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궁금한게 많아요
#트레바리 #디지털시대읽기 2020년 1월 책. 역시 메모만 남긴걸 뒷북 정리하려니 힘듭니다. 근데 북토크 1, 2 발제를 통해 던진 제가 정리한 질문이 역대급으로 많네요. 사실 멤버들 독후감에서 뽑아낸 질문들이었습니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궁금한게 많다는 건, 그만큼 들여다볼 이유가 있다는 증거겠죠.
북토크 1> 독후감을 통해 제시된 질문들
- 지금 구독중인 것? 구독하고 싶은 서비스는요?
- 구독경제, 떠오르는 우리나라의 성공 사례가 있나요? 한국적 이용 패턴이 혹시 다를까요?
- 제조업 실물경제에서 구독서비스를 시도해본다면 어떤 상상이 가능할까요? 실제 업무 시 반영해보고 싶다는 생각 해보셨어요?
- 고객중심의 관계형성을 위해 기업의 운영방식부터 생태계까지 모든 것을 전환하는 체질 개선? 어떻게 가능할까요?
- 구독경제도 그냥 트렌드? 벌써 유행을 다한걸까요?
- 소유의 종말을 외친 뒤 실제 구독경제가 유행이 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네요. 왜일까요? 그동안 기술 발전 덕분? 마인드? 사회 분위기?
- 아날로그 세상의 CRM이 구독경제로 물 만난 것이라면, AI 시대에는 또 다르게 진화할까요?
- 승자독식은 디지털 경제의 특징일까요? 구독경제도 마찬가지일까요?
- 제조업체의 구독 프로그램은 서비스업체와 어떻게 차별될까요? (근데 B2B2C는 뭐여요?)
- 고객 취향과 행동 분석에서 프라이버시와 보안 문제, 혹은 서비스 철학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 끝없는 베타, 이어지는 피봇, 린 스타트업 방식의 도전을 지치지 않고 계속하려면요? 영원히?
- 국회나 정부는 고객(유권자, 국민)과 어떻게 관계 맺고, 어떻게 서비스해야 할까요?
- 구독경제는 고비용 라이프? 적정선이란게 있을까요?
- 국내 대기업들이 느린 이유가 뭘까요. GaaS 는 기승전결 구성을 배제할 수 밖에 없는건가요?
- 부동산을 구독한다면 어떤 조건에서 구독 의사가 생길까요.
- 구독경제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현실화될 수 있을까요?
북토크 2> 못다한 이야기들
- 구독경제의 정의와 조건은요? 렌털경제, 공유경제랑 다른 부분은요? 서비스 사용한 만큼? 꼭 정기적으로? 계속 진화할텐데 어떻게 보세요?
- 구독경제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고객과의 관계? 서비스의 질?왜 소수만 성공할까요?
- 고객 데이터가 ID 기반 실시간 취합된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정부 규제? 이용자 저항? 데이터 보는 눈이 없어서?
- 구독경제 서비스, 직접 창업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어요?
서비스 구독, 어디까지
사실 책도 토론도 매우 재미있었어요. 일단 '구독'을 그냥 신문이나 잡지 구독 정도만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면도기 구독하는 지인 얘기 듣고도 재미있었는데요. 화장품도 구독하면 때 맞춰 보내주고요. 코카콜라는 매달 10달러를 내면 신제품을 맛볼 수 있도록 보내주는 구독 모델을 만들었어요. 빵도 구독합니다. 베이커리 월정액 모델(메나쥬리) 있고요. 트레바리 멤버들이 하나씩 던져준 걸 보면, 귀걸이 구독, 전통주 구독, 의류구독(클로젯셰어)도 있고, 런드리고 같은 세탁서비스도 결국 월정액 기반 구독 아니냐 했고.. 상효님은 "날마다 똑같은 옷 입고, 똑같은 비닐봉지에 똑같은 사료 들고 돌아다니면서 길고양이들 하고 놀아주고 밥주는 똑같은 영상을 5년 동안 올린" 러시아 아저씨 채널을 소개해줬습니다. 구독자가 124만명이어요.
잘 상하는 물건이나 면도기, 기저귀, 식료품, 세제, 반려동물 사료처럼 반복적으로 구입하는 제품에 적합한 것이 사실이지만, 매력적인 서비스라면 괜찮아요.
책에 등장한 사례들 보면, 펜더라는 기타 제조업체는 70년 넘게 최고의 전자 기타를 만들었지만 10년 사이 업계 전반적으로 판매량 3분의 1이 줄었다고요. 펜더는 초보 기타 연주자들이 기타를 계속 연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기타 튜닝을 위한 무료 모바일앱을 만들어 위기를 극복했다는 사연에 저는 혼자 감동. 매출을 늘리기 위해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한거잖아요. 제품 대신 서비스로 승부를 본 셈이고요. 기타는 소유가 아니라 평생 기타를 연주하도록 해주는 것, 학습과 참여를 디지털 관계로 만들어낸거죠.
넷플릭스의 경우, 책에서는 유료 구독자 1.2억 명이라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1분기에만 1600만 명이 늘어서 지금 1.8억 명입니다. 스포티파이는 창업 9년도 안되어 유료 구독 5000만명을 넘겼다고 책에서 언급되는데요, 2020년 1분기 현재 1억명 넘겼어요. 2008년에 창업한 회사여요. "캐나다와 미국의 구독형 동영상 서비스 수익은 2021년 240억 달러 전망된다, 불과 5년 전 26억 달러에서 크게 증가했다"고 나오는데, 이 숫자도 2020년 1분기 이후 전망이 바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너도나도 자동차 구독
포르쉐가 월 2000달러(지금은 2100달러에서 시작해요)를 내면 6가지 모델을 이용하고 정비, 보험, 자동차세, 등록비까지 해결해주는 구독모델을 만들었다는 것도 신선했어요. 현대차 하이브리드 아이오닉은 월 275달러라고 했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월 59만~99만원 모델이 있다고 합니다. 캐딜락은 1800달러에 연간 최대 18번이나 차를 바꿀 수 있다고요. 볼보는 2023년까지 차량 5대 중 1대가 구독 방식을 통해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나옵니다.
미국 자동차 대출 시장은 1조 달러에 달하는데 대부분이 구독모델로 전화될 수 있다고 합니다. 네네. 이 책의 저자가 구독 비즈니스 B2B 사업가여요. 구독경제 전도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기존 자동차 리스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어요. 다만 온라인 기반으로 훨씬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단기 구독도 가능하고 차량 교체 기능까지 추가한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우버와 리프트 같은 경우도 구독 서비스로 봐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이용자 ID와 결제 정보를 갖고, 이용 내역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얼마든지 구독모델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화하는 미디어 구독모델
뉴욕타임스가 160년 전이 아니라 5년 전에 설립된 스타트업이었다면 기업 가치가 400억 달러는 됐을거란 얘기가 나와요. 신문이라기보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회사. 디지털 혁신을 통해, 독보적 저널리즘을 통해 디지털 구독모델로 성공했죠. (곧 출간될 제 책에도 자세히 나와서 여기선 생략)
사실 유료 구독모델로 성공한 미디어가 NYT, WP, WSJ, FT 정도여요. 냉정하게 봐야 해요. 미국의 잘나가던 다른 미디어도 거의 실패했어요. NYT는 워낙 애썼고, WP는 베조스가 기술기업으로 바꾸면서 로컬 미디어와 협업해서 구독모델을 진화시킨걸로 알아요. 이들 매체 모두 코로나19 사태가 오니, 잠시 유료모델을 풀고, 무료로 볼 수 있게 해주더군요. 다시 닫으면 분명 유료로 가입하는 이들 더 나올겁니다. 책은 FT가 브렉시트 투표 당시 페이월 유료모델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수많은 신규 독자에게 맞춤형 구독 기회를 제공한 사연이 나옵니다. 미디어 유료 구독모델은 미디어오늘 대표 이정환님도 연구 많이하신지라 귀동냥 해봤는데, 매우 정교하게 시도합니다. 성향에 따라 맞춤형 낚시를 하더라고요.
저 역시 미디어에 대해서는 더이상 광고 모델이 지속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지라, 구독 모델로 반드시 승부를 봐야한다고 믿습니다.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에도 돈 내는게 익숙하고, 면도기, 화장품에도 돈을 내는데 미디어라고 습관적으로 정기구독하는게 그리 불가능하 일은 아닙니다. 고객이 만족할 서비스를 만드는게 문제일 뿐이죠. 그런 관심에서 열심히 들여다본게 '디 인포메이션'이어요. 이 이야기도 곧 출간될 책에 자세히 썼지만ㅎㅎ 이 책에도 언급되는 사례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큰 테크 전문기자 팀을 보유한 매체라고요.
일단 기사 품질, 즉 제품이 좋다고 합니다. 고객인 독자 만족도가 높아요. 제가 주목한 건 서비스입니다. 각 구독료 모델마다 제공되는 서비스가 다르잖아요. 미국엔 비싸고 배타적인 유료 컨퍼런스도 꽤 있는데 그런데 초대해주고, 프라이빗 단톡방도 입장하도록 해주는데 저커버그 이런 분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서비스는 현재에는 좀 다른 방식으로 제공되는거 같아요. 제가 책 쓰면서 캡쳐했을 당시와 또 달라졌어요ㅠ 대신 '네트워킹 패쓰' 라는게 더 궁금해지긴 합니다. 중요한건, 고객 만족을 위해 '서비스' 마인드로 진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유료모델로 성공하고 있다는 겁니다. 30세 이하 독자를 특별대우로 붙잡는 것도 흥미롭고요. 우리 미디어 중에는 독자를 붙들기 위해 저런 수준의 '노오력'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자전거 주고 마스크 주면서 붙드는 전략과 다르잖아요.
고객만 생각한다면
고객들, 이용자들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서비스를 구입합니다. 미디어가 취재원인 고급 고객의 관심사에만 신경쓰지 말고 고객인 진짜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하다면 유료 구독인들 안되겠습니까. 저자는 '원한다면 쉽게 떠날 수 있게'하는 것도 전략이라고 소개합니다. 역시 고객 중심 마인드죠.
국회에서 일하는 멤버는 입법부를 구독경제 패러다임에서 어떻게 재해석할지 고민을 꺼냈어요. 구독경제로서 국회와 정치의 모델을 고민한다? 소유하지 말고 접속하는 방향에서, '지속적-쌍방향 소통'이라는 구독경제 기반에서 상상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국회나 정부는 유권자와 국민이라는 고객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떤 서비스를 해야하는 걸까요.
구독경제는 기존에 있던 것을 조금 더 진화시키거나, 기존에 없던 모델을 만들면서 진화합니다. 고객만 바라보고, 고객이 성장하는데 관심이 있다면, 기타 파는게 아니라 기타 연주를 위해 앱을 통한 디지털 교육까지 생각하는 펜더처럼 뭐든 더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당분간 여러가지 구독모델을 더 궁리해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