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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Dec 08. 2022

<단순한 열정> 욕망은 그의 선물. 열정의 삶의 사치

잘 자란 내 어린 친구가 밥 사겠다고 청했는데 엄청 멋진 와인맛집. 하필 당분간 금주인데 고맙고 미안하고 아깝게시리.

호주 출신 쥔장은 재주가 많았다. 자신의 호주 집처럼 꾸몄다는 가정집 스타일의 아늑함, 직접 그림 그린 메뉴판, 음식을 살리는 이야기의 힘. 용산세무서 옆 #해리스 추천하는 #마냐먹방


아기 손만한 굴, 아니 퍼시픽 오이스터, 시큼고소빵과 아귀간 파테 등으로 혀를 달래고, 일과 사랑 얘기로 시간을 채웠다. 일에 있어서야 청산유수이지만, 사랑 앞에 내가 감히 나눌 이야기는 기껏 소설. 그러나 이 소설, 장난이 아니지.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최고의 선물은 보석이나 가방이 아니라 시간이라 믿어온 내게 아니 에르노 선생은 #단순한열정 에서 한수 가르쳤다. 그는 자신에게 욕망을 선물했다고.


10여년 전 신선한 충격에도 리뷰를 안남긴게 아쉬웠다. 다시 읽어도 구구절절 저릿하다. 얇아서 지난 목요일 서점 매니저로서 흘깃 들춰보다 노벨문학상으로 전설이 된 이 자전적소설을 후딱 완독.


"내 모든 행동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내 의지가, 욕망이, 그리고 지적 능력이…그 남자와 관련된 것 뿐이었다.. 나머지 생각을 할 수도 무언가를 바라 수도 없는 상태. 그 사람을 기다리는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에르노는 "우리는 욕망이라는 자산을 서서히 탕진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기록은 뜨겁기만 하다. 유부남과 만나는 제약이 그녀를 더 조였다. 도덕적 품평은 독자도 사양한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친구를 데려다주다가 가벼운 접촉사고를 낸 건 오랜만의 참사. 액땜 에피소드는 버리고 좋은 기억만 남기자.

우리, 인생의 사치에나 집중합시다. 일도 끝내 묘미를 찾아나갈거라 믿어요.


#남은건책밖에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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