책 인세로 아프리카에 염소 100마리 보냈다는 인터뷰 내용처럼, 2권도 내시고.. 만화와 연구, 좌뇌우뇌 균형 잡아 연구도 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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