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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un 27. 2021

<10년 후 세계사 두번째 미래> 직접 만드는게 답


제가 이 책에 진심입니다ㅎㅎ 추천사 쓰려고 열었다가 단숨에 몰입. 이렇게 정리하는거 아무나 못합니다.

추천사를 출판사 편집자님이 살짝 고치셨길래, 제 거친 '입말'은 다시 살리고, 회색 부분은 날리는데 동의했습니다. 제 브런치에 살려놓는거야ㅋ



‘질병X(disease X)’에 대비하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는 2018년에 나왔다. 지카, 에볼라, 사스에 준비 없이 당한 인류가 미래의 유행병에 맞서려면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질병X’,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우리는 또 속수무책이었다. 어제의 교훈은 오늘을 바꾸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일은? 코로나27, 코로나39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급변하는 미래를 예측하려 애쓰는 대신 우리의 의지로 10년 후를 만들 수 있을까?


2015년에 출간된 《10년 후 세계사》는 '미래의 역사가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했다. 당시 “국내 최고의 국제문제 전문가인 구정은 기자가 ‘시대를 관통하는 글로벌 이슈’를 횡으로 종으로 그려냈다”고 감상을 남기기도 했다.


6년이 지나 후속작인 《10년 후 세계사, 두번째 미래》를 만났다. 운 좋게 원고를 먼저 받아들고 순식간에 갈증을 채웠다. 맞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술술 읽힌다는 점이다. 복잡한 세상사 정리가 깔끔하다. 작은 에피소드,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해 큰 그림으로 넘어가는 이음새가 끝내준다. 특수한 사례가 보편적 현상으로 연결되고, 먼 나라 이야기가 나의 현실로 훅 들어온다. 데이터는 촘촘하고 사례는 풍성하다. 이슈마다 책 몇 권씩 봐야 할 내용을 각각 한 챕터로 정리하다니 용하다. 친절한 책이다.


단순히 정보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종과 횡으로 엮는 솜씨는  무르익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플랫폼 노동 기술 뒤편에 놓인 보이지 않는 노동, ‘고스트 워크(ghost work)’ 구체화되며, 오스트리아 사상가 이반 일리치의 1981 저서 《그림자 노동》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 봉쇄정책이 여성과 어린이를  많은 가정폭력에 노출시켰다는 ‘그림자 팬데믹 유엔이 분석한지  책을 읽기 전까지 미처 몰랐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위험한 이유는 유해성 탓이 아니라 전세계 농민들이 노동의 대가를 종자 , 특허 값으로 빼앗기기 때문이라고? 노동조건이 열악한 장거리 운송부터 무인 트럭이 도입된다면, 언젠가 남북한 물자가 넘나들 ‘군사분계선 무역에서도 자율주행차가 활약하게 될까? 생명공학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아시아는 어떤 역할을 맡게될지 궁금한가?


기계가 바꾸는 세상, 인간이 사라지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넋을 잃고 빠져들때면 근본적 질문으로 균형을 잡아주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미래학자들의 장밋빛 청사진은 소수의 특권 계층에게만 유효할 뿐 언제나 많은 이들을 배신했다. 기술은 SF영화보다 더 빠르게 세상을 바꿔왔지만, 그 기술로부터 사람이 소외되곤 했다. 저자들은 기계나 기술로부터 사람이 버림받지 않기 위해 왜 민주주의가 중요한지 찬찬히 쫓아간다. 우울한 전망 대신 우리 공동체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상상력을 먼저 발휘하라고 다시 권유한다.


10  미래가  나빠지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책을 통해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생각을 나눠보면 좋겠다. 시대의 고민을 깊고 쉽게 정리해준 구정은, 이지선  저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질병X’  당할 수는 없잖은가.




추천사 쓰기 전, 책에서 인상적 대목을 따로 복붙. 평소 같으면 밑줄 치는데, 이 원고는 파일로 봐서 이렇게. 넘 방대해서 좀 축약해 붙여놓습니다.


세계 노동력의 10퍼센트가 긱 경제에 종사....긱 노동에 온전히 생활을 의존하는 이들의 58퍼센트가 비상 자금으로 400달러, 우리 돈으로 40만 원 남짓인 돈조차 구하는 데 어려움 (8)


플랫폼이 작동하는데 필수적인 ‘구멍’들을 메꿔주는 보이지 않는 노동, ‘고스트워크ghost work’를 맡은 ‘고스트워커’들이다. 검색 엔진, 소셜미디어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콘텐츠 관리, 각종 플랫폼의 운영 등 기술의 이면에는 첸나이의 남성과 같은 ‘유령’들 이 있다. 디지털 기업들이 ‘인공지능의 마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들의 노동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다.(13-14)


‘그림자 노동’은 자본주의와 현대 문명을 비판해온 오스트리아의 사회사상가 이반 일리치Ivan Illich가 1981년 저서 《그림자 노동》에서...살아가는 데 필요하지만 산업적 가치가 적은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은 무급 노동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이런 무급 노동을 ‘그림자 노동’으로 칭했다. (21)


기계가 사람과 비슷할수록 일을 시키면서 죄책감을 느낀다는 응답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연구팀이 두 번째로 발견한 것은, 사람들이 로봇에 일을 시키면서 ‘이것 때문에 게을러지면 어쩌나’ 걱정한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은 여러 문화에서 ‘바쁨’이 사회적 지위를 표현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소비자의 그림자 노동...사람은 사라졌지만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한다. 음식점에 키오스크가 생기면서 점원이 사라진 대신에, 우리가 직접 터치스크린으로 주문을 하고 투입구에 신용카드나 돈을 넣어 계산을 하고 음식을 자리 로 가져 오고 다 먹은 음식을 퇴식구에 갖다놓는다. 기업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원이 줄어든 자리에서 어떤 부분은 아웃소싱 업체에 고용된 고스트워커의 유령노동으로 바뀌었고, 또 어떤 부분은 소비자의 몫으로 변했다.


그러나 우린 미래학자들의 장밋빛 청사진, 무엇보다 미국 같은 부유하고 힘 센 나라에 초점을 맞춘 전망이 실제로는 지구상의 많은 이들을 배신해왔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몇 번이고 경험해왔다. 그래서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는 말 또한 새삼스럽다.


노동자들의 수입을 결정짓는 노동 시간이 인공지능의 결정에 따라 늘거나 줄고, 노동의 질을 좌우하는 작업량과 속도도 인공지능이 정한다. 보고서는 “유니레버, 골드만삭스, 타깃 같은 주요 고용주들을 포함한 기업들은 누구를 고용하고 누구를 해고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도 인공지능을 도입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이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시스템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노동조합을 비롯한 노동자 조직을 더욱 활성화하고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아무리 복잡한 기술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과 그런 시민들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발전해야 사람이 기술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가깝게는 아무 대책 없이 일자리에서 무더기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멀게는 우리가 기계나 기술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바로 민주주의다.


16세기가 시작될 무렵에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동력장치를 달아 스스로 움직이는 수레를 구상했다. 물론 현실화될 수는 없었다...1920년대..포드 자동차 등이 구상한 자동 운전 시스템은 자동차 자체보다는 도로를 자동화시키는 쪽에 가까웠다... 1977년 일본 쓰쿠바筑波기계공학연구소가 카메라 두 대를 장착해 노면의 차선을 인식할 수 있는 시스템을 탑재한 승용차를 제작한 것이 자율주행차의 시초로 꼽힌다. (68)


세계보건기구(WHO) 2018년 보고서를 보면 매년 135만 명이 도로에서 목숨을 잃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 운수업 종사자 수는 113만 5000명에 이른다.(81) 이 일자리가 짧은 시간 안에 모두 사라질 리는 없다. 하지만 운전 자체보다는 운송과 관련된 서비스 부문에서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겨날 것으로 봐야 한다.


2017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자동차 생산 부문에 고용된 사람은 1400만 명이고 이들이 연간 생산한 자동차는 약 9500만 대다. 중국에서의 고용 인원이 515만 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일본 108만 명, 인도 96만 명, 미국 88만 명 순이다. 한국은 약 33만 명으로 조사됐다. 이들 모두의 일자리가 자율주행차의 발전에 영향을 받게 된다.

2018년 중국의 의학자 허젠쿠이賀建奎는 CCR5 유전자를 없앤 쌍둥이 아기들을 인공수정으로 탄생시켰다. HIV에 감염된 부모에게서 태어났더라도 에이즈에 걸리지 않도록 유전자 가위로 출생 전 ‘편집’을 한 것이었다. ‘베를린 환자’와 ‘런던 환자’가 누린 행운을 사람의 손으로 유전자에 주입한 셈이다.

2016년 ‘세 사람의 DNA’를 물려받은 아기가 탄생했다. 요르단인 부모가 멕시코에서 미국 의료진에게 시술을 받아 낳은 사내 아기가 세계 최초의 ‘세 부모 아기’가 된 것이다.

2009년 7월 영국 뉴캐슬 대학교와 북동잉글랜드 줄기세포연구소(NESCI) 연구팀은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인간 정자를 만들었다.

유전자는 돈이고, 학문과 상술이 뒤섞인다. 글로벌마켓인사이츠는 전 세계 생명공학 시장의 규모는 2017년 4000억 달러에 조금 못 미쳤지만 2025년에는 77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특히 아시아에서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가운데 중국의 관련 산업 규모만 해도 6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중국, 인도와 함께 일본과 한국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분류했다.


중국 국유기업인 켐차이나中國化工集團는 2017년 스위스의 농업생명공학기업 신젠타를 인수했다....이 거래를 통해 중국은 유전자 변형 특허권을 대거 확보했고, 미국과 경쟁할 발판을 만들었다. 미국의 몬산토와 듀폰, 유럽의 신젠타와 바이엘이 경쟁하던 농업생명공학 분야에서는 몇 년 새 인수합병이 줄을 이었다. 듀폰이 다우케미컬과 합치고, 바이엘과 몬산토가 하나가 되는 식으로 기업들이 계속 몸집을 불렸다....2000년 유럽 제약업체 노바티스의 농약 부문과 아스트라제네카가 합병해 탄생한 신젠타는 미국 콩 종자의 10퍼센트, 옥수수 종자의 6퍼센트를 공급하고 있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위험한 이유는 우리 몸에 해롭기 때문이 아니다. 세계의 수많은 농민들이 노동의 대가를 종자 값, 비료 값 특허 값으로 빼앗기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발표된 유엔환경계획(UNEP)의 《인간, 동물, 환경 보건을 통합해 다음 대유행을 막을 수 있을까》...인수공통감염병으로 인해 매년 약 200만 명이 사망한다. 보고서는 또 20년 새 동물로부터 시작된 감염병으로 인해 100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고, 코로나19만 보더라도 경제적 손실이 9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코로나19가 여성과 어린이에게 더 가혹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각국이 봉쇄정책을 택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고, 여성과 어린이가 가정폭력에 노출되는 빈도와 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여성기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도 여성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파트너에 의한 신체적 학대 또는 성폭력을 경험했다.

유엔 보고서는 지금 이 증가세라면 한중일 삼국의 향후 노인인구 비율은 2050년이 되면 각각 19.7퍼센트, 26.1퍼센트, 37.7퍼센트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35년이면 세계 노인인구 열 명 가운데 세 명이 동북아 삼국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출생과 함께 노화와 죽음도 개인에게 운명과 같은 일이지만, 신체 능력이 줄어든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나이를 기준으로 행해지는 정형화, 편견, 차별”을 에이지즘ageism(연령차별)이라 정의하면서 “노인들의 건강에 해로운 음험한 관행”이라 불렀다.


인류가 사망하는 원인 가운데 4위가 바로 대기오염이다. “대기오염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고?” 그렇다. 세계 대기의 질 2020》에 따르면 고혈압, 담배, 식이 위험 등에 이어 대기오염이 사망에 영향을 주는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버리지만 그 많은 쓰레기가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도시의 시스템에 따라 누군가가 수거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처리 과정은 모두 막대한 비용으로 유지된다. 몇몇 저소득 국가의 도시에서는 시 예산의 5분의 1이 쓰레기 처리에 들어간다는 통계도 있다.
전 지구적으로 매년 생산되는 쓰레기 20억 톤 가운데 10분의 1인 2억 톤 정도는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향한다....한국도 몰래 쓰레기를 떠넘긴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2018년 필리핀으로 수출된 불법 폐기물이 적발돼 현지 주민들이 ‘한국으로 돌려보내라Return to Korea’는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남 양산군은 주민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이주민이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은 주민의 90퍼센트가 재한 조선족, 중국 동포들이다. 어떤 이들은 대림동을 가리켜 ‘세계에서 한족이 아닌 중국의 소수민족이 중심이 된 유일한 차이나타운’이라고 부른다.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사이에 러시아로 건너간 카레이스키 가운데 한국으로 역이주해온 사람들은 광주에서 ‘고려인 마을’이라 불리는 삼천 명 규모의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다. 서울 장안평에서는 시리아인 자동차 중개상들이 중고차 거래를 하고, 이태원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영어 강사들이 모인다. 이삿짐 업체는 우즈베키스탄과 몽골에서 온 일꾼들이 없으면 영업이 힘들 정도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세계의 난민은 8000만 명에 육박한다. 난민이 가장 많은 나라는 터키로, 370만 명이 머물고 있다. 시리아 난민이 몇 년 새 급증한 탓이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숫자가 240만 명에 육박한다지만 밖에 나가 살고 있는 ‘한국 출신 이주자’는 훨씬 더 많다. 외교부 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193개국에 재외동포 750만 명이 살고 있다. 미국에 255만 명, 중국 245만 명, 일본 82만 명, 캐나다 24만 명 등이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칠레, 멕시코, 터키, 미국 등에 이어 일곱 번째로 세후소득 불평등도가 높다. 임금 격차가 크고 소득 재분배는 제한적인 탓.



아.. 풍성하고 단단한 책!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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