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가 지구를 파괴한다고 하면 틀린 얘기다. 하지만 디지털 지옥이 열리고 있다는 주장은 그냥 넘기기 힘들다. 책의 원제 L'Enfer numérique 는 Digital Hell 이다. 디지털 세상은 거저 움직이지 않는다. 수많은 ‘명령’을 실행한다. 그 한줄 한줄 명령행으로 따지면, 자율주행차 한대를 움직이는데 우주왕복선 250개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이 작동한다. 자율주행차 명령행이 1억개, 우주왕복선은 40만개다. 보잉787이 1400만개란 걸 보면, 우주왕복선이 오히려 단순한가? 허블 망원경은 200만 개란다.
이게 왜 문제인지 한번도 생각 못했다. 하지만 이메일 한통 보내는데 0.5~20g의 탄소가 발생한단다. 1시간 내내 전구를 켜둔 것과 비슷하다고. 가상현실인 디지털 세상은 전기를 먹는다. 전기를 만드는 건 실제 현실의 일이다. 몇 년 내로 파리 수도권 전기의 3분의 1을 데이터센터가 쓰게 된다. 이건 아일랜드나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그리고 에너지는 여전히 화석 시대에 걸쳐 있다. 아마존 웹서비스 전력의 30%는 석탄에서 나온다. 데이터센터의 태양광 전력? 센터의 커피머신 작동 정도에 쓸 수 있다는데, 진짜?
디지털은 늘 ‘녹색’, ‘지속가능, ‘친환경’을 내세우지만 환상이다. 95년부터 2015년까지 웹사이트 한 페이지의 무게는 115배 증가했다. 인류는 해마다 에펠탑 5000개 무게의 전자폐기물을 쌓고 있다. 서비스 단위당 투입된 물질. MIPS(Material Input Per Service unit)을 따져보면, 디지털이라고 무에서 유가 나오는 게 아니다. 우리도 잘 알지 못하는 가운데 각자 하루에 거의 150 기가바이트, 즉 24시간 마다 16기가 아이폰 9대 메모리 분량의 데이터가 발생한다. ‘좋아요’는 일부다. 행위는 물론, 존재 자체가 디지털에 흔적을 남기는 시대에 추적당하지 않을 권리가 실종되고 있다.
꾸준히 보고 있는 데이터 세상. '데이터 네버 슬립스' 3.0 버전부터 봤고, #홍보가아니라소통입니다 에서 7.0을 인용했는데 벌써 10.0이다. 1분 동안 벌어지는 일이 저렇다. 1분 동안 구글에서는 590만 번의 검색이 이뤄지고, 페이스북에서는 170만 개 포스팅이 공유된다. 거래되는 가상화폐가 9000만 달러 어치에 달한다. 1분에! 유튜브에서 500시간 분량의 영상을 업로드한다는 건, 음. 9.0 숫자와 다르지 않아서 못미덥다.
이미지 하단에 구글, 유튜브 데이터가 10년 새 어떻게 몇 배로 늘었는지 보면 아찔하지 않은가? 앞으로 10년 후는 어떻게 될까?
얼마전 테슬라 직원들이 고객 프라이버시 정보를 자기들끼리 돌려봤듯, 자본에 맡겨진 우리 데이터는 안전하지 않다. 그걸 누가 감시하지? 기업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서는 노조도 함께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디지털 시대엔 무력하다. 저자는 노조 대신 자본주의 사이트를 공격하는 해커 활동가와 예술가들이 미래 노동운동의 주역이 될거라 전망한다. 역시, 과연?
“우리는 디지털을 인간들을 구하기 위해 세상에 온 메시아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실은 이보다 훨씬 세속적임을, 디지털이 실제로는 우리를 본떠 만들어진 도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합의에 의해서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책은 #트레바리 #디지털탐구생활 4월 책. 내 발제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1. 우리의 욕망
- 더 빠르고 편리한 삶이 환경에 해롭다는데 동의하나요? 기술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일까요?
- 덜 이용하도록 자제할 생각을 하게 됐나요?
- 텀블러를 쓰고, 장바구니를 쓴다고 앞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울까요? 이 책 이후, 뭐가 다를까요?
- 인터넷을 무료로 쓰는 것이 불편한 적 있나요? 데이터는 계속 내줘도 괜찮아요?
2. 솔루션
- 파국을 예측한다면 어디가 가장 취약할까요? 미중유럽 지정학 갈등? 우리 동네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과부하? 전력 블랙아웃?
- 재생에너지나 양자컴퓨터나 뭐든 새 기술이 해법을 찾을까요?
- 가상현실을 위한 물리적 세계의 부담을 이해하게 된다면, 어느 쪽을 어떻게 규제하는게 효과적이고 현실적일까요?
- 자원을 분배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디지털 세상의 룰을 바꾸는데 관심이 생기나요? 정부든 기업이든 그냥 따라가도 될까요?
난 언제나 거버넌스에서 관심을 거둘 수 없다. 디지털 세상의 룰을 누가 정하는대로 따라가는 것도 불편하고, 각국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국경만 넘어가도 어려운데, 이 동네 룰, 누가 논의하고, 누가 정하는게 맞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