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냐 정혜승 Nov 28. 2020

<규칙 없음> Why Not? 다만 남는 질문들


"연휴에 넷플릭스 책 읽고 느낀 점. 한국 조직문화로서는 노답!"
대기업 임원인 L님이 단톡방에 이렇게 남겼어요. 넷플릭스 '규칙 없음'에 대해  1) 인재는 최고 수준으로 보상. 보통 능력이라면 보너스 줘서 내보내라, 2) 투명성은 경영/재무정보, 인사정보, 전략방향까지 모두 공개 3) 통제 없애고 '맥락'으로 관리하라...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하셨는데, '현재 우리들 기업'의 문화와는 도저히 맞지 않아 보인다고요. 그래서 '왜?' 우리는 이렇게 할 수 없지?? 라는 질문이 머리에 과제처럼 남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생각이 달랐어요. "어려운 도전이긴 하지만. 우리 풍토에서 안될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물론 대기업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론 바뀌지 않을까요?".. 저는 실제 저런 문화를 지향하는 곳에서 일해봤거든요. 
결국 #트레바리 #디지털시대읽기 11월 책으로 골랐어요. 토론 욕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책은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조직문화 전문가인 경영학자 에린 마이어와 함께 쓴 책. 코로나 최대 수혜자가 넷플릭스와 줌이 아닐까 싶은데, 하여간에 전설을 만들고 있는 기업입니다. 그런데 이 기업의 문화가 아주 독특해요. 원래 투명하게 공개, 공유하고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하는건 테크 기업들 트렌드. 다음은 물론 카카오도 그랬어요. 넷플릭스는 조금 더 남달라요.

최고만 살아남는다

"좋은 직장의 조건은 호화스러운 사무실이나 멋진 체육관, 혹은 공짜 스시 같은게 아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재능 있고 협동심이 강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모든 직원이 뛰어나면 서로에게 배우고 서로가 의욕을 불어넣어 성과는 수직으로 상승한다." (41쪽)

여기까지는 모두가 동의하겠죠? 그런데 매우 거칠어요. 넷플릭스는 '대단한 사람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좋은 직원을 해고'합니다. 초특급 인재만 살아남도록 걸러내요. 직원은 가족이 아니고, 언제든 훅 날아가요. 기대했던 '놀라운 수준의 성과'가 아니라 '괜찮은 성과'를 내면 해고되는 거죠. 
대신 보상도 최고. 연봉이 원래 쎈데다, 경쟁사 스카웃 받았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 전에 연봉을 인상해주는게 회사 방침입니다. 보너스로 보상하지 않아요. 시장 변화에 민첩해야 하거늘, 1월에 정한 목표를 달성했다고 웬 보너스. 과거의 목표에 매달라지 않도록 처음부터 최고 보상을 설계합니다. 해고할 때도 퇴직금을 두둑히(4~9개월치 월급) 준다고요. 우리는? '계약직'인 임원은 해고할 수 있겠지만 일반 직원은 법이 보호합니다. 저 역시 역량이 떨어지는 동료를 그냥 두는 것은 조직에 해가 된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다른 방법을 찾겠죠... 


누구에게나 직설


인재 관리 뿐 아니라 관계와 태도도 거칠어요. 대표님의 (그날 회의) 발언이 모욕적이고 예의에 맞지 않았다는 말을 직원이 대표에게 바로 이메일로 보내요. 회사 이익을 위해 인재의 성장이 중요하고, 거기엔 피드백이 필수라는 문화 덕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 면전에서 할 수 있는 말만 하라'는게 원칙이고, 평판이 나빠질까 봐 피드백을 제시하지 못하고 미적거린다면 그날이 바로 넷플릭스를 떠나야 하는 날이라고 하는거죠. 

보통은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 내키지 않는 논쟁에 말려들고 싶지 않다. 동료들의 비위를 거스르거나 화를 돋우고 싶지 않다. '비협조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싫다, (57쪽) 이런 이유로 말을 꺼내지 않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실제 조사해보면, '응답자의 92%는 전달 방법만 적절하다면 부정적인 피드백이 성과를 향상시킬 것이라는데 동의'한다는 거죠. 
리드 헤이스팅스에 대한 지적질 관련, "로셸의 피드백은 솔직했지만, 사려 깊었다. 거기에는 진정으로 리드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75쪽)고 합니다.

우리는? '최우수가 아닌 우수 직원은 해고한다'는건 불가능해도, 솔직한 피드백과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은 가능해요. 대기업과 공공부문은 아직 아닌듯 하지만, 판교와 성수동에는 그런 문화가 이미 있어요. 다음이 OO님이라고 불렀던 것도 카카오가 영어 이름을 부르는 것도, 모두 솔직하고 격의 없이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예컨대, "지미, 그 구상은 문제가 있어요"라고 주저하지 않고 반대 의견을 내는데 실제 도움이 되요. 그러나 저 역시 동료의 태도가 모욕적이라는 식의 발언은 하지 않았어요. 업무상 의견만 냈죠. 우리는 넷플릭스에서 언급한 360도 평가도 진행했는데, 훨씬 더 부드러웠어요.. 제 경우, 100% 솔직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외교적 수사를 동원하긴 했죠. 그런데 더 거칠어도 됐을까? 그런게 용인되도록 공감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진행된다면 와이놋...그리고 딱 넷플릭스 처럼 해야한다는 거 아니잖아요? 우리 방식대로 피드백 잘 할 수 있어요.  

No Rules Rules. 무한 정보 공유, 무한 재량과 책임

어떤 통제도 없어요. 휴가를 얼마나 쓰든, 비용을 얼마나 쓰든, 얼마짜리 계약을 하든. 해마다 경비 10%를 무작위 감사하긴 하지만, 휴가 규정 따지고, 비용 결제 올리는 것도 다 내부 커뮤니케이션 부담을 늘리는 일. 이런거 생략하면 선택의 자유가 늘고 일 처리 속도가 빨라져요. 단 하나의 가이드만 있습니다.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통제를 없애려면, 직원들이 관리 감독 없이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조직이 좀 더 투명해져야 하고, 회사 기밀도 없어야 한다.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일반 직원들도 수뇌부만큼이나 회사가 돌아가는 형편을 잘 알아야 한다. 
(145쪽)

시키는대로 일하는 것에 만족못하는 세대가 등장했어요.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일하는 거, 사장님들 로망 아닌가요? 일단 판단하려면 정보가 필수. 회사 돌아가는 상황은 물론, 회사의 비전, 방향, 전략 등을 모두 알아야 제대로 된 판단이 가능합니다. 카카오는 거의 모든 정보를 '아지트'라는 사내 업무망에 공개했어요. T500, 화요일(Tuesday) 오후 5:00 시에는 전 직원을 상대로 CEO 등 경영진이 회사 상황을 알렸어요... 물론 전부는 아니었을 수 있어요. 그런데 더 공개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별 일 없습니다. 저는 '공유병'이 있다고 인정하는 편. 공무원이 되어서도 어지간한 내용은 모두 동료들에게 공유했어요. 그래야 판단하는데 머리를 맞댈 수 있고, 일을 빠르게 하죠. '일반적으로 회사의 상사는 직원들의 결정을 승인해 주거나 거부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야말로 혁신을 막고 성장을 더디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충분히 공유하면, 각자 신속하게 판단하고, 할 일을 합니다.. 최고의 인재들은 쓸데 없는 짓을 싫어하지 않던가요. 보통 인재들도 그래요. 재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책임져요. 그렇게 만드는게 리더십이고요. 

실수에 대하여 


리드 헤이스팅스는 겸손하거나, 겸손함을 지향하는 것 같아요. 본인이 다 맞을거라 생각하지도 않고, 실수하면 바로 인정하고 수정해요. 선샤이닝, '햇볕에 드러내놓고 실패의 경험을 축적하고 공유하기'를 엄청나게 강조합니다. 

리더가 실수를 '선샤이닝'하면 사람들은 '아!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성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도 과감하게 모험을 선택한다. 이는 회사 전반의 과감한 혁신으로 이어진다.. '잘한 일은 작은 소리로, 실수는 큰 소리로' 말하라.


넷플릭스의 선샤이닝 사례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저는 시도해보고 싶어요. 

부하 직원이 멍청한 짓.. 나무라지 말라. 대신 맥락을 잘못 짚어준 것이 없는지 자문해보라. 목표와 전략은 확실하게 전달했는가? 그것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의욕과 열망을 제대로 불어넣었느낙? 팀이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가설과 위험을 정확히 일러주었는가? 부하직원들이 당신과 같은 비전과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그들과 의견을 철저히 조율했는가? 
(380쪽)

반드시 잊지 말하야 할 것. 당신이 반신반의하고 심지어 부정적인 의견을 냈는데도, 고집을 꺾지 않고 밀어붙인 그의 뚝심을 드러내 칭찬해야 한다는 점. 실패로 끝났을 때? 상사의 반응은 이 때 더욱 중요하다... 
1. 그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보라. 
2. 그 일로 수선을 피우지 말라. 
3. 그에게 실패를 선샤이닝하라고 요청하라.

혁신 기업에서 저런 문화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공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언급하듯, 오류를 줄이는게 가장 중요한 제조업에서는 규칙(Rule)과 과정(Process)가 중요할 수 있지만, 룰 없이 자유와 책임이 끌어내는 혁신의 가치는 훨씬 커요. 

우리의 토론에서 얻은 것들...


제 발제문은 이랬어요. CEO라면, 직원이라면.. 생각을 나눴어요. 


1. 당신이 한국 기업의 CEO라면 

- 통제는 무능한 직원들에게나 필요하다고요? 

- 상벌 기준에서 실수에 관대한 것은 어디까지?

- 투명성은 어디까지? 

-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 정책 그대로 갈까요?

- 의사결정을 어디까지 위임할까요?


2. 당신이 직원이라면

- 비범한 동료들이 최고의 보상이란데 동의하시나요? 

- 당신이 비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 당신에게 합당한 보상 기준은? 성과? 역량?

- 재량 범위가 어느 정도면 좋겠어요?


통제를 만들고 지켜지는지 관리하고 이게 힘들다는 것은 당연. 그런데 과연? 놀랍게도 멤버 Y님이 실제 넷플릭스 같은 국내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더군요. 투명하게 공유하고, 재량을 부여하고, 알아서 일할 수 있도록 했더니 성과가 다른 조직에 비해 몇 배로 높다고요. 즉, 넷플릭스 모델, 한국서도 된다는 것. 물론 예외적이지만 사례가 있다는 겁니다.

다만 관계지향적인 한국 사회에서 솔직함은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이른바 고맥락 사회인지라, 상사와의 관계 등 신경쓸게 실제 많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저신뢰사회라, 이미 정해진 틀에 빨리 적응하는 이를 쓰는게 리스크를 줄이는게 아니냐는 얘기도요. 

무엇보다, 사람은 다 비범해야만 하나요? 이게 사실 중요한 화두여요...  비범하다는 것이 스펙일리 없지만, 잘난 이들의 문화적 순혈주의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일하는 즐거움을 어디서 만들지 고민해야 하는데, 사실 뭔가 만들어내고, 자기가 책임질 때 더 재미있어요.. 모두가 비범한 건 아닌데, 다들 비범하게 성장하도록 모색하는게 HR 이잖아요..


넷플릭스가 어찌 단 하나의 정답, 유일한 모델이 되겠어요.. 그러나 몇 가지는 사정에 맞게 시도할 수 있고, 우리 기업에서는 절대 안될거다, 이건 아니라고 여전히 생각합니다. 우리는 일하는 방식에서도 상상력을 더 키우면 좋겠어요. 

K님은 넷플릭스에서 짤린 사람들 얘기를 정리한 책도 나와야 한다고요ㅎㅎ 인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