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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ul 09. 2023

'정치하다' 동사의 파이를 늘리는 ‘껴울림’ 감동시리즈


Lifetime playground, 껴울림 모임에 초대받았다. 대체 뭐하는 곳인가? 어색하게 찾아간 곳에서 의외의 감동이 이어졌다. 세상 참 재미있다.


1.

다양한 세대를 위한 놀이 문화의 정수를 담은 장이란다. 혼자선 할 수 없는, 함께할 때 더 재미있는 놀이의 장. 얼룩소 시절 함께 했던 데빈이 껴울림을 창업해 초대해줬다. 나름 옛 상사를 오랜만에 놀이에 불러주다니 이게 첫번째 감동ㅋㅋ

2.

복작거리는 해방촌 골목 한구석에 세상 힙한 공간이 숨어있다. 공간과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관심 많은 인간이 아니더라도 그저 감탄할 만 하다. 다같이 둘러앉든, 모듬으로 모이든, 무대와 관객석이 되든, 순식간에 공기를 바꾸는 공간이다. 안목 남다른 데빈의 공간 답게 가구와 소품, 고급진데 편안한 분위기다. 공간 자체에 대한 신선한 감동이 두번째다.


3.

놀이에 대한 호기심은 재미로 채워졌다. 세번째 감동 포인트다. 오늘은 열두명이 초대됐다. 처음에 하늘색 오렌지색 종이팔찌를 채운게 알고보니 팀 열전의 시작. 우리는 치열하게 팀 대항전을 벌였다. 호스트 휴이를 설득하라 게임. 1차전 '평양냉면 vs 함흥냉면'으로 시작해 '직장내 쪼리 yes vs no'. 팀별로 5분간 토론을 준비해 맞붙었다. 다 아는 얘기라고? 여럿이 모이면 다른 관점이 나오게 마련이다. 자극이 가득한 시대라 평양냉면이 더 끌린다는 얘기, 일터의 신발과 놀때 신발이 다른 편이 본질을 즐길 때 좋다는 얘기ㅎ 오호라. 3차전은 기본소득 필수 vs 옵션. 돌아가면서 대표선수를 하다보니 각자 아드레날린이 높아지고 토론은 후끈 달아올랐다. 기본소득, 이렇게 재미난 토론이 가능한 주제다.


4.

공론장 실험을 놀이로 만든 껴울림. 대체 뭐하는 곳이냐.

메시지도 많고, 장도 많은 시대. 껴울림은,

”좋은 장을 넘어

메시지를 세련되게 경험하게 하는

크리에이티브 콜렉티브“


껴울림, ㄲㅇㄹ => 7702.

https://7702.kr

크읔.. 세련됐다. 멋지다. 인정. 세상 어디에도 없는 걸 일단 저지르고, 길을 찾는 친구들이라니. 공론장 놀이를 체험한 뒤 껴울림에 대한 감탄이 이어졌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들.

5.

놀이가 끝나고 오늘 메인 주제는 ‘더 나은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되찾아야 할 두 가지: 정치, 그리고 사랑’. 아그니카 COO 양소희님이 발표했다. 정치와 사랑이 불협화음이 아니라 묶일 수 있다고?


여느 사람들처럼 ’정치중립적‘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다가,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이라는 본질을 파고들다보니 필연적으로 정치를 만났다고 했다. 그에게 정치의 본질적 정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란다.

'정치하다' 동사를 직업정치인들에게 맡겨둘게 아니라 되찾아야 한다고, 기계적 중립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갖자고.


“어르신들은 미래세대 얘기하는데, 우리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세대다. 어른들에게 미래를 맡겨둘 수가 없다”


낡고, 구리고, 후진 이미지의 정치에 세대교체가 필요한걸 누가 몰라. 기성세대는 '청년'몫을 구색용으로 내놓고, 제도의 빗장을 열지 않는다. 이제 다른 방식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섀도우캐비넷 을 비롯해 정치 스타트업들이 떠올랐다. 정치를 사랑으로 다르게 풀어간다.


6.

각자 이야기들 다 흥미로웠지만, Y님 얘기가 여운이 길다. 그는 언론사 국회팀에서 인턴하다가 국회에 정 떨어졌다고 했다. 그런 그가 정치 냉소를 극복한 건 현실 참여다. 비건으로서 동물권 운동에 참여하면서, 정치라는 이름붙일 일들에서 에너지를 얻기 시작했단다. '정치하다'라는 동사의 파이를 늘려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제 몇년에 한번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만으로 시민의 효능감을 느끼지 못한다. 정치 참여에 대한 열망이 없는 이는 없지만, 대표자도 안보이고, 기회도 없다. 그 바닥 들어가면 왜 사람들이 그리 변하는지, 냉소만 남는다. 근데 뜻맞는 이들끼리 으쌰으쌰 하는건 넘나 가슴뛴다는 거다. 이걸 어떻게 정치에너지로 한발 더 나아가게 만들까.


데빈과 함께 껴울림을 만든 휴이는 "제 방식의 정치이자 사랑"이라고 했다. 삶을 숙제가 아니라 축제처럼 만들기 위한 놀이다. 무엇이 놀이인지 돌다리를 두드리듯 이것저것 해보는 단계이지만 여기저기서 고민과 질문을 나눈다. 어우.. 예뻐. 예뻐.

잘생긴 데빈의 매력자본에 더해 휴이의 귀여움!!!

매력자본 충만한 데빈, 카톡 프사 몰래 엎어옴..

끝나고 점심 먹으러 해방촌 포케 식당. 각자 키오스크에서 1인분씩 결제하는 걸 보고 당황한 옛날사람ㅎㅎ 밥은 담에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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