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때깔 한 번 보고 가자. 아름다운 음식은 행복한 기분을 전하지 않는가.
숭어와 광어회. 고운 자태에 실하다. 전복과 마늘을 제대로 볶아 낸 한 접시도 예술. 각 3만원.
해물을 사랑한 L온니가 노량진 해물 배송앱에 이어 여의도 라이프빌딩에 미친물고기 오프라인 가게. 탱글쫄깃 회도 훌륭하지만 전복마늘볶음은 소문대로 대박. 6천원 해물라면은 가격 올려야. 퀄리티 대비 가성비 예술
L온니는 창업병이다. 아니 '창업 증후군'이라나. 그걸로 기사도 났다. 기자 출신 중에 이렇게 뭔가 딴 짓 많이 하는 분도 드물다.
어쨌든, 본인이 해물을 너무 사랑하다가.. 노량진 수산시장 단골집 사장님과 의기투합해서 신선한 해물을 집으로 배송해주는 앱 '미친물고기'를 냈을 때도 별 희한한 분이 다 있구나 했다. J 집들이 때 실제로 주문해봤는데, 오. 괜찮았다.
그리고 아예 식당을 차렸다. 온니의 아지트인 노량진 코 앞이다. 여의도 63빌딩 옆 라이프오피스텔 지하1층에 작은 가게를 냈다. C온니 귀국환영회에 번개 콜을 받았는데 마침 이 집이다. 불금에 판교에서 한 시간 반 걸려 찾아갔다.
음식은 뭐, 그냥 싱싱한 해물이다. 그럼 됐다. 쫄깃한 식감과 선도가 다 마음에 드는데 그릇이 별로다. 아니, 그릇이 너무 예쁘긴 한데.. 작다. 공간이 아담하다보니 테이블도 작고 접시도 대체로 작다. 한창 열 올리며 먹다가 빈 접시가 예뻐서 또 인증샷.
접시를 더 크게 키워서 적당히 셋팅하면 가격을 훨씬 더 올릴 수 있을텐데. 작은 접시에 음식을 꽉 채워, 정직하게 낸다. 너무 정직한게 탈이다. 메뉴판 보다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니.. 이걸 1.5만원 받아서 될까? 이런건 2.2만원으로 올리시구요, 이건 2.7만원 받으세요. 잔소리가 시작됐다. 와인은 또 왜 이렇게 정직한 가격으로 파는 걸까. 심지어 코키지 1만원 받으시겠단다.
다소 어이가 없게, 과하게 럭셔리하다. 아나고튀김을 부드럽게 만든다고 튀김옷을 계란으로 씌운 것도 과한 고퀄이다. 튀김을 찍어먹는 소스에는 양파를 다져넣고 직접 만드셨다는데, 이 가격에 장사하면서 이렇게 하시면 안된다고 매달리고 싶어진다. 더 어이가 없는건... 소금들...ㅠㅠ 유자소금, 말차소금, 카레소금, 사시미 전용소금, 기꼬망 사시미 전용 간장도 황당했지만.. 이 분이 장사할 생각이 있는건가. 이렇게 고급진 양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으면 어쩌란 말인가. 이 가격에...
본인이 술꾼이고... 회를 사랑하다가 O2O 배달앱을 만들었고.. 급기야 오프라인 매장을 낸 거라.. 아무리 봐도 이게 장사 마인드가 아니다. 사회공헌이지 말입니다. 마구 구박해드렸다.
해물은 철 따라 즐기는게 기본.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느끼는 맛은 사실 해물이 으뜸이다.
우리 사장님, 얼굴 매우 작은 분인데 제일 앞에 내세웠다.
상가 빌딩 지하의 작은 가게.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계속 꿈꾸는 표정이다. 나 역시 언젠가, 나만의 작은 심야식당을 차리는 로망이 있는지라.. 선구자처럼 앞서 나가는 분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지인이라고 찾아가시면, 아무래도 서비스 좀 더 신경써주실거라 믿는다ㅎㅎ
가격 인상을 진지하게 고민하시라고 했으니. 빨리들 다녀오시길. 뭐 가격 웬만큼 올려도 가성비가 크게 훼손당할 것 같지는 않지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