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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an 29. 2020

<유튜브 트렌드 2020> 글로 배우는 유튜브

유튜브 시대 2020 가이드라인이군요. 유튜브를 영상이 아니라 글로 배우는 느낌ㅎ 이렇게라도 속성으로 이해를 높이도록 도와주다니 고맙죠.

저도 고민 많았지만 반듯한 이미지의 대기업, 공공기관에게 유튜브는 참 어려운 동네라는 걸 새삼 확인합니다. 이 플랫폼은 딱딱한 권위, 안정된 지위는 어울리지 않아요. 젊은 감각이 빛나는 곳이고, 혹은 부끄러움 없이 막나가는 엔진이 유리해요. 그것이 어느 방향이든, 어느 조직, 어느 세대든요. 한 때 당대를 이끌었던 바이스미디어의 Shane Smith가 기존 대형 방송사들을 비웃으며 이런 말을 했죠.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사회에 나이 든 영감 무리가 '좋아, 그렇게 하자고. 동영상을 만들어 보자고' 한다면 그들은 아마 전형적인 오랜 경력자를 채용, TV보다 후진 동영상을 얻겠지… 조직 자체를 뜯어내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해야 하고, TV나 광고 영화 경험이 없는, 갓 졸업한, 자신이 뭘하는지도 이해못하는 이를 채용해야. 내가 이 모든걸, 비결을 누설한 이유는 그렇게 하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바이스 저널리스트 평균 연령 25세. 5년에 한 번씩 회사를 인턴에 맡긴다 했습니다. 젊은 이들은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정교한 헛소리 감지기를 갖고 있어 어떤 기성 미디어도 따라갈 수 없다는게 그의 주장이었어요. <디지털 뉴스의 혁신>에 나오는 얘기인데 몹시 인상 깊었죠. 그 바이스도 요즘 예전같지 않아요. 그 사정은 모르겠지만, 저런 승부수라면 유튜브에 더 잘하는 친구들이 엄청 많은데, 쉬울리 없겠죠. 그러니 우리가, 아니 제가 이렇게 책으로라도 연구하고 궁리하고 대체 뭐하는 곳인지 이해하려고 애쓰는게 사실 부질없기도 합니다. 다른 DNA를 가진 세상을 기성 세대의 눈으로 보는 거니까요. 그러나 이렇게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또 어쩌겠어요.

책은 1. 유튜브 개론 2. 요즘 트렌드(9가지 키워드) 3. 추천 채널 77개 4. 전문가 대담.. 이렇게 나뉘어있고 입맛대로 골라보라고 조언하는 얘기가 서문에 나옵니다. 친절하기도 하셔라. 저는 77개 설명을 휘리릭 봤지만 그 중 하나가 '대한민국 정부' 채널이란 건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아, 청와대 채널도 괜찮은데 아쉽ㅎㅎ)

온갖 것들이 다 살아 움직인다. 개그우먼이 출연해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는 공직자들과 재미있게 인터뷰를 하고, 유튜브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정부의 정책을 그들의 스타일로 풀어낸다. 시민들을 찾아가 정책 퀴즈를 풀며 소통하고 뉴스이지만 뉴스 같지 않은, 달달한 목소리로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캐주얼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기존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정부의 홍보 포맷을 과감하게 깨고 유튜브 생태계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51쪽)

대한민국 정부 채널을 저렇게 만들기 위해 애쓴 분들을 잘 알고 있어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그동안 애써온 블로그 등 다른 플랫폼보다 유튜브에 적응하느라 모두 애썼죠. 외부 크리에이터들과 협업에 주저하지 않았고, 과거 방식에 얽매이지 않았죠. 그게 정부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저도 지금 소통 관련 책을 정리하고 있다보니..사실 컨닝 기분으로 좀 들여다봤습니다. 결이 다른 책이라 컨닝은 못했지만ㅎㅎ 저도 사례로 포함시킨 소련여자를 비롯해 조금 관심 갖고 보던(혹은 한 번이라도 본) 과나, 긱블, 닷페이스, 디에디트, 슈카월드, 자이언트 펭TV, 장삐쭈, 포크포크, 한예슬is, dxyz, EO, Korean Diaspora KBS, sellev 등이 77개에 들어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어찌보면 이것밖에 모르고 있었다니 현타가 왔...) 

와중에 유튜브 트렌드 키워드 9가지를 ALGORITHM 으로 정리하다니, 이거슨 트렌드 전문가 스타일, 혹은 아재 느낌인데 어쩐지 요약 같고 최적화된 초현실 병맛 어그로...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한 것 같아요.

1. Aggravation (Aggro, 어그로) 당신은 ‘관종’인가? 지금 어그로 끌고 있지 않은가?

2. Let’s Summary (요약) 핵심만 알고 싶어? 그럼 내가 대신 요약한 걸 봐!

3. GXWM (Get X With Me, 공유경험) 나와 함께 해보자! 무엇이든.

4. Optimization (최적화) 그들만의 문법, 그들이 사는 세상에 맞춰라

5. Recall (추억환생) 먼지 쌓인 콘텐츠들의 화려한 귀환! ‘온라인 탑골공원’ 성지

6. Idiot Box (바보상자) 유튜브만 보면 울던 아이도 뚝? 뚝!

7. Tension (텐션병맛) 오마이갓김치! 이세상 텐션이 아님

8. Hyper-Reality (초현실) 나만의 현실을 넘어, 누군가의 현실을 함께 나누기

9. Money (돈)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곳, 황금광시대


경달님이 동영상 서비스 들여다본 세월이 생각보다 참 길군요. 저는 신문기자 경달님을 먼저 만났지만 그는 이미 방송의 맛을 알고 있었던 미디어 전공자. 신문업계에서도 저보다 먼저 다음으로 건너가 네이버를 거쳐 직접 동영상 비즈니스까지 달려간 전문가입니다. 궁금한거 여쭤보면서 제가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10여년 전에는 각자 포털 정책 담당으로 협업하기도 했는데 그 시절이 그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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