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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Aug 05. 2020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 국민을 지켜라


"코로나19가 남긴 질문 중 ‘국가’가 있습니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각국 정부의 대응 속도, 역량에 따라 국민들의 운명이 엇갈렸습니다. 국가의 역할에 대한 성찰이 세계인의 머리 속에 들어앉았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이끌었던 '작은 정부’가 실패했다는 평가 속에 ‘큰 정부'의 귀환을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류 자체도 혹시 낡은게 아닐까요? 어쩌면 국가나 사회를 바라볼 때 '뭣이 중헌디’,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일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알고보니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100년 이상 계속 커졌을 뿐, 작아진 적이 없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합니다.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가 있었을 뿐입니다. 어떤 국가는 효율성을 앞세우다가 공공 기능이 취약해져 국가 본연의 일을 잘 못했을 뿐입니다. 

기자 출신 경제평론가 이원재 LAB2050 대표는 꾸준히 국가의 역할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3년 전에 내놓은 책에서 그는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드는게 국가의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정부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기업은 아니라는 겁니다. 정부의 존재 이유는 국민 개인을 보호하는데 있다는 겁니다. 헌법 제34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는데 저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국가가 할 일입니다. 특히 양극화 와중에 디지털 혁신이 불평등을 심화시킬 때, 국가는 뭘 해야 할까요? 동시에 국가에 대한 평가 기준, 일 잘 하는 국가에 대한 관점도 다시 생각할 때입니다. 팬데믹 이후 우리의 질문도 달라집니다. 강대국의 국민이 행복한가요?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나요?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강대국은 누구를 위한 걸까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 아닐까요? 그럼 뭘해야 하죠?  
                                   - <힘의 역전2 : 달라진 세계>, 프롤로그 초고 중...

책은 촛불혁명 과정에서 '이게 나라냐'라는 외침에 응해 쓰여졌습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이원재 대표가 대담을 나눈 겁니다. 이원재님을 '힘의 역전2 : 달라진 세계'를 주제로 열린 메디치포럼 발표자로 모시면서, 사전 인터뷰에 앞서 휘리릭 좀 살펴봤습니다. 그러다 아까워서 다시 좀 들여다봤죠.

이제는 '국가의 일'에 대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사고를 해야 한다. 특정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국가의 일'이 아니다. 새로운 산업을 찾아내고, 발전시키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개별 기업과 개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국가는 이를 위해서 환경을 조성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 무엇보다 기득권으로 꽉 막힌 사회를 과감하게 뚫고, 낡고 오래된 시스템을 확 털어버려야 한다. 그럴 수 있을 때 비로소 기회가 다시 생길 것이다. (5쪽)

서문에서 이현재님이 밝힌 내용이 가장 핵심. 국가의 역할을 분명히 하기 위해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34조를 거론하고, 기존 정부 역할을 부정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정통 관료의 상징적 존재인 이현재님이란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원재님도 이에 동의하면서 '국가가 국민 개개인에게 강력한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걸 강조합니다. 

기득권 해체에 대한 메시지도 생각해볼 대목이 많습니다. 
큰 기득권을 그대로 두고서 작은 기득권들에게 양보하라는 식의 접근도 안된다, 동시에 작은 기득권을 일일이 보호해줘서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건데요. (58쪽)  문제는 작은 기득권에 죽기 살기로 매달릴 수 밖에 없게 만든 국가, 사회 라고요. 이조차 지키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져 죽는다는 공포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는 겁니다. (59쪽)

관료 기득권의 문제도 심각하지요. 저도 공무원이었지만, 관료들은 자신들의 기득권만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체제가 바뀌는 것 자체를 거부합니다. '현상 유지의 폭군'이랄까요? 이들이 변화의 정책을 가로막는 첫번째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그 정부에 있었으니 책임이 있지요.
개혁하려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 목숨을 내놓고 할 각오가 없이는 기득권들의 저항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개혁을 시작할 때는 타깃을 좁히고, 어디를 건드려서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 치밀하게 전략을 짜야 합니다. (61~62쪽)   할많하않..

 

국가와 개인의 인식 차이.. '인구가 어느 수준이어야 한다', '출산율이 몇 퍼센트여야 한다'는 식의 국가 단위 논거에 이미 개인들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접근해봐야 아무런 정책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한데다 정부는 계속 이런 일에 예산을 쓰니 답답.. (70쪽).... 정부의 접근 방식 자체가 20세기 적이라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새롭게 일하는 방식 자체를 공공에서는 더디게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죠. 

양상이 복잡할수록 정부는 간단하고 확고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합니다. 모든 부분을 디테일하게 바로잡으려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일본 아베 총리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동일임금 동일노동' 원칙도 심플합니다. (75쪽) 아베 총리의 정책이라고요??

국가의 근본적인 역할, 이른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정책의 큰 틀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하며, 그 방법은 대범하고 단순해야 한다.  
(80쪽) ... 대범하고 단순하게... 새롭게. 


각론으로 들어가, 1. 주거 문제에 있어서.. 주택보급률 100% 넘는데다 전국 빈 집 100만 채인데.. 공급 문제보다는 '소셜 믹스'를 기본으로 공공임대를 늘리자는 방향에는 동의... 저렴한 공공주택이 늘어나야 시장도 안정된다는 방향에도 동의...
2. 교육 문제에서 현행 입시제도, 대학 서열부터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실행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요. 3. 소득 문제에서 일자리안정자금 구조를 이미 얘기하신 것은 흥미롭습니다. 4. 일자리와 산업,  5.외교 통일... 을 다루고, 리더십, 인물보다 시스템... 모두가 혁신가인 리바운드 사회.... 를 정리했는데... 책을 보시죠ㅎㅎ 

3년 전 논의이지만, 지금도 유효한 이야기들. 뒤집어 생각해보면, 아직 이 담론들이 힘을 얻고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되고, 혁신이란 3년 사이에 뭔가 휙휙 다 이뤄질 일이 아닌거죠ㅎㅎ 무튼, 쉽고 굵직굵직하게, 그러나 디테일도 잊지 않은 정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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