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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May 29. 2021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메모라도 남기는게


오늘 저의 픽은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팬데믹 이후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우리는 하나 하나 질문을 점검해야 합니다. 10명 저자 글이 깊숙이 찌르고 들어와요.
- 2.27. [독서가와 행동가들 : 뭐 읽고 있니?] 1회 때 제 코멘트.

이 책, 얇은데 묵직하고.. 10명의 이야기들이 각각 다른 관점에서 깊게 훅 들어오는 느낌. 아주 좋아요. 정말 강추하는데... 이제 보니, 리뷰를 제대로 남길 것 같지는 않군요. 어쩔 수 없이, 부득이.. 메모라도 남겨놓고 넘어갑니다. 책 강추



타인의 불안이 과하다 느껴질 때. '우한 폐렴'이라는 말을 고집하며 중국에 화살을 돌리고 봉쇄를 요구하는 목소리. '신천지'가 마치 범죄집단인 듯 파헤치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감염될 때 자신의 몸보다 타인의 시선을 더 염려한다는 연구. 혹시 내가 '확진자'라는 걸 기억할까봐, 내가 다닌 곳을 평가하며 비난할까봐, 이어진 상황에서 발생한 피해의 책임을 따져 물을까봐, 자신을 아낄 수 없는 현실이 가혹했다.
아무도 따져묻지 않았지만 나는 지레 변명을 준비하고 있었다.. "난 바이러스가 아냐".. 농담.
누군가는, 연결된 탓에 위험했다. 격리 통보를 받고 궁금한 게 있어 전화를 걸었던 1339 콜센터의 사정도 다르지 않아 보였다. 질병관리본부는 그 업무를 외주화. 노동시간은 법정 한도를 꽉 채우고 최저임금 겨우 넘기는 수준. 아파도 쉴 수 없는 자리에 누군가 꼼짝할 수 없이 갇혀 소진되고 있었다. 의료진이 그랬고 택배 노동자들이 그랬고 고스란히 돌봄의 몫을 떠안게 된 여성들이 그랬다. 누군가의 과로에 나의 세계가 얹혀 있었다. (20쪽)

우리는 서로 기대야 살기 때문에 서로 해칠 수도 있다. 덜 다칠 방법이 덜 기대는 것일 수 없다. 안전을 위한 보호가 관계의 단절과 고립이 되면 위험은 오히려 커진다. (25쪽)

두려움은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그 사람은 왜 겁이 났을까? 그는 아마 '말할 수 없음'과 '말하지 않음'의 틈새에 끼인 사람이었을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스스로를 성소수자로 정체화하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틈은 매우 깊어서..  이태원에 다녀온 게이라는 게 알려지는 순간 앞으로 과외도 학원 강사도 지속하지 못할 거라는 확신. ...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공포심과 두려움을 겪어야만 했다고 판결문은 명시.

무책임한 이들로 인해 '죄 없는 사람만 피해를 본다'는 적개심. 두려움이 분노로 바뀌는 연결고리.
... 공유된 감정이 엄청나게 큰 힘을 발휘. 사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두려움과 불안을 나누고,.. 일탈자에 대한 응징의 정서.. 순간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초래?? 마사 누수바움. 분노는 인간의 본성. 이를 이용해 더 큰 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믿음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것을 제안... 분노는 보복을 당연시하게 한다는 점에서... ..

그는 법에 따라 처벌받았지만.. 동시에 초법적으로 고통받았다. 한 사람의 삶이 완전히 뒤흔들렸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고통받아도,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되돌릴 수도 줄어들지도 않는다. 한쪽의 고통을 아무리 늘려도 회계장부의 계산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한 인간의 존엄성이 산산이 부서졌을 뿐이다. (41쪽)
 
시민들이 수치심과 모욕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일... 감염병 통제와 예방의 가장 중요한 준거점..
만약 이 고통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창조할 조금의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서로의 고통에 감응할 수 있을 때,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는게 아니라 서로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해 애쓸 때일 것이다. (45쪽)

18년 쓰레기 대란 당시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절반 이상 줄이고 재활용 비율을 34%에서 70%까지 늘린다는 야심찬 대책 발표. 그러나 2020년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 하루 평균 발생량이 약 850톤. 전년 동기 대비 약 16% 증가. '쓰레기 덕후'들은 총선으로 버려지는 비닐장갑이 63빌딩 7개 높이라며..
플라스틱 반대 연합 네트워크(Break Free From Plastic)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버려진 마스크는 3조개. BBC는 매달 전세계 약 1290억개 마스크 버려진다고. 1년에 약 1.5조개.


한국인은 1년에 일인당 12.8톤의 온실가스를 배출. 세계 평균인 4.8톤의 세배. 한 사람이라도 1년 동안 비닐봉투 안 쓰면 54.1kg 온실가스 줄일 수 있다. 고작 비닐장갑 한장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이미 넘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 우리가 지구에게 한번이라도 차가운 사람이었던 적 있느냐 말이다.
온실가스의 45%는 우리가 먹고 입고 쓰로 버리는 음식과 물건에서 배출된다. 자동차, 옷, 음식, 플라스틱, 시멘트, 휴대폰 등..
살균 보관한 다회용 접시보다 일회용 접시에서 20배나 더 많은 미생물이 검출..
동네마다 쓰레기 산이 생기지 않도록.. 그 노인들. 쓰레기 줍는 사람들의 시간당 임금은 약 1500원.
 
'택배 기사와 배달원은 반드시 헬멧과 마스크를 벗고 입장하시오'.. 헬멧은 흉기가 될 수 있고, 마스크는 혹시 모를 범죄가 일어났을 때 용의자를 찾아내는데 방해가 될 터였다. 우리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코로나 이후 '외부인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입장하시오'.

긴급재난지원금은 팬데믹 첫해인 2020년 내내 거리 홈리스들을 능멸했다. 많은 홈리스들이 신청할 엄두조차 못 내거나 받을 방법이 없어서다.

대한민국은 장애를 지닌 이들의 생명/삶을 지역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시설이 전국 곳곳에 존재하고, 여전히 10만 여명의 장애인이 수용되어 있는 사회다. 거주시설. 정신의료기관 등.

2020년 거짓말같이 국경이 닫혔다. 4월1일, 일본은 한국 등 73개 국가 지역을 입국금지 대상 지역으로 지정했다. 재류자격이 있음에도 양국을 오가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개인의 왕래보다 경제가치가 우선이었던 것이다..  5월 덴마크는 6개월 이상 커플 관계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이들에 한해 국경을 열겠다고 발표. 3월 이동금지령 이후의 결정. 그래, 사랑하는 이들에게 국경을 가장 먼저 열어야지. 그 어떤 것보다 사랑이 우선이어야지.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배우자 비자는 커녕 혼인신고도 어려웠다. 국제우편으로 서류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하늘길이 닫혀 여의치 않았다..  .. .. 아니, 얼굴 한번 보려고 비자 받기 위해 결혼을 한다는 게 말이 되나. 백번 양보해서 혼인신고를 한다고 치자. 그럼 나 혼자 구청에 가서 신고해야 하잖아. 너무 슬플 것 같은데.. 얼굴 보지 못하고 최소 반년은 헤어져 있는 상황에서 국제 커플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죠. 헤어지거나 결혼하거나.
혼인신고.. 가장 먼저 들여보내주겠지. 가족인데. 그런데 한일 국경은 가족이 아닌 기업인에게 먼저 열렸다.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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