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에 꽂혔고, 다정함에 풍덩 빠진 몇 개월을 보냈다. 살면서 그보다 더 중요한게 있겠나 싶지만, 너무 공기처럼 익숙해서 놓쳤던 가치. 번아웃 상태에선 또 달랐다. 그리고 2022년의 키워드는 감히 우정이다. (플랫폼3/4가 운영하는 서점 텍스트북 주장인데 극공감) 우정 책이 쏟아지고 있다.
그래도 우정 책까지 보게 될 줄 몰랐는데, 태형님이 책 좋다 한 마디 하고, 셋이 얼굴 보자 했을 뿐인데 수영님은 어느새 이걸 셋의 트레바리 북토크로 엮었다. 어어어 하다보니 이미 정리 끝. 옥스포드의 진화인류학자 로빈 던바의 <프렌즈>는 서점에서 들춰보다가 "역시 과학자들 책은 안 맞아"라며 덮었던 책이지만 어쩔. 북토크 관련 태형님의 기록과 수영님의 기록.. 그리고..
난 이 책들을 #김혜리의오디오매거진 #조용한생활 8월호 #책읽는의자 코너에서 소개했다. 1시간 반 떠들기 위해 남긴 메모는 관심있는 분들 참고.
일단 8월호를 들어보시라. 마치 책을 읽은 기분이 들게다ㅎ 이번 코너는 무료!
인간은 뇌 사이즈에 따라 150명 정도와 관계를 맺고 산다는 '던바의 수'로 유명한 로빈 던바는 우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자아의 써클에 포함되는 1.5명, 기대어 울 수 있는 절친 5명, 같이 밥 먹고 영화 보는 좋은 친구 15명, 파티에 초대할 친구 50명, 결혼식 하객 쯤 되는 관계 150명.. 트럼프 처럼 이름 정도는 아는 1500명, 어디서 본 얼굴인데 하는 5000명.. 신기하게도 3배씩 늘고..던바는 15명과 150명을 뒷받침할 온갖 사례를 제시한다.
우리는 깨어있는 시간 18시간 중 20%, 3.5 시간 정도를 사회적 상호작용에 쓴다. 우정은 다 시간이다. 옆지기가 우리는 가장 안쪽 서클의 사람이라고 너스레를 떨길래 단호하게, 아니 다정하게 설명해줬다. 서로 상대에게 쓰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아니라고. 우정이든 사랑이든 우리의 가장 귀한 자원인 시간을 얼마나 쓰느냐가 관건!
우정이 왜 중요하냐. 말해 뭐하겠냐만, 실제 고립된 이들의 사망률은 30% 높다고 한다. 연구에 따라선 50%까지 높아진다. 책들마다 같은 연구를 인용하는데 고립은 하루 담배 15개피를 피우는 정도로 몸에 나쁘다. 우정은 자연 뽕인 엔도르핀을 만들어내는데 함께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춤출 때 더 뿜뿜..인생을 뭘로 채워야 하는지! (물론 섹스와 알콜도 엔도르핀 활성화한다) 여자들은 수다가 주요 원료라면, 남자들은 술집에 가거나 운동을 하거나, 뭔가 행위가 말보다 중요하다는 건 다들 끄덕이는 포인트.
로빈 던바는 엔도르핀이 분비될 때 영장류가 서로 따뜻하고 긍정적 감정을 느끼고.. 이 기반 위에 신뢰, 책임, 호혜의 관계를 쌓는데, 이게 생존 유지보다 큰 용량의 뇌를 필요로 한다고. 인간이 이렇게 정교하고, 그래서 문명을 쌓아올렸고!
영장류의 털고르기, 쓰다듬는 스킨쉽이 좋다는 것도 알겠는데 친구들과 손을 더 잡아야 하나. 어깨나 팔을 다정하게 만지는게 불편하지 않은 관계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우정의 조건엔 같은 언어, 취향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세계관도 있다. 도덕적 기준, 정치적 견해, 종교적 성향 등..
던바의 이야기는 후반부에 갈수록 설득력이 떨어졌다. 남녀 차이 등을 얘기하는 진화심리학은 어쩐지 공감안되는 내 고질병도 있고, 온갖 연구를 인용하면서 어떤 종류는 본인의 추론을 확정적으로 얘기하심. 특히 여성에 대한 이야기에 아리스토텔레스를 가져오다니. 그 시절 여자는 노예와 같은 신분으로 투표권은 커녕, 사랑할 대상도 아녔는걸? 굳이 찾아보니 던바옹은 75세. 70대 노장의 정리엔 시대적 세대적 한계를 감안해드려야지...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저자 비벡 머시 박사의 이력이 핵심 포인트다. 그는 오바마 정부에서 공중위생보건국장을 지냈다. 외로움이 알코올 중독과 약물 중독, 폭력, 우울증, 불안감 등 오늘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여러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며, 공중보건 차원에서 살펴본다. 무엇보다 외로움을 '사회적 관계가 부족하다는 주관적 느낌'이라고 정의하고 1) 가까운 친구나 애인, 애정과 신뢰라는 깊은 상호 유대를 나눌 사람을 갈망하는 사적 외로움(Intimate loneliness) 혹은 정서적 외로움(emotional loneliness), 2) 사회적 동료애, 지지를 원하는 관계적 외로움(relational loneliness) 또는 사회적 외로움(social loneliness), 3) 목적의식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들의 네트워크를 원하는 갈망하는 단체적 외로움(collective loneliness)으로 구분한게 인상적이다. 셋 중 일부가 충족되어도 나머지도 다 필요한게 인간이다. 외로울 때 불행해지는데, 외로움은 고독(solitude)과 또 다르다. 평화롭게 혼자 있는 상태나 자발적으로 고립되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과 관계맺는 시간이 다른거다. 고독은 개인적 성장과 창조성, 정서적 안녕을 높이도록 도와준다고. 과학자로서 우정을 살핀 로빈 던바와 달리, 의사 출신이지만 비벡 머시는 훨씬 더 일상적 사례들로 풀어서 읽기 쉽다.
우정 북토크 위해 우정을 책으로 학습하다니. 하지만 나이와 하는 일 상관없이 우리의 우정은 충분히 즐겁고, 북토크 통해 더 진지하게 잼났다. <고립의 시대>는 트레바리 내 클럽 8월 책. 요건 또 따로 리뷰하련다. 왜냐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