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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Feb 12. 2023

<인듀어런스> 위대한 실패로 리더십 교본이 된 사람


#조용한생활 팟캐스트 1월호에 #내가_틀릴_수도_있습니다 와 함께 소개했다. 새해 초에 읽어보기 딱 좋은 책. 워낙 유명한 고전이라 볼 사람 다 봤을 수도 있지만, 나도 찜해놓은지 20년 만에 봤으니 나같은 이가 분명 있을게다. 엄청난 사진집이기도 한데 책값이 얼마 안하네.. 20년 전엔 왜 안 샀을까. 무튼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다. 감사감사ㅎ


자, '성공보다 위대한 실패'라는 남극 탐험기다. 1999년에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았고, 탐험대장 어니스트 섀클턴은 온갖 선정에서 '최고의 리더'로 꼽힌다. BBC가 선정한 '지난 1천 년간 가장 위대한 탐험가'이고, 유럽 CEO들이 뽑은 '지난 50년 간 최고의 리더'였다는데, 소문만 들었던 그가 어떤 인물인지 이번에 확실히 확인헸다.


1914년 섀클턴 경과 27명의 대원들이 '인듀어런스' 호를 타고 남극 탐험을 떠났다가 실패한 이야기. 그것보다 중요한 건 28명 모두 살아돌아온 이야기다. 634일만의 귀환은 기적이었다. 남극의 부빙에 갖혀 배가 서서히 침몰하는 상황에서 추위와 식량부족, 고립감, 절망을 극복한 과정이 몹시 생생하다. 많은 이들이 '일기'를 남겼고, 촬영한 사진을 사수했다.


섀클턴의 가장 큰 장점은 낙천성. 당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탐험가는 스콧이었는데 노르웨이 탐험가 아문센에게 남극 정복에 밀리자 "모든 꿈이 사라졌다"며 절망했다. 그의 팀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 아문센과 경쟁에서 패배한 스콧은 극심한 좌절을 겪었지만 섀클턴은 성향이 좀 달랐다. 만약 섀클턴이었다면 중간에 되돌아와 아문센 탐험대를 위해 성대한 축하 파티를 열었을 거라는 평이었다. 이미 몇 차례 탐험에서 후퇴를 주저하지 않았다. 살아서 돌아가는게 언제나 우선이었다. 죽지 않으면 언젠가 또 기회가 있겠지.


그는 부하를 먼저 생각하는 리더였다. 사람들은 그에게 절대적 믿음을 가졌다. 추위와 배고픔에서 온기와 식량은 늘 일반 대원 몫이었다. 심지어 제비뽑기를 해도 좋은 침낭은 리더들이 아니라 일반 대원들에게 돌아갔다.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비관하지 않았다. 겨울을 준비했다.

탐험대원 뽑을 때부터 경력이나 지식을 묻지 않았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실제 대원들은 남극의 긴 겨울을 그렇게 버텼다. 노래도 부르고, 음악도 듣고, 게임도 하고 일상을 유지했다. 인듀어런스 호의 평화는 우연이 아니라 섀클턴의 리더십이 만들어냈다. 그가 고작 5명의 대원과 함께 작은 보트로 1200km 넘는 항해 끝에 문명 세계로 돌아오는 과정도, 끝내 구조선을 이끌고 돌아간 이야기도 경이롭다. 사람이 먼저라는 섀클턴의 철학은 미국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에도 담겼다. 첫장부터 28명 대원의 사진과 소개로 시작하더니, 끝까지 28명을 쫓은 기록이 인상적이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나오는 대목이란다. 저릿하다.

넓고 깊은 바다에,
한 척의 배와
절대 나를 버리지 않은 동료들


행복한 새해를 위한 마음 가이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와 <인듀어런스> 

https://podbbang.page.link/gXk1nL1VF1WNc9Xi9

함께 소개한 책

https://brunch.co.kr/@manya/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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