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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ul 23. 2022

<프로메테우스의 금속> 중국이 주도하는 희귀금속전쟁


미국 시카고에서 2시간 거리, 인디애나주 발파리아소의 작은 공장이 폐쇄되고 중국 텐진에 새 공장을 지은 것은 2006년 일이다. 기업 이름은 마그네퀜치 Magnequench. 자석 생산업체다. 2015년 미국 CBS는 이 기업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냥 자석이 아니라 희토류 자석, 탱크와 스마트 포탄, 정밀유도통합 직격탄 무기 부품을 생산하던 공장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 검사 아들인 로비스트의 활약도 영화 같지만, 조세피난처에 세운 유령회사를 통해 마그네퀜치를 인수한 이들 중 하나는 덩샤오핑 사위. 최종 인수한 베이징 산환 뉴머리티얼스 하이테크도 또다른 덩샤오핑 사위 장홍이었다. 미국이 무기 부품 조달을 위해 중국 눈치를 보게 된 이 사건은 대체 어떻게 된걸까? 이 공장이 전부일까?


#프로메테우스의금속 1940년대 발견된 뒤 인간에게 불을 빼돌렸던 프로메테우스의 이름을 빌려 프로메튬이라 명명된 희귀금속에 대한 이야기다. 프랑스 다큐PD이자 '내셔널 지오그라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인 저자 기욤 피트롱은 희귀 금속에 대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이야기를 추적한다. 기술혁명과 함께 각광받는 친환경 에너지가 '더러운 금속'에 의존하고 있다는 진실, 서구 선진국이 이 시장을 포기하게 된 '비윤리적 경제 논리', 어느새 이 시장을 지배하는 중국의 지정학 군사전쟁 현황이다. 트럼프의 대선에 러시아가 깊숙이 개입했다면, 빌 클린턴의 대선에 중국이 뒷돈을 댄 '차이나 게이트'까지 이걸 왜 몰랐을까 싶은 이야기들이다.

희토류, 프로메테우스의 금속이 지구를 망칠까

희토류, rare-earth elements. 17가지 원소 물질인데 프로메튬처럼 정말 희귀하기도 하지만 광물 형태가 아니라서 희귀하다.
1kg의 바나듐을 얻으려면 무려 8.5톤의 바위를 정제해야 한다...세륨 1kg 얻는데 세륨은 15톤, 갈륨은 50톤...루테튬은 1200톤을 정제해야 한다. 정제된 희귀 금속 극소량은 똑같은 양의 석탄 또는 석유보다 훨씬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자기장을 방출한다. 그러니 희귀 금속은 '녹색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화석 연료를 대체할 자원이기 때문이다. (22쪽)

프로메테우스의 선물에 버금가는 친환경 마법의 돌. 이게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게 문제다.
일단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희귀 금속 채굴량을 15년마다 2배씩 늘려야 한다. 향후 30년 동안 인류가 지난 7만년 동안 채굴한 양보다 훨씬 많은 광석을 파내야 하는 이유라고. 뭐 원래 많이 쓰긴 한다. 해마다 전자업계는 금 320톤, 은 7500톤, 수은 514톤을 사용하는 등 원래 많이 들어간다. 코발트는 컴퓨터와 휴대폰 제조에만 전체 생산량의 23%가 쓰인다고. 미국의 한 연구는 ICT 분야가 세계 전기 생산량의 10%를 소비하며 해마다 항공업계 배출량의 절반이 넘는 온실가를 쏟아낸다고 분석했다. 그린피스는 클라우드가 하나의 국가였다면 전력 수요 면에서 세계 5위라고 지적했다. (난 이 분석들이 진짜 맞는지 궁금하긴 하다)


희토류는 이름부터 분명할 정도로 워낙 양이 적다. 땅을 파고 바위를 부수고 녹여 정제하는게 다 돈이고, 탄소고, 오염이다. 예컨대 태양 전지판은 규소(실리콘)을 쓰기 때문에 하나 만들때 70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단다. 태양열 전지판은 1메가와트시(MWh) 당 3500리터 물을 쓴다는데 화력발전소보다 많단다. 전기차는 제작 단계에서 폐차까지 32톤의 탄소를 발생시킨다. 가솔린차 절반 수준이지만, 이 연구가 1회 충전 주행거리 120km 정도의 중형차를 대상으로 이뤄졌고, 요즘엔 다 300km 주행 이상 모델이 나오니.. 탄소발자국이 더 많을 거라는게 저자 주장이다.

전기차로 돌아선 업체들도 한때는 가솔린차 시장을 지키면서 후퇴하려고 전기차 배터리 문제 등을 물고 늘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정도 편견과 이해관계가 있는 분석이라 생각했다. 이때문인지 저자에 대한 신뢰에도 불구, 일부 분석은 반론이 궁금하다. "결과적으로 전기차 탄소 배출량은 가솔린차의 4분의 3 정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역량이 향상될수록 제작 과정에 더 많은 에너지가 쓰일 것이며, 그에 따라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도 늘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이해가 안된다. 기술이 줄여낼 몫이 있지 않을까? 기술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다른 문제점들도 해결하면서 가지 않았던가?

중국에 독과 기술을 함께 떠넘겼다 

희토류의 실리콘밸리라는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바우터우. 3000개 기업이 몰려든 가운데 50개는 외국합작기업이다. 

미국에도, 프랑스에도 사실 희토류 부품을 만드는 기업은 다 있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다 발을 뺐다. 바위를 녹여내는 건 독이다. 유럽의 엄격한 화학물질 규제가 제조업의 역동성에 치명타였다는게 저자의 지적이지만, 사실 광산과 공장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려면 불가피한 규제다. 시장은 불법으로든 뭐든 제품이 필요했고, 불법행위 정도는 아랑곳 않는 중국이 생산을 떠안았을 뿐이다. 바우터우까지 쫓아간 저자는 제련소에서 쏟아낸 독물 인공호수를 목격한다. 희토류 정제의 댓가는 비쌌다. 마을 공동체는 희토류 때문에 30살도 안된 사람들 머리가 온통 희어지는가 하면, 아이들은 몸집만 자라나고 치아는 하나도 나지 않는다. 중국인민들이 희토류로 지구 전체를 먹여 살리기 위해 그들의 환경을 희생했다.
...중국인들은 녹색 기술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더렵혔고, 서양은 중국이 생산한 부품을 사들여 친환경을 실천했다. 로렌스 서머스가 말했듯 세계는 더러운 자들과 깨끗한 척하는 자들로 양분되어 재편성됐다. 


중국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데다가..


저자가 인용한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세계 소비 인듐의 44%, 바나듐 55%, 형석과 흑연의 65%, 게르마늄 71%, 안티몬 77%를 중국이 생산한다. 텅스텐 생산량의 84%, 희토류는 95%에 달한다. 주요 원자재 공급의 핵이 중국이다. 세계 코발트의 64%를 생산하는 콩고, 니오븀의 90%를 공급하는 브라질도 있고, 미국도 베릴륨 90%를 생산하긴 하지만 중국의 지배력이 압도적이다.
중국은 가격을 후려쳐서 미국 호주 등 다른 나라의 희토류 광산을 문닫게 했다. 이와중에 
원자재 가격이 2014년 이후 계속 내림새라는 것도 신기하다. 독점적 공급구조인데 어떻게 가능하지? 세계의 중국 의존도를 더 높이는 과정일까?  가장 널리 사용되는 60개 금속 중 18개는 50% 이상 재활용되지만 36개 금속 재활용률은 10% 미만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인데, 이것도 중국의 전략일까? 


2020년 기준 중국이 세계 전기차 배터리의 80~90%를 생산한다고. 단순히 희토류 자원 강국이 아니다. 중국은 전기차, 발광 물질, 풍력 발전기 터빈까지 생산하며 가치사슬 전체를 장악했다. 전세계 시민들이 한해 소비하는 희토류는 고작 17g에 불과하다지만, 핵심 전자기기부터 무기까지 반드시 필요한 재료다. 미국 정부는 뒤늦게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지만, 칼자루는 누가 쥐고 있는걸까? 중국에게 바터로 넘겨줄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중국에 대한 시선은 복합적이지만, 서구의 비판이 폄하로 느껴지기도 한다. 

중국 정부의 통제력은 강점이자 약점...강력한 국가 자본주의 체제는 경제 발전의 발판이 될 수 있으나 본질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200만명의 인력으로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는 정부가 과연 국민의 창조 정신을 고취할 수 있을까? 

전체주의 국가가 민주주의 체제의 서방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은 여기저기서 반복된다. 물론 민주주의가 더 나은 체제라고 확신하지만, 중국의 패권적 국가주의가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중국에서도 환경단체 8000여개가 가난한 인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환경오염 공장들을 비판하고 있다는데 아직은 꿈쩍 않는 모양이다. 


중국이 더 무서운 건,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 탓이다. 중국이 1996년 미 대선에서 클린턴 편을 들었고, 민주당에 자금을 후원한걸 잘 몰랐다니. 클린턴 부부와 친했던 조니 청이라는 인물이 핵심 고리다. 다큐멘터리 감독은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조니 청은 무려 58차례 백악관에 드나들었는데 같은 기간 중앙정보국 국장이던 당신은 빌 클린턴과 딱 두 번 면담한게 다였죠. 왜 그런 겁니까?"

바로 답 못하던 울시. "그 같은 대통령의 일정 자체가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마지못해 말했다. 이게 진짜 차이나게이트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서 민주당은 중국발 후원금 수백만 달러를 토해냈고, 조니 청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미국 민주당 수뇌부는 다치지 않았다. 러시아가 트럼프 도운 것도 영화 같은 얘기였는데, 일찌감치 중국도? 그럼 다른 나라 선거엔 개입 안했을까? (트럼프 지지하던 러시아 봇들이 독일 가서 반 메르켈 활동을 했다는 얘기를 얼마 전에 봤지..) 


중국에 대한 경계심은 2022년 이전과 이후가 또 다르다. 얼마전 NATO 정상회의는 중국, 러시아와 긴장 관계를 분명히 했다. 한국 정부는 NATO 회의에 참석해 한미일 동맹 강화를 다짐했다. 문정인 쌤은 <힘의역전2>에서 한국의 길은 미국과의 동맹을 굳건하게 지키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줄타기하는 전략을 얘기했는데, 새 정부는 사뭇 다르다. 중국과 거리두기 수준을 넘어서서 걱정될 지경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우리 공급망에서 유럽이 중국을 대체할 수 있을거란 말을 했다는데 사실 잘 믿기지 않는다. 빅터 차는 조선일보 기고에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한미일 공조가 답이라 했고, 정욱식은 한겨레 기고에서 한미일-북중러 대결이 허상에서 실재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공약마다 닮은꼴이던 여야가 안보에서 이렇게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경제안보(이런 단어는 실제 없다지만)가 위협받고 있다. 그래서 희토류 얘기가 더 현실적이다.

이 책은 사적 독서모임 #고전읽는국경 에서 함께 읽었다. 희귀금속전쟁인데, 알고보면 친환경 소재들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고, 오염이 심각하니 중국에 떠넘겼고, 중국은 희토류 시장과 가치사슬 전체를 전략적으로 장악했고, 중국이 시장을 지배하는 소재와 부품 없으면 무기도 전자장비도 만들 수 없고.. 

선진국이 더럽고 위험한 일을 제3국가로 외주화하면서 벌어지는 일은 역사가 깊다. 한때 그 피라미드 바닥에 있던 우리는 이제 중국을, 동남아시아 저개발국을 덤덤하게 바라본다. 자본의 속성인거지, 중국 탓이라고만 할 수 있겠나.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더글라스 러미스의 말을 10년 넘게 붙들게 될 줄이야.

ㅅㄱ님은 당장의 기후위기가 더 심각한 만큼, 일단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우선순위를 둘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희토류 채굴과 정제 과정의 환경파괴를 후순위로 밀어도 될까 싶지만 어쩔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등장하기를 빌어야 하나. ㅌㅎ님과 ㅈㅊ님 등은 결국 인간이 너무 많은게 문제라고 했다. 저개발국가에서도 모두 자동차를 타고, 에어컨을 탄다면 지구가 망한다는데, 그들에게 불편함과 오염을 떠넘기는 방식이 지속가능할까?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야말로 타노스가 인류의 절반을 없애는 과격 방식 대신 주목해야 하는 해법일까? 테러로 불임 바이러스를 퍼뜨린 소설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불임과 임신을 국가에서 관리? 이러다 <시녀 이야기>가 현실화되는 거냐?... 엔트로피의 끝은 결국 블랙홀처럼?? 토론이란 원래 삼천포로 빠지기 쉽지만, 이게 답이 없다보니 더더욱....

전기차는 아니지만, 하이브리드 차를 탄다는 자부심이 큰 인간이다. 와중에 평일엔 대부분 뚜벅이로 다닌다는 부심, 텀블러 20년 부심..부질없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뭐, 일단 기후재난을 피하는게 가장 급한건 분명하다. 그 다음 문제는 그 다음에.. 

저자와 원서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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