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우리는 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미국 성인 중 진화론을 믿는 이는 65%. 우유의 저온살균이 왜 중요한지 믿지 않고, 백신이 자폐와 관계 있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를 믿는다고요. 이게 정치 사상이나 종교 이유도 있지만 ‘직관적 이론(intuitive theories)’ 탓이라는게 책의 핵심 주장입니다. 직관이 종종 틀리는데, 인간 심리가 원래 고정관념에 약한거죠.
저자는 인지심리학자. 이게 마치 과학책 같은데, 사실 서문을 제외하면 아이들에 대한 다양한 조사를 통해 직관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물질에 대해, 운동, 생물에 대한 아이들 이해 한계가 어떤 식인지 살펴보고, 그러니 어떠어떠한 방식의 교육이 낫더라는 얘기죠. 교육학 책 같아요. 일단 인문학도(라고 써놓고 보니.. 제가 나름 융합과정이지만 공대 박사 수료자인데ㅠ) 입장에서는, 몇 가지 혹하는 포인트가 있긴 하지만 좀 어려워요..
물론 윗부분이 넓은 맥주잔에서 높이 15% 감소하면 부피는 25% 줄어든다, 즉 덜 채운 맥주는 손해막심이라는 깨달음 같은건 제게도 도움.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정체 탄소 배출량의 14%를 차지하는 반면 쓰레기는 4%를 차지하는데.. 우리는 대중교통 이용, 항공여행 최소화 등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쓰레기 문제(재활용 확대)를 해결하는데 더 신경 쓰는 것 역시 우리의 착각에 가깝다네요. (그럼 어쩌라고요...ㅠ 저는 하이브리드 차를 가끔 타고, 대체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긴 하지만.. 플라스틱이나 비닐 안 쓰는데 더 열을 올리고..)
아이들은 물리학적 사실에 비해 생물학적 사실에 관해 2배 가까이 더 많은 질문을 하는데, 부모들은 생물학적 사실을 가르치는 것을 꺼려한다는 지적도 실감납니다.. 믿고 싶은 대로 믿는 본능도 생생한 사례.
체중 과다의 주된 원인은 과식인데, 체중 증가의 원인으로 운동 부족을 꼽는 이는 과식이라 하는 이들보다 BMI가 9% 높았다고요! (운동 할 시간이 없어서 살이 안 빠진다고 했던 저도 기만적 인간인거죠!)
공룡의 멸종(6500만 년 전)과 현생인류의 출현(20만 년 전) 사이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수백 만 미국인들은 인간과 공룡이 한 때 공존했다고 믿는다든지, 달 착륙 믿지 않는 이가 7%에 달하는게 신기하지는 않아요. 코로나가 5G 때문이라는 거짓정보를 믿고 통신 설비에 테러를 가하는 이들이 있는 세상인걸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보다 이전의 아이디어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어렵다”고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발했다는데.. 우리는 정말 믿고 싶은 것만 믿습니다.
세상은 참으로 복잡한 곳이며, 그 세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 또한 참으로 복잡한 과정(124쪽) 인거죠.
책의 주장은 한 마디로 우기지 말고 공부해라. 제가 언니 옵바들 계신 독서모임에 거의 막내로 참여해서 읽었는데, 역시 고수들 답게 한 마디 요약이 짜릿합니다. 과학적 합리주의가 정치적 신념을 이길 수 있을까? 이 질문도 여운이 기네요. 어떤 분은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생각했다고 하시고, 대체 과학은 우리가 한 발 더 나아가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까지.
책은 제가 고르지 않았을 것만 같은 종류고, 교육이나 심리 하시는 분들에게 유용한 책일거 같아요. 독감백신을 의심하는 비합리적 언론들마저 지켜보는 시절이라.. 직관 탓보다는 정치적 입장이 과학을 압도하는게 아닌가 싶은 의구심이 있기는 한데요. 사람 머리 굴러가는게 그런 경향도 있다는 정도로... 독서보다 알찬 토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