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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un 06. 2022

<이탈리아 3일차> 로마 여행에서 놓치거나 놓칠뻔한..



그냥 동네 걷다보면 로마는 온통 조각 천국. 숙소 부근 이탈리이 국방부 주변이라 그런지 군인과 장군 동상.

판테온 앞에서 아침을 먹을 때는 온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는 당연하게도 괜히 맛있다. 서울에선 먹지 않는걸 틈나는대로. 판테온 바라보며 크로아상과 토스트를 곁들였더니 겉멋도 좋고 속맛도 좋다. 느긋하게 기다리다 줄서볼까 했더니, 토요일은 사전예약 필수?! 그리고 예약 마감. 판테온은 평소와 달리 토일 주말에 예약이 필요한걸 몰랐다.

팁 : 자유여행을 준비하려면, 꼭 가야할 곳은 예약할 것! 보르게세 미술관 때 겪어놓고도 주말 조건이 다른건 생각 못하다니.


당황했으나 바로 수습. 2~3분 거리에 꼭 가볼 성당 두 곳이 있었다. 카라바조와 미켈란젤로 작품을 볼 수 있는 곳. 슬슬 걸어갔는데 어라, 아직 오픈 전이다. 또 차질. 하지만 자기합리화의 귀재 답게 괜찮아 외친뒤 스페인광장으로 걸어갔다. 골목이 워낙 예쁘기도 했지만 테르미니역 부근 숙소는 대체로 어디든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 계속 걷다보니 첫날과 둘째날 2만보.. 셋째날인 이날 결국 3만보를 찍었다.. 이건 무리. 이 사연은 담에.


스페인광장은 사실 별게 없다. 스페인 대사관이 있어 스페인광장으로 불렸고, 영화 ‘로마의 휴일’ 덕에 유명해졌다고. 계단에 앉으면 안된다고 해서 분수대에 앉았다. 속으로는 마음이 급했다. 기원전 로마의 도심 포로 로마노와 콜로세움, 피렌체 두오모 티켓팅이라도 어서 해야지! 그런데 포로 로마노, 콜로세움 셋트 표가 역시 마감. 아니 이것도 그냥 밖에서만 봐? 여기선 솔직히 좀 좌절.. 일희일비로 다음날 무한 행복을 느낄지 그땐 또 몰랐다. 피렌체 두오모는 티켓팅 사이트에서 마감됐다는 소식에 당황했으나 공식 사이트에 표가 있었다. 포함 옵션이 뭐뭐인지 살피고 예약 완료.


이 과정에서 난 살짝 예민해졌다. 진빈이 유명한 젤라또 집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분위기 바꾸는 능력자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냥 젤라또가 먹고 싶었다고. 별 생각 없는 다정함이 이렇게 의미 있다. 새콤달콤 과일맛 진한 젤라또를 먹다보니 세라비!

모델 정호연의 포쓰가 일 다하는 루이비통 매장. 5장 모두 예쁨



계단을 올라가면 광장 앞 전경이 보인다. 분수대 앞 건물 창문에 Dior, PRADA가 있어서 그 자체가 광고판이구나 했는데, 이 골목이 명품 브랜드 거리. 난 명품 대신 사치품이라 부르는데 우리는 넷 다 이쪽엔 관심 없다는게 닮았다. 골목길 작은 가게 취향이라니 반갑고 다행이지.


계단 위 삼위일체 성당에서 잠시 숨돌리고 감상. 뷰가 무척 훌륭하다. 옆에 빌라 메디치는 잠깐 둘러보고 나왔다. 표 사서 들어갈 정도의 정보도, 의지도 없으니


일단 숙소로 귀환. 일찍 놀고, 해가 쨍한 시간엔 쉬기로 했다. 이탈리아엔 온통 이태리식당 뿐인데 이 부근엔 드물게 중국집이 몇 있다. 그중 중화루(Zhonghua), 브루스리도 왔었다는 노포. 샤오롱바오는 피가 두껍다는 평. 우육면은 훌륭했다. 튀긴 생선 요리 신박했다.


숙소에서 쉬다가 다시 출동. 9분 걸으면 콜로세움 가는 길에 있는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 나름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과 더불어 4대 대성전이다. 400년대 처음 지어진 후 1348년 지진도 겪고 몇 번의 증축을 거친 덕분에 앞뒷면 다르지만 원래 구조가 보존된 유일한 대성당이라나. 황금빛 화려한데 역시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절묘하다.

왼쪽이 걷다가 발견한 첫인상. 오른쪽이 실제 입구
민소매는 괜찮은데 나시는 안된다. 재빨리 가디건.

예수가 태어났을 때 말구유로 추정되는 성스러운 유물이라는데, 솔직히 믿기지는 않는다. 다만 경건하게 경배하게 된다.

외국인도 영어로 고해성사가 가능하다는데, 실제 세 분 목격. 그리고 신부님도 아이돌? 저 분 달력 거리에서 판다.


마조레에서 14분 걸으면 콜로세움. 반갑다. 이번에도 안은 못 봤지만 사실 크게 아쉽지 않았다. 5만 명이 10분 안에 입장한다는 구조를 서기 72년에 건립했다는게 신기하지만, 안에서 본들. 검투사들의 혈투를 보기 위한 장소란게 떨떠름하다. 누군가 목숨을 거는걸 구경하며 흥분하고 열광하도록, 그렇게 황제의 지배를 유지한 시대. 그 시절의 스포츠이긴 한데..


콜로세움에서 이동하는 길목에서 만나는 조국의 제단.   일단 이날 포로 로마노 전경을 ‘일부’ 감상. 깜피돌리오 언덕은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광장 뒷편. 그의 계단를 올라서..



거리를 걷다가 소연이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어갔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했는데 나오는 그녀의 표정이 활짝 폈다. 포로 로마노 들어갈 방법을 찾아냈다. 콜로세움과 포로로마노 패키지 티켓이 마감된 것인데 새로운 패키지가 있단다. 발굴이 진행중인 부분에서 땅굴로 이어지는 포로 로마노 패스. 센터에서 깜피돌리오 가는 길에 거대한 오벨리스크 옆에 티켓 박스와 또다른 입구가 있다는 친절한 설명. 심지어 매달 첫 일요일에 무료인데 그게 다음날이다. 만세!!! 이게 얼마나 대단한 발견이었는지 그 사연은 다음에. 미국에서 오래 살고 있는 소연은 영어를 할 때 상냥한 포스가 달라진다. 영어가 안되는 나는 그렇게 자세하게 물어볼 엄두도 못냈을텐데ㅎㅎ


저녁은 부근 피자리아. 맥주 두 병에 피자 크게 세 조각. 25유로. 피자 남아서 밤에 안주로..


문제는 이날 우리가 숙소에서 5병을… 속 깊은 이야기를 벌써부터 시작했다. 오전에 투어 예약 안된 것에 대해 내가 쓸데없이 과한 책임감을 느끼고, 블레임을 의식한다는 걸 인정했다. 소연도 비슷한 스타일. 우린 조금 더 세심한 편. 누구도 시키지 않았을 때도 스스로 뭔가 해내려고 애쓰는 인간들이다.

이건 오래 일해온 여자들의 특징일까? 책임감 따위 버리라는 정은처럼 담대해지려면 의식하고 노력해야 한다. 생긴대로 살아야지 그게 쉽겠나. 하지만 서로 다른 성격을, 마음을 이해하는 건, 여행을 위해서도, 우리의 삶을 위해서도 유용한 일이다. 나를 이해하는 여행이라니 더 바랄게 없네. 우리는 남은 날들에 좀 더 행복해지는 방법도 서로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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