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갈아타는 곳이 리야드라고 할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공항에서야 확인한 항공사 이름은 '사우디아'. 멋지군. 평소 패키지 여행 안하다가, 이렇게 팀으로 이동하니 시크하고 무심한 여행자가 될 수 있다. 아는게 1도 없고, 준비도 나몰라라. 되는대로 떠났다
첫 기내식이 비빔밥인데, 그저그런 비빔밥. 어쩔 수 없지. 플라이트 어텐던트 언니들의 포스가 넘나 멋져서 계속 흘깃 살폈다. 내가 아재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다보니, 내가 아재가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잠시 들렸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실감한 일은 공항 트랜짓 검색대에서 벌어졌다. 기껏 먼저 줄 서서 짐을 올려놓았는데 레이디들은 다 빼란다. 남자들만 먼저 보낸다. 차별이 아니라 여자들을 검색할 여자가 출근 전이다. 새벽 4시반이었다. 꽤 기다린 끝에 눈만 내놓은 검은 니캅 차림의 여자가 오고서야 통과할 수 있었다. 사진 찍으면 걸린다고 해서 소심하게 패쓰. (ㅊㅎㅈ님이 뒷모습 사진을 찍으셨다!)
비행기의 언니들은 머리카락만 감췄던데, 공항의 언니는 왜 눈 빼고 꽁꽁 싸맸을까. (인터내셔널과 도메스틱 내국용 기준이 다를 거란 일행 설명!)
베이커리 폴의 커피를 마시며 공항에서 전통의상인 긴 치마 차림 남자들을 목격했다. 훈훈하다. 잘생긴 사람들의 나라다. 여자들도 분명 아름다울텐데 아쉽다. 비행기에서 내내 항공지도만 봤다. 사우디는 넓은 나라다. 홍해 끝 네옴시티를 도드라지게 표시했다. 이 강대국은 어디로 갈까. 이번 여행을 위해 무려 문정인 인남식님의 중동 이슬람 특강을 들었다.
공항 구석에서 갑자기 절을 하는 남자들을 발견했다. 타인의 경건한 의식을 구경꾼 마냥 사진찍는게 미안하지만, 당신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이란 걸 알아주시길.
12시간 왔는데. 거의 3시간 기다렸다가 3시간 더 타야한다. 기내식으로 나왔던 손바닥만한 초코쿠키가 거의 바스라졌지만 커피에 어울린다. 공항패션으로 슬리퍼와 간편복까지 준비하신 ㅇㅈㅅ님이 만수르가 먹는 간식 대추야자를 돌렸다. 아, 여기 공항 면세점에선 술을 팔지 않는다. 사우디아 항공도 술 안준다.
리야드-카이로 기내식이다. 여행 내내 익숙해질 허머스와 카레향 비슷한ㅎ
그리고 18시간 만에 마침내, 카이로 공항. 벽화가 이렇다.
보호와 안전의 여신 Selkit가 공항에서 여행자를 환대한다. 관광비자 25달러에 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