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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an 02. 2023

<바이든의 첫 100일> 새삼 다시보는 건..


"미국은 인수 과정에 대한 법과 제도를 발전시켜왔고, 오바마는 최대 수혜자였다. 워싱턴의 정치 평론가와 콧대 높은 싱크탱크들로부터, 워싱턴 정가의 초보자라는 수식어를 떼고, 프로페셔널한 대통령직 준비의 대명사가 되었다. 8년 후 트럼프는 이미 정교하게 짜인 정권 인수의 공식을 다 무시해버렸다. 법제화되어 있는 만큼 형식적으로 따르는 시늉은 했으나 실제로는 재앙 수준이었다."


대통령이란 거대한 사명이다. 그래서 준비기간을 준다. 우리는 1987년 헌법에서 인수기간을 보장했다. 인수위가 뭐하는 곳이며,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짧고 가벼운 책을 후딱 읽었다. 전략컨설팅 그룹 플랫폼9와 3/4, 헤드헌팅 기업 안목이 함께 만들었다. 맞다. 내가 알바로 일하는 서점 북살롱 텍스트북을 운영하는 곳이다. 사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100일 지난 이후에 책을 받아서, 앞에 좀 들춰보다 말았다. 이 책을 굳이 신년부터 꺼낸 이유? 요즘 정부 관련 글 좀 쓰느라 컨닝 용으로... 


바이든은 가장 철저하게 첫 100일을 준비했다. 첫 1년 지지율은 아쉬웠지만, 미국 민주당은 작년 중간선거에서 상원을 지켰고, 하원은 근소한 차이로 공화당에 밀렸다. 고만고만한 지지율과 경기 불안을 감안하면 대단한 선전이었다고. 

임기 첫 100일 동안 비전을 제시하고, 어떤 정책을 우선순위에 놓고 추진할지,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대통령은 정말 바쁘다. 우리도 그랬다. 미국에서도 정부가 바뀌면 4000여명의 인사 지명을 새로 해야 하고, 이중 무려 1250명은 상원 인준도 받아야 한다고. 


정치 베테랑인 바이든은 이 준비기간 성적표가 좋을 수 밖에 없지 않나.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설득과 타협이 실종된 워싱턴에 정치를 되돌리려 했다. 취임 2주 만인 2월 1일 백악관 집무실을 공화당 의원들에게 열었다. 공화당 중도파 의원 10명과 마주앉아 코로나19 구제안을 설명했다. 바이든은 수시로 공화당 의원들에게 전화했다. 공화당 수전 콜린스 의원은 네 번이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2월에는 암 투병 중인 밥 돌 전 공화당 의원을 찾아갔다. 4월에는 두 차례나 양당 의원들을 만나 인프라 법안을 설명하고 토의했다.


(사실, 뒤에 나오지만 바이든의 협치 모델은 잘 작동하지 않았다. 공화당 상원의원은 단 한 명도 코로나 법안에 찬성하지 않았다.) 


무튼, 행정부 경험, 검증된 인재 풀, 정계 인맥까지 바이든은 자신의 모든 레거시를 동원했고, 내각 25명 중 여성 12명, 비백인 13명으로 역대 최고의 다양성 정부를 구현했다. 미국과 우리의 다양성 기준이 많이 다르지만, 무튼 부러운 대목. 


새로운 인물 기용도 중요하지만, 바이든은 무엇보다 경험을 중시했다. 위기 상황에서 즉시 투입돼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고 일하는 사람들이 필요했다. 바이든 차기 정부는 인선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는 전문가"라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우리는 정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안다. 정부가 당신을 위해 일하도록 하겠다"


인사가 만사... 17년 초기 인사는 괜찮았고.. 그 이후는 노코멘트. 22년도 일단 노코멘트. 


뾰족한 우선순위를 세우고 일관되게 반복했다. (붕괴된 정부와 정치에 대한 신뢰 회복)

코로나19,인프라, 공급망과 일자리 등 경제, 보건복지, 국제적 위상 회복, 기후변화, 이민, 인종 평등 등 7개 의제를 우선순위 항목으로 뽑고 웹사이트와 페이스북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시켰다.

놀랍게도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에는 노동, 교육, 연금 개혁 얘기가 뚜렷하지 않다. 120개 중 앞부분 15개 주요 과제는 상식과 공정이지만 중기부, 질병청, 산업부, 법무부 등 얘기. 미디어 공정성, 공공성 확립도 국정과제다. 


하여간에, 트럼프는 자신이 정권을 인수받던 2016년에도 인수위 자료를 던져버리고 팀을 해고했다. 인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 부처 고위직은 끊임없이 사람이 바뀌거나 공석이었다.


다 기록된다니까.

바이든 첫날의 핵심은 기다렸다는듯 한꺼번에 17개나 쏟아낸 대통령 행정 조치. 위기에 준비된 정부, 역동적으로 일하는 유능한 정부 이미지 구축에 애썼다고. 


지난해 인수위는, 나름 애썼겠지만 사실 대통령실 이전, 검수완박, 당선인과 인수위원장 충돌 등의 뉴스에 가려져서 뭐가 잘 보이지 않았다.. 관련 기사를 참고삼아 붙여본다. 


"우선 역대 어느 때보다도 정책 방향이 흐릿하다는 비판이 큽니다.

코로나19 피해 지원과 부동산 시장 정상화 등 원론적인 정책 외에 윤석열 정부만의 국정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 이명박 정부의 'MB노믹스'처럼 이전 인수위들이 나름의 굵직한 국정 청사진을 제시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노동일 / 경희대 법과대학 교수 : 그 110대 과제를 다 하려고 하지 말고 다시 대통령이 취임하면 새 정부에서 좀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이것만은 꼭 5년 동안에 실현하겠다 하는 것들을 다시 취합했으면 좋겠어요.]

잡음은 컸습니다.

초반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신구 권력 갈등이, 중반에는 당선인과 인수위원장 충돌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후반에는 '검수완박' 법안 추진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습니다."


'50일의 인수위' 마감..."훌륭" 자평에 "존재감 부족" 비판도,  YTN, 20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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