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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Sep 01. 2022

<고립의 시대> 외로움이 괴물을 만든다면 뭘 해야하지?


1.

첫째, 이건 당신을 망칠  있다. 하루 담배 15개비 피우는 것과 비슷하고, 비만보다 2 해롭다. 둘째, 경제적으로도 피해가 적지않다. 미국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쓴다. 기업 생산성도 떨어뜨린다. 셋째, 정치적 위기를 만든다. 분열을 조장하고, 극단주의를 부채질한다. 우파 포퓰리즘과 긴밀하고 광범위한 관계가 있는데 과소평가하면 안된다.
 치명적 문제의 정체는 외로움이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고? 우습게 보지 말자. 이거 엄청 중대한 사안이다. 격리를 거친 시대에 특히!


2.

우정의 강력한 힘, 다정한 연대의 마법을 체험한 인간으로서, 우정을 주제로 북토크도 하고 팟캐스트 녹음도 했다. 별걸 다했다 싶은데, 이게 이 시대의 키워드란 걸 의심하지 않는다.

진화인류학자 로빈 던바의 <프렌즈> 과학적으로 우정을 들여다봤고, 오바마 정부의 공중위생보건국장 비벡 머시의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국가 질병 관리 차원에서 외로움의 해악과 피해, 연결의 치유력을 확인했다면 2021 <고립의 시대, The Lonely Century> 내놓은 저자 노리나 허츠는 영국 출신 경제학자다. 과학자, 의사 출신 행정가, 경제학자가 같은 주제를 다뤘는데..   가장  취향이다. 다행히 어렵지 않게 사례와 데이터 중심으로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고리들을 찾는다. 시작부터, 맨해튼의 힙한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는  알았는데, 친구를 빌려주는 최신서비스 Rent a friend 이용담이다.


3.

자본주의가 외로움을 비즈니스로 보기 시작한 건 당연하다. 미국 성인 5명 중 3명, 독일인 3분의 2가 외롭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 5명 중 1명에게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조사도 있다.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미국 메디케어 지출은 매년 70억 달러에 달하는데, 관절염보다 많고 고혈압과 비슷한 규모다. 영국의 고용주들은 매년 외로움 관련 병가로 8억 파운드(1.2조원) 손실을 보고 있다. 영국은 2018년 Minister of loneliness, 전담 장관을 임명했다.


4.

외로움이 예전 같지 않은건가? 코로나 때문에 심해진걸까? 문제의 뿌리는 보다 깊다. 저자는 "21세기 외로움의 위기 이념적 토대가 형성된 것은 유난히 가혹한 형태의 자본주의, 자유가 최우선시되는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1980년대"라고 지적한다. 1) 소득과 부의 불평등 심화는 승자독식 각자도생의 지옥문을 열었고, 2) 주주와 금융시장이 게임의 규칙과 고용 조건을 재편하도록 허용했으며, 3) 초경쟁과 이기심 추구 같은 자질을 앞세워서 우리가 서로를 보는 방식과 서로 간의 의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 얘기다.  시기 긴축재정을 이유로 공동체 인프라는 붕괴됐다. 영국에서는 2008~2018 청년센터와 공공도서관 3분의 1( 800) 폐쇄됐고, 미국에서는 2008~2019 도서관 연방지원금이 40% 삭감됐다. 일상적 만남의 기회와 공간이 축소됐다.


5.

정치경제학은 원래 하나라더니, 경제학자인 저자는 민주주의의 위기도 함께 본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가지 유대가 강력해야 한다. 국가와 시민간 유대. 시민들간의 유대..사람들이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서로 신뢰하거나 의지하지 못하고 단절감을 느낀다면, 그래서 국가가 자신을 보살피지 않는다고, 자신이 주변화되었다거나 버림받았다고 느낀다면 사회는 분열되고 양극화되며 사람들은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외로움은 더 공격적이고 성난 군중을 만든다. 저자가 인용하듯, 이미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전체주의는 외로움을 기반으로 삼는다. 이것은 인간에게 가장 근본적이고 절망적인 경험에 속한다"고 했다. 나치즘 추종자들의 주요 특성은 “야만과 퇴보가 아닌 고립과 정상적 사회관계의 결여"라고 했다.


6.

연구들은 쏟아지고 있다. 1992 프랑스 극우파 국민전선 장마리르펜의 득표와 사회적 고립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작업이라든지, 네덜란드가 2008 5000 대상 연구한 결과라든지...주변 사람이  이득을 챙겨주고, 내게 일부러 해를 끼치지는 않으리라는 신뢰가 줄어들수록, 우파 포퓰리스트 투표 가능성이 커진다.
2016 트럼프 투표자들은 육아, 금전적 지원, 관계 조언,  얻어타기  다양한 도움을 공동체나 친구 대신 “스스로 해결"한다는 비율이 높았다. 운동팀이나 독서회, 학부모회 같은 공동체 활동에 좀처럼 또는 전혀 참여하지 않는 경향도 분명했다. 저자는 " 넓은 공동체에 얽혀 있을수록,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있다고 느끼면 우파 포퓰리스트가 들려주는 세이렌의 노래에  현혹된다" 했다. 외로움의 정의부터 다시해야 한다. 사회적 고립이나 공동체적 유대의 결핍만 이유가 아니다. 남들이  말을 들어주거나 이해해주지 않을  사람은 외롭다. 저자는  융을 인용했다. 외로움은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중요해 보이는 것을 남과 소통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관점을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을  느낀다." 동료애, 자부심  공동체의 가치를 잃어버린 이들은 대신 타자에 대한 혐오를 통해 자긍심을 어느 정도 회복한다. 


7.

우리는 하루 221차례 스마트폰을 확인한다고. 저자는 '디지털 프라이버시 고치' 갇힌 현상도 분석했다. 주변 사람에겐 관심을 닫으면서 가상 세계 친구들 근황을 살펴보는 시대. 일상의 관계, 미세한 상호작용의 기회가 줄었다. 유대를 형성하고, 장기적 연결을 구축하는 것보다 인스타에 올릴 사진 찍기에만 열을 올린다고. (내겐  던질 자격이 없다) 디지털 소통이 대화의 질은 물론, 관계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주장엔 완전 동의하지 않는다. 온라인 관계에서 얻는 가치를 폄하할  없다. 소셜미디어가 세계를  적대적으로,  공감적으로,  친절하게 느껴지게 만든다는 저자의 주장에도 반론할 얘기가 많지만 넘어가자. 폰이 우리의 애인이자 불륜상대라고? 눈앞의 애인을 제쳐두고 들여다본다는 측면에서 이건 ..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공개적으로 인기없는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왔고, 사회적 비교의 강도, 밀도, 파급력 차원에서 완전 다른 시대를 열었다는 지적은 통렬하다.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의 청소년에게 문제는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그렇다. 쇼샤나 주보프 하버드대 교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사회적 비교가 불러온 심리적 쓰나미는 가히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것은 자기 자신을 팔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연속이고, 아무도 자신을 사고 싶어 하지 않으리라는 공포의 연속이다."


8.

일터의 고립도 진지하게 들여다볼 때다. 직장인 40%는 직장에서 외롭고, 미국 경우, 20%는 직장에서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조사가 있다. 전세계 노동자 85%는 자신의 업무에 몰입감을 느끼지 못한다. 동료와 고용주에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사라진 결과다. 재택근무가 자율성, 유연성 등의 장점에도 불구, 고립감을 악화시키는 것도 팩트다. 활력을 잃고 우울해지기 쉽다는 연구가 나왔다.

기업이 AI 기술을 면접에 활용하고, 직원 감시에 동원하는 사례들은 이제 시작이겠지. 입사자의 어휘나 어조, 억양, 표정을 분석하는 면접을 경험한 저자는 "완전하고도 복잡한 인간성을 모두 발휘할  없는 조건에서 기계에게 깊은 인상을 주어야 했다". 종업원 1000 이상 다국적기업 절반 이상이 “키보드 입력정보나 이메일 대화, 심지어 직원  대화끼지 감시하는 비전통적인 직원 감시 기법"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른바 이용자 활동 감시(UAM) 분야는 2023 33 달러 규모 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저자는  시대의 감시가 1) 모니터링 수준이 매우 심각하고 2) 디지털 기술 떄문에 사생활 침해가 우려스러운 수준이며 3) 의사결정 권력이 지나치게 기계에 이양되었다고 지적한다. 고립의 주제에서  나아갔지만서도.

외로움을 달래주는 로봇? 이미  알거나 알아야 하는 문제  가지만 기록해둔다. "섹스인형은 환상을 지우기보다 오히려 증폭시키며. 현실 세계에서 상대방의 no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건 정말 위험하지. 하지만  위험하게 느껴진 .. "로봇은 인간과 사랑할  절대로 변심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될  있다" . 로봇에게  마음을 터놓을 가능성인데.. 사람과 직접 관계를 맺는 능력이 퇴화할  있다. 우정, 사랑을 위한 노력을  해야하냐고. AI 맺는 관계는 인간 관계보다  호혜적이고  자기도취적이며  도전적이고...  관계에 빠져들수록 공동체 성장에 필요한 협동과 타협, 호혜의 근육을 키울 기회가 줄어든다 지적을 그냥 넘기기 어렵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수록,포용적 민주주의, 호혜성, 연민, 돌봄 같은 인간의 자질이 의미 없어질까?

9.
해법, 역시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일단 세입자들이  들고날수록, 자주 이사다닐수록 관계는 연약해진다.  부유하도록,  떠돌도록 하려면 베를린이 임대료 5 동결 규제에 나선 것이 모범사례. 한국의 혼밥, 먹방 얘기도 책에서 언급되는데, 중국에선 빈둥지청년이 5800. 이들이 어울릴 기회와 공간이 필요하다.

알고리즘은, 열린 자세와 긍정적 태도가 담긴 게시글이 분노와 울분보다  위로 올라가도록 해보자고.. 이게 가능할까 싶지만,  로직을 죽도록 연구해야  이유는 사회적일뿐 수익과 관계가 없다는게 문제. 이건 역시 규제로 가야 하는걸까. AI 대신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게 세제 혜택을 준다거나, 오프라인 사업자의 영업세를 조정해주는 것도 방법. 친공동체 사업장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특정 사업장이 포용적이고, 사회 통합에 도움이 된다면 세제감면과 인센티브를! 마을 공동체의 허브를 살리는  찬사가 아니라 후원이고, 공공의 지원도 필요하다. 로봇세  아니라 코로나로 특수를 누린 온라인 식품 소매업자에게 우발적 소득에 대한 일회성 소득세를 부과해서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도 참고.
외로움 완화 프로젝트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연결복지사(?) 외로운 이들에게 미술 수업, 체육 수업 등을 소개해주고, 돌봄의 경계를 확장하고..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는 2019 성장률과 생산성  아니라 "친절과 온정이 우리를 이끌게 하겠다" 기준을 구체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국가가 환경을 보호하고, 제대로  교육을 제공하고, 기대수명, 외로움, 동료 시민과 정부에 대한 신뢰, 전반적인 소속감과 관련 수치를 얼마나 개선했는지 평가까지 한다고. 스코틀랜드와 아이슬란드도 예산 결정 과정에 유사한 접근을 시도중이라니 역시 참고.


10.

외로움은 내가 남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느낌이다. 투명인간이 됐고, 내 말을 듣고 있지 않는다는 자각이다. "우리의 우려와 절규에 귀기울이지 않는 정치 지도자들이 우리가 절대 동의하지 않을 의사결정을 우리 이름으로 내리고 있다는 느낌이 근본적 이유"라고. 의견이 지나치게 양극화됐고, 의사결정 과정이 지나치게 불투명했으며, 결과가 지나치게 불공평했기 때문이고, 결국 시민이 목소리를 낼 기회를 늘려야 한다. (난 이 지점에서 국민청원이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보다 서로에게 그리고 정치에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에 더 의미 있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어쩌다 투표 한 번 보다는.. 숙의 민주주의 얘기. 독일 '디 차이트'가 '독일이 말하다' 운동을 통해 서로 모르는, 정치적 반대편 사람들끼리 짝지어 만나는 걸 시도한 건 흥미롭다. 대화만으로 상대방 관점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편견을 일부 걷어냈다고. 르완다 우무간다 운동은 매달 마지막 토요일, 공공봉사하는 뭔가를 하는 건데 약간 새마을운동 삘이지만. 그래도 참고.


11. 책은 #트레바리 #디지털탐구생활 8월 책. 나의 발제다. 시즌 첫 모임이었는데, 토론이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1) 당신도 외로운가요? 당신은 다정한가요?
-  외로움은 동료 시민, 고용주, 마을 공동체, 정부로부터 지지와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기분이고, 개인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실존적 상태라고요. 당신은 언제 어떤 종류의 외로움을 느끼나요?
-  정치로부터 배제되는 고립, 목소리를 내도 투명인간처럼 무시당하는 유권자의 기분도 외로움이라는데 동의하세요? 경험은요? 그렇다면 극우 포퓰리즘의 주장이 솔깃한 적 있어요?
-  느슨하거나 다정하거나 연결의 임계점도 각자 다를듯요. 소속감을 통해 개인적으로 즐거웠거나, 공동체 일원으로서 뿌듯했던 경험이 있나요?
- 관계는, 사랑과 우정, 연대는 당신의 리소스를 필요로 합니다. 당신은 다정한가요? 그런 기억이 있어요? 다정한 누군가에게 감탄했던 기억은요?  


2)고립의 시대을 건너는 시민의 고민
-  디지털, 소셜은 연결이 핵심인데, 기술 혁신이, AI가, 로봇이 고립을 가속화하나요? 외로움 관련, 디지털 시대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어떻게 보세요?
- 소셜딜레마 규제 등 고립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혹시 기대하나요? 어느 분야에서요? 바텀업 방식의 사회적 합의와 기술진보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건 어디까지일까요?

- 부모들이 스크롤하느라 상호작용 기회를 놓치고 있으며, 의사소통 기술을 자녀에게 전해주지 못하고 있다는데요? 미래 세대에 대해 혹시 걱정되요?

- 대도시 대신 마을 단위면 괜찮을까요? 아파트 주민자치는 그럼 잘되요? 당신 주변의 공동체를 위해 부족한게 뭘까요? 문제가 뭐죠?       대체 유대감이 깊고 따뜻했던 세상이 언제 있긴 했던가요?

-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소외되면서 갖는 외로움이 결국 더 양 극단으로 갈라놓을까요? 마침내, 디스토피아에 기울고 있나요? 그렇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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