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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Dec 30. 2022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아들에게 선물했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교육부가 2년 동안 6억원을 쏟아부어 만들고 2015년 3월에 배표한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는 "데이트 비용응ㄹ 많이 사용하게 되는 남성 입장에서는 여성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응ㄹ 원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데이트 성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망언이 담겨 있다. 성평등 감수성을 길러주기는커녕 성폭력과 성역할에 대한 왜곡된 통념을 조장하는 지침서다. 우리 아이들은 딱 저 정도 수준인 기성세대의 인권의식을 그대로 배웠을 뿐이다.


이 책, 강추한다. 읽을수록 열받고 어이없는 대목이 많지만 강추한다. 일단 잘 읽힌다. 서울역에서 신논현역으로 이동하면서 눈을 떼지 않았고, 막판엔 약속 장소로 걸어가면서 간만 워킹독서. 무리했다.

이 책, 비장하게 샀다. 아들과 말다툼을 벌이고, 페미니스트 엄마가 아들을 페미로 키우지 못한 것에 부끄럽고 화가 나서 책을 찾았다. 아들에게 던지기 전에 그래도 대충 봐야할 것 같아서 들춰보다가 푹 빠졌다.


저자는 선생님이다. "남자 고등학교에서 남학생들과 페미니즘을 함께 공부하고 있다. ‘메갈쌤’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녀도 10대 남자들의 젠더 감수성을 기르는 일에 정성을 쏟는다"는 분이다.


강남역 살인사건 당시 그가 목격한 건 이런 상황이다.

"지금 분위기는 진정한 추모가 아니에요. 남자를 욕하는 자리로 변질됐잖아요. 저흰 그걸 지적하러 온거예요."

"진정한 추모가 뭔데요?"

"조용히 고인의 명복을 빌고 슬퍼해야죠."

그들의 요구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피해자상이었다. 수구 언론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던 프레임과 똑같았다 피해자는 그저 무기력하게 슬퍼할뿐 분노하지도 진상 규명을 요구하지도 말라던 그대로였다.


일베가 깽판치는 현장에서 기함했던 그에게 학생들은 묻는다. 선생님 혹시 강남역 다녀오셨냐고. 유튜브에 얼굴이 나와서 다른 반 친구들이 선생님 메갈이라 한다고.


본인의 경험을 담담하지만 생생하게 기록해서 무척 쉽게 읽힌다. 아들에게 충분히 선물할만 했다. 그리고 팩트들도 새삼 몇 개 챙겼다. 이런 것들.


지상파 뉴스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자살한 여대생을 '정조 관념'으로 칭찬했던 것이 1994년의 일이고, 호주제 폐지는 4천만 명이 휴대전화를 쓰는 2005년이 되어서야 가능했고..

운전이 미숙한 여성은 '김여사'로 조롱받지만 교통사고는 남자가 많이 낸다. 2010년 기준 교통사고의 남성 운전자 비율이 3.3배 높았다고. 14년 기준 한국 남성은 하루 45분의 가사노동을 하는데 여성의 227분의 20%도 안된다고. 가사분담율은 OECD 최하위고.. 수사기관에 접수된 기준 성폭력 건수는 2005년 11,757건에서 2014년 29,863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피해자 95.2%가 여성이라고. 데이트폭력 살인은 매년 100여건이라고. 2016년 전교조 조사에서는 여교사 1,758명 중 70.7%가 교직생활에서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가해자 70%가 교장, 교감 등 학교 관리자였고..


"지금 기준으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 당대에는 급진적 변화처럼 인식된 경우도 숱하다. 역사는 더 많은 주체에게 더 큰 권리를 보장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오늘의 갈등도 얼마 뒤에는 고루함과 편협함이 만들어낸 부끄러운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다."


최승범 선생님, 넘나 감사한데.. 아들은 과연 이 책을 다 읽었을까? 어렵다 어려워.

실제 이 책도 여자들이 보는 책이라니까..


저자는 가부장적 아버지와 강한 생활력으로 가정을 돌본 어머니의 관계를 보면서 어렸을때부터 여성의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데, 우리 집은 엄마가 페미인데 발언권이 약하지 않아서 아들이 자연스럽게 모순을 깨달을 일이 없었나?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무튼 계속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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